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안전대도 없이 5층 높이에서 철근을 옮기던 중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23년 4월 6일 이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내려졌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적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원청인 온유파트너스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하지 않아 1심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중대산업재해 발생사실 공표'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하여 형이 확정 된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은 해당 사업장 명칭, 발생 일시와 장소, 재해의 내용 및 원인 등을 공표해야 합니다. 판결로 형이 확정되면, 고용노동부는 먼저 공표 대상 사업주에게 이를 통지한 후, 30일 이상의 기간 동안 소명 절차를 거칩니다. 이후 '중대산업재해 발생사실의 공표'라는 제목으로 관보, 고용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1년 간 게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정보공개센터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공표 제도가 가진 한계를 지적해왔습니다. 우선 '형이 확정'되어야 만 공표 대상이 되기 때문에, 만약 재판이 2심, 3심까지 질질 끌리게 된다면 사고가 벌어진 시점과 공표 시점이 2~3년 이상 벌어질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시민들이 제대로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뿐 아니라 공표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함으로써 중대산업재해 발생 현황이 공적 데이터로 축적되기 어렵다는 것도 비판한 바 있습니다. (링크)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미 존재하는 공표 제도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4월 6일 '1호 판결'이 나왔고, 일주일 동안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되었으니 이제 소명 절차를 거친 후 공표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용노동부는 '중대산업재해 발생사실 공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명 절차에 따르는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공표가 굉장히 늦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부터 공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데, 공표 제도가 앞으로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어렵게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고용노동부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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