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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누가 왜 하나?

opengirok 2022. 6. 24. 17:22

지난 2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 평산마을 인근의 모습(사진: 오마이뉴스)

 

표현의 자유마저 갉아먹는 괴롭히기식 집회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및 우파단체들의 집회가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최초 신고된 집회가 5월 8일로 기록된 것을 감안하면 40일 넘게 집회가 이어지는 중이다.

우선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로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70대 중반에서 90대 초반 어르신 10명이 양산신도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집회 소음으로 인한 불면증과 환청,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식욕부진 때문이었다고 한다. 

과도한 집회가 계속되자 문 전 대통령 측도 지난 5월 31일 주민 피해뿐 아니라 집회 간 이뤄진 모욕, 명예훼손, 협박 등을 이유로 집회를 주도한 단체 회원 등 4명을 평산마을 인근 파출소에 고소했다.

지난 2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 평산마을(사진: 오마이뉴스)

이렇게 주민 피해와 논란을 촉발한 문 전 대통령 사저 부근 집회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개최하고 있을까? 정보공개센터는 양산경찰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3월부터 5월 30일까지 '하북 사저 주변 집회·시위 신고' 내역을 받았다.

경찰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5월 30일까지 문 전 대통령 사저 부근에서 집회를 신고한 단체는 총 8개였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 벨라도(vellado), 자유진리정의혁명당, 자유통일당, 구국총연맹, 자유연대, 한미자유의물결이 지난 4월 26일부터 순차적으로 집회신고를 했으며 개인 이름으로 집회를 신청한 곳도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부근 집회신고내역. 문 전 대통령 사저 부근에는 총 8개 단체가 집회를 신고했다.

코백회의 경우 백신 피해자에 대한 국가 책임 및 사과를 요구하며 5월 14일부터 일주일에 1~2회씩 문 전 대통령 사저 부근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는데 코백회를 제외하면 대체로 보수·우파 정당이나 단체로 분류된다.
     
5월 8일부터 6월 5일까지 '검수완박 규탄'을 목적으로 집회를 개최한 벨라도는 극우 유튜버로 알려진 안정권씨가 대표이사로 등록된 영상 플랫폼 업체다. 벨라도는 주로 안씨 본인의 영상 및 방송을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안씨는 고 노회찬 의원과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해 비판받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인근에서 검수완박 규탄 집회를 개최한 벨라도의 인터넷 홈페이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기독교 계열 극우 정당인 자유통일당도 5월 20일에 기자회견과 집회 신고를 했다. 이들의 집회 목적은 문 전 대통령의 이적행위에 따른 체포를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자명예훼손으로 파면된 최우원 전 부산대 교수가 대표인 구국총연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의 귀향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집회를 5월 22일부터 6월 12일까지 매주 개최한다며 집회신고를 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우파단체 자유연대는 문 전 대통령 시기 대통령비서실 특활비를 공개하고 문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며 6월 1일부터 문 특활비 공개 및 구속 촉구 풍선 및 수갑 전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집회 지역은 평산마을 민가에서 불과 약 70m가량,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는 약 110m가량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더구나 인적이 드문 시골과 대부분의 주민이 상주 중인 고령의 노약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음향 장비를 이용해 집회를 할 경우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하고 건강과 직결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 사저 지역 지도  집회 지역과 주민들이 거주하는 민가 사이 거리는 약 70m 가량으로 무척 가깝다.

또한 집회 개최 목적과 내용도 양산 사저에서 개최할 이유가 없는 집회가 대부분이다. 백신 피해자에 대한 책임이나 검수완박 규탄, 수사나 구속 촉구와 같은 집회는 현 정부와 국회 및 야당, 수사기관에 요구해야지 평산마을 사저에 요구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 전직 대통령과 사저 인근 주민 괴롭히기식 집회라는 비판이 붙는 이유다.

고성과 욕설, 문 전 대통령 측의 고발 등으로 논란이 커지자 결국 양산경찰서는 주민 피해를 우려해 코백회의 1일 집회와 벨라도의 15일 집회 등 2건에 대해 집회 금지 통고를 내렸다. 그 밖의 집회 신고 중 8건에 대해서도 제한 통고가 이뤄졌다.

그러나 집회 단체들은 수긍하지 않고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 보수단체는 지난 16일 양산경찰서의 집회 금지통고 효력을 정지하라는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코백회는 소음기준을 준수했는데 보수단체들이 밤낮없이 확성기를 틀어 집회하는 바람에 자신들도 매도당해 함께 금지 통고를 받았다며 22일 '집회·시위 금지 통고 처분 취소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지난 7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현장에 모형 수갑이 걸려 있다(사진: 오마이뉴스)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논란이 되자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 사저 아크로비스타 주변에서도 맞불 집회가 벌어지는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시위에 대한 조치로 집무실 반경 100m 이내 집회 금지를 골자로 하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개정안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며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의 사저 부근 집회에 따른 대응으로 쏟아져 나오는 개정안들은 결과적으로 질서유지와 피해방지라는 공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축소하는 내용들이다. 상식을 벗어난 고성과 욕설을 통한 괴롭히기식 집회가 엄한 표현의 자유마저 갉아먹는 중이다.

 

하북_사저_주변_집회시위_신고.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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