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오늘의정보공개청구

60대 남성 강사 위주의 민방위 교육, 이대로 괜찮을까?

opengirok 2018. 11. 27. 18:05




지난 8일, 송파구에서 실시한 민방위 교육에서 강사가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과거 민방위 교육 도중 강사가 성희롱 발언을 한다거나, 정치 편향적 발언을 하는 등의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하여 서울시는 이미 2017년에도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이나 정치적 민감 사항 등의 언급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방위 훈련 내용이 너무 형식적이라거나, 교육 내용 역시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구청에서는 이러한 불만에 따라 민방위 소양 교육에서 예비군 교육과 유사한 안보교육 내용을 제외하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2018년 강남구 민방위 교육 운영 계획 문서의 일부. 소양/안보교육 2시간, 실기교육 2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민방위 교육은 자치구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일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만 민방위 강사의 경우, 우선 서울시에서 민방위 강사들을 위촉하고, 그 중에서 각 자치구에서 강의를 희망하는 강사들에 대해 적합 강사를 선발하여 교육을 배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방위 강사를 위촉하고 선발하는 것은 서울시의 권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 409차 민방위의 날을 맞아, 정보공개센터는 서울시가 2018년 선발한 민방위 교육 강사들의 명단을 정보공개 청구하여 경력과 나이, 성별 등의 정보를 살펴보았습니다.



 2018년 서울시가 선발하여 민방위 교육에 나서고 있는 강사들은 총 125명입니다. 민방위 교육 강사들은 네 가지 교육 분류에 따라 나뉩니다. 먼저, '소양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민방위 조직 내용과 안보 교육 등을 담당하는 소양 교육 강사들이 있습니다. 소양 교육은 대부분의 민방위 교육 프로그램에 꼭 포함되는 교육입니다. 전체 교육의 절반 가량은 이러한 소양 교육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강사 수도 가장 많아 모두 51명의 강사들이 위촉되어 있습니다. 이 중 남성 강사가 46명으로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 강사는 5명에 불과합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대다수는 40년대~50년대 생 남성입니다. 소양 교육의 대부분을 60대 이상 남성 강사들이 담당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018년 서울시 민방위 강사진의 출생시기/성별 분석. 60대 이상 남성들이 전체 강사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양 교육 강사들의 경력 역시 예비역 군 간부이거나, 나라사랑운동본부, 재향군인회 등 에서 활동하는 안보 강사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과거 박근혜 정권 시절 이념편향적 교육으로 문제가 되었던 보훈처의 나라사랑 교육 강사 경력이 눈에 띕니다. 딱 다섯 명 있는 여성 강사들 역시 새터민 출신의 강사이거나, 전문성이 의심되는 민간단체인 국학원 출신 강사였습니다. 지난 2013년, 진선미 의원이 지적했던 민방위 안보 강사의 보수 편향 문제는 5년이 지난 지금에도 큰 변화가 없는 듯 합니다.




소양 교육 강사들의 경력은 대부분 군 관련 경력이나 나라사랑 운동본부,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등의 안보 교육 강사였습니다.




 응급처치 교육 강사와 화재안전 교육 강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성 강사의 비율이 높고, 소방서나 응급구조사 등의 경력을 가진 강사들이 많았습니다. 핵 및 화생전 방호, 지진대피요령 강사의 경우 국군화생방사령부, 육군 화생방학교 등 군 경력의 강사들이 다수였으며, 전원 50대 이상의 남성 강사였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의 설명에 따르면 민방위 교육의 내용은 "민방위 제도, 안보 및 재난, 생활안전 등 체험.실습교육"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강사들의 경력은 재난과 안전에 관한 경력 보다는 주로 군 경력이나 안보 교육, 나라사랑 강사가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세대가 대다수인 교육 대상자들에 비하여, 3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50~60대 강사진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교수 방법에서도, 가치관에 있어서도 세대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천 계양구에서 열린 민방위 교육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뒷모습만 봐도 상당히 지루해보입니다. 출처- 한국방송뉴스





 이미 생업에 종사하느라 바쁜 시민들에게 민방위 교육은 의미 없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민방위 교육 시간이 졸거나,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지루한 시간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난과 안전 문제에 대해 실무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 구성과 강사 선발에 대해서도 쇄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2018년도 민방위강사 선발자(강사풀) 명단.xls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