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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차 한잔 나누며]"정보접근권 확대.. 시민들 알 권리 충족시켜야"

opengirok 2018. 1. 24. 10:42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유승 소장/숨은 기록 공개 목적 센터 설립/10년간 공적정보 청구 운동 벌여/기관들 '입맛대로 공개' 관행 여전/구체적 처벌 조항 없는게 큰 원인/기록은 역사.. 권력자들 은폐 속성/정보공개제도 더 알리도록 온힘

김유승 소장 사진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유승 소장은 “정보공개 제도 활용률이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제도 자체를 모르는 시민이 적지 않다”며 “앞으로도 정보공개 제도를 널리 알리고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남성에게 재입대란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그런 꿈이라도 꾼 날이면 ‘악몽’에 시달렸다며 몸서리를 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기록이 사라진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김유승 소장(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이 기록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제시한 사례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기록은 세금 납부, 은행 거래, 부동산 매매 등의 일상을 지탱하는 기둥이며 스스로를 보호하는 수단이다. 기록은 강한 폭발력도 가진다. 온 나라를 뒤흔드는 부정부패는 한두 장의 문건, 누군가의 메모 등으로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7일 서울 이화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 소장이 올해로 시행 20주년을 맞은 정보공개 제도를 시민들의 ‘무기’라고 말하는 이유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인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왜곡이 생기기 마련이죠. 하지만 기록은 달라요. 기록은 한 시대의 증거물들을 만드는 작업이고, 그것이 켜켜이 쌓여 역사가 되는 겁니다.”

정보공개센터는 2008년 10월 설립됐다. 시민 알권리를 증진하고 국가가 꽁꽁 감춰둔 기록들을 공개하는 걸 목적으로 내세웠다. 지난 10년간 상당한 성과도 거뒀다. “10년 전엔 ‘정보공개’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었습니다. 언론,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였죠. 지금은 정보공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엔 탐사보도 기자들 외엔 정보공개를 활용하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시민들도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죠.”

김유승 소장 사진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유승 소장은 “정보공개 제도 활용률이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제도 자체를 모르는 시민이 적지 않다”며 “앞으로도 정보공개 제도를 널리 알리고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문 기자

김 소장의 말처럼 1998년 첫 시행 때 2만5475건이던 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2008년 22만9650건으로 10배가량 늘었고, 2016년엔 처음으로 50만건을 넘었다.

하지만 아직 풀지 못한 숙제도 많다. 정보공개 제도 활용률이 많이 높아졌지만 제도 자체를 모르는 시민이 적지 않다. 그래서 김 소장을 비롯한 센터 활동가들은 정보공개 제도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제대로 쓸 수 있도록 돕는 데 힘을 쏟는다.

기관마다 들쭉날쭉한 ‘입맛대로’ 공개, 악의적인 비공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구체적인 처벌조항이 없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김 소장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보공개법 개정안도 처벌조항이 들어가긴 했지만 두루뭉술하게 내규식으로 묶어논 점은 아쉽다”며 “조직에 불리한 정보는 고의로 공개하지 않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 ‘비공개 조항’을 재검토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각 기관이 비공개가 가능하도록 한 국가안보, 개인정보 등의 8개 항목을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하고 있어서다. 기관장들의 ‘쌈짓돈’으로 취급되는 업무추진비나 각 기관의 징계처분 결과 등의 정보를 청구하면 비공개 조항을 들이대며 거부하기 일쑤다.

“비공개 항목이라도 공공 이익이 더 크다면 공개하는 게 맞죠. 지금의 비공개 항목들은 너무 모호합니다. 알권리와 다른 권리가 충돌한다면 무조건적인 비공개보다 무엇이 정말 공익인지를 따져보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김 소장은 아예 ‘알권리’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권리의 내용, 범주 등이 법원 해석에 근거하고 있어 각 기관들이 ‘안 들어줘도 그만인 민원’으로 인식해 처리하고 있다는 거다. 정보공개센터 사무실 한쪽에 ‘알권리가 살권리’라는 글귀가 걸려 있는 이유다.

그는 ‘살권리’를 위해서라도 정보공개가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행정 결과뿐만 아니라 그것이 집행되는 과정의 회의록 공개 등과 관련된 ‘수직적 정보공개’, 공공기관을 넘어 시민단체와 사기업까지 청구 범위를 확대하는 ‘수평적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거다.

그는 시민의 정보 접근권이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권력자들은 기록을 감추거나 없애려는 속성이 있어요.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기록은 공포가 되기도 합니다. 기록은 그래서 중요해요. 기록 접근 권한을 살펴보면 해당 사회의 권력이 어디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그걸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해당 기사의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v.media.daum.net/v/20180123220949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