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해직기자, KBS 성재호 기자는 어떤 사람인가?

opengirok 2009. 1. 28. 10:17

- 왼쪽부터 양승동피디, 김현석 기자, 성재호 기자 -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작년 12월 31일 교회에서 송구영신 모임을 하면서, 교인들에게 몇 가지 고민과 소망을 나눈 적이 있다. 가장 큰 고민은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분노’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고, 소망은 새해에 이런 분노를 잘 조절해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런 결심을 더욱 굳건히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유치원에 다니던 아들 녀석이 갑자기 나에게 ‘새해 결심’ 이라는 글이 적힌 종이 한 장을 쑥 내밀었다. 아마도 유치원에서 방학숙제를 내주었는데 ‘가족들의 결심’에 대해서 써 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소리 지르지 않기‘ 라고 써 달라는 것이었다. 글을 적으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아들도 나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었을 까 하는 반성도 해보았다.

  하지만 2009년이 시작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송구영신의 결심은 무너지고 있다. 나는 다시 화가 난 얼굴로 집으로 들어가 있고, 뉴스를 보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다시 내 속에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살기 위해서 발버둥 쳤던 서민들이 경찰 특공대의 진압으로 불에 타 죽는 사건이 서울 한 복판에서 발생하고 말았다. 관련 동영상을 보고 있노라니 살이 떨린다.

  그런데 그 뒤가 더 기가 막힌다. 여당과 경찰 수뇌부는 전철협 관계자들의 과격한 행동이 이런 사태를 유발했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과격하면 불에 타죽어야 하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한 가정에 가장을 잃고 눈물짓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무너진다. 피해자들에게는 이번 설날은 가장 잔인한 설날이 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KBS는 사원행동 양승동 대표(PD), 김현석 대변인(기자)을 파면하고 성재호 기자를 해임했다. 이 사건을 전해 듣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KBS에 공영성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싸웠던 죄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내가 존경하던 기자였고 정보공개센터 창립멤버였던 성재호 기자의 해임소식은 나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다. KBS 성재호 기자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성재호 기자는 가슴은 놀랍도록 뜨겁고 머리는 매우 이성적인 사람이다. 그는 취재와 관련해서 단 한발도 물러섬이 없다. 그와 관련되어 두 가지 일화가 있다.

  성재호 기자는 작년 우리사회 정보공개실태와 관련된 취재를 하다가 인천 공항공사의 귀빈실 이용내역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 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인천공항공사는 관련 자료를 무단 폐기해서 관련 자료가 없으니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데 성재호 기자는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들을 기록물관리법상 ‘무단폐기 죄’ 로 검찰청에 고소를 해 버린 것이다. 기자가 취재와 관련해서 검찰청에 고발하는 것은 생전 처음 보던 모습이었다.

  인천공항공사 쪽도 그제서야 관련 자료를 폐기하지 않았고 직원의 실수로 답변했을 뿐이라고 검찰청에서 굴욕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 아니다. 성재호 기자는 국회를 상대로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실태를 정보공개청구를 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에서 “열람은 할 수 있어도 사본 반출은 못하겠다”며 버티고 있었다. 성재호 기자는 본인의 비용으로 국회를 상대로 직접 행정 소송을 벌였다. 그 재판은 2심까지 성재호 기자가 승소했다. 그는 이런 사람이다. 보도를 위해서는 검찰 고발이나 법원 소송까지 불사한다. 이런 뚝심으로 그는 ‘이달의 기자 상’ 등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지금도 KBS 사무실 장식장에는 그가 받은 상이 빼곡히 쌓여있다. 이런 그가 졸지에 해직기자가 되어버렸다. 한 언론인으로 가장 모범적인 활동을 해왔던 그가 해직기자라는 명함을 받게 된 것이다.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2009년은 웃고 살고 싶었다. 그러나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런 희망은 물거품이 되는 것 같다. 1월도 지나지 않아 송구영신의 결심을 지키지 못하는 내 모습이 그저 초라하게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