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오늘의정보공개청구

무리한 비공개로 시민에 피해주는 대검찰청, 소송패소율 70%에 달해

opengirok 2019. 10. 22. 16:30



정보공개센터에서는 대검찰청이 올 한해 동안 자발적으로 공개한 공문이 단 1건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하게 폐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어왔음을 비판하며, 투명성이 담보된 검찰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사실 정보공개센터로 걸려오는 상담 전화 중에서도 검찰의 비공개 관행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묻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보공개센터로 들어온 검찰 대상 상담 중에서는 사건 피해자가 수사기록을 정보공개 청구하였는데도 비공개 통지를 하고, 소송을 위해 몇 달 뒤 다시 해당 기록을 청구하자 '중복 민원'이라는 이유로 종결처리를 하여 결국 제대로 법적 절차를 밟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권리구제를 위해서 해당 서류가 꼭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검찰의 비공개 관행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정보공개센터에서는 2018년 정보공개연차보고서를 통해 검찰이 시민들의 정보공개 요청에 대해 어떻게 응답하고 있었는지 그 현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업무상 작성한 문서를 미리 공개하는 것은 아직까지 기관의 자발적인 의지의 영역이지만,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적합하게 처리하는 것은 당연히 지켜야할 법적 의무이기 때문에 방치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는 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운영현황을 취합한 것으로 행정안전부에서 매년 가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대검찰청의 운영 현황을 함께 확인해보겠습니다. 




대검찰청은 지난 한 해  6000건 이상의 정보공개 청구를 받았고, 이는 중앙부처 중 3위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많은 시민들이 검찰의 정보공개를 필요로 하고 있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검찰청에 청구되는 정보는 주로 검찰이 수사한 사건 및 재판과 관련된 기록인데요, 정보공개 여부를 살펴보면, 비공개 비율이 14.22%로, 중앙행정기관의 평균인 8.98%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각 부처가 다루는 정보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부처별로 비공개율은 크게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를 테면 민간인의 납세정보의 경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개인 정보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세청의 비공개율은 타 기관에 비해 높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핀란드나 노르웨이에서처럼 개인의 납세 정보를 공개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호호)   


그럼 대검찰청의 경우는 어떨까요? 검찰이 공개를 거부하는 정보들은 정말 비공개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었을까요?  

지난해 정보 비공개로 인해 청구인과 대검찰청이 다투었던 불복사건의 현황을 통해 볼때, 그 대답은 NO, 였습니다! 


비공개에 대한 불복절차는 이의신청, 행정심판, 그리고 행정소송이 있습니다. 이의신청은 각 기관에서 외부위원들과 함께 다시 공개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고, 행정심판은 공공기관의 처분에 대해 약식재판을 하는 것, 그리고 행정소송은 우리가 아는 그 소송으로 법원의 판결을 구하는 것인데요, 대검찰청의 비공개 통지를 하였을때 각 불복절차별로 어떤 판단이 내려졌는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불복을 제기해서 인용(기관 판단이 부당하다고 인정받는 것)되는 건들이 많다면, 처음부터 공개했어도 될 내용들을 과도하게 비공개하고 있다고 해석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직까지 공공기관에서는 공개하면 귀찮은 일들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부담에 일단 비공개 통지를 내리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고,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을 제기하면 그제서야 공개해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합니다. 때문에 정보공개센터에서는 모니터링에 있어 불복절차의 현황을 항상 유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중앙부처의 불복절차 현황 중 대검찰청의 경우를 살펴보면, 취하나 각하를 제외하고 이의신청을 실제 심사한 167건 중 인용이나 부분인용된 건수는 42건, 비율은 25%입니다. 눈에 띄게 높은 수치는 아닙니다. (이 와중에 103건 인용된 경찰청이 눈에띄네요. 시간 끌지 말고 공개 좀 해주세여) 좀 더 복잡한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 행정심판의 경우, 건수 자체가 크게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대검찰청의 경우에는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건수가 121건으로 매우 많습니다. 중앙부처 중 가장 많은 행정심판 건수입니다. 행정심판을 제기했을 때는 14건이 공개로 전환되었고, 비율로는 13%에 해당하는데요, 중앙부처 전체 평균인 6%에 비해 2.5배 정도 높은 수치입니다. 비슷한 건수의 심판이 제기된 법무부와 비교했을 때에도 큰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함께 고려했을 때, 이 정도의 수치만으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행정소송의 경우,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행정소송은 변호사 수임료 등 소송비용도 많이 들고요, 청구인이 패소할 경우 패소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위험이 따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관은 소송 건수가 많지 않고, 한 두건에 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해 동안 대검찰청은 무려 54건의 정보공개 소송을 받았고 이중 무려 21건이 인용됩니다. 계류중인 24건을 제외하고 70%는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은 것인데요, 판결을 통해 공개가 확대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어떤 기관보다 법을 잘 알고, 시민들을 위해 법을 적용해야 할 기관이 이렇게 소송을 많이 당하고 패소를 당했다는 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작년 한 해동안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시민들이 청구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아낸 건수는 총 31건입니다. 그 중 68%에 해당하는 21개의 판례가 대검찰청에서 나왔습니다. 정보에는 그것을 꼭 알아야한하는, 유효시한이 있습니다. 대검찰청이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공개했어야 할 정보를 소송에 이르기 전까지 일단 비공개하고 보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시민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감시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고요.


우리가 지금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이유는 검찰의 부패와 권력남용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검찰이라는 집단이 이렇게 시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 것은 그 동안 수사와 기소의 권한을 독점하고 아무에게도 감시받지 않는 절대권력으로 자리 했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몇가지 개혁안이 나오고 있고, 개혁은 어떤 방식으로든 실행될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어떤 제도와 기구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시민의 감시와 참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그 권력은 또 다시 쉽게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시민들이 검찰의 업무에 대한 기록, 사회적 사건의 수사 및 재판 기록들을 최대한 볼 수 있도록 보장하고 검찰권력을 시민들에게 개방시키는 일이 개혁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제)중앙행정기관_불복처리현황(2018).xlsx

2018년도 정보공개 연차보고서.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