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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삼 이사
(한신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전 청와대 기록연구사)
청와대는 대통령기록생산현황을 공개했다. 청와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08년도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 청와대 생산현황통보 바로가기 클릭 에 따르면 이명박대통령 취임 후 지난 해 연말까지 생산한 대통령기록은 총 12만 714건이다.
대통령기록물의 생산현황통보는 대통령기록물의 원활한 수집 및 이관을 위한 것으로서,「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기록관리법”) 제10조 및 동법 시행령 제4조에 따라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이 소관 기록관 및 중앙기록물관리기관(국가기록원)으로 매년 전년도 기록물의 생산현황을 통보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을 비롯한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은 지난 5월31일까지 국가기록원으로 생산현황을 통보하도록 되어 있었고, 이번에 그 현황을 미리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생산현황을 미리 공개한 것은 아마도 참여정부 ‘대통령기록물 유출 논란’과 관련하여 과연 이명박정부는 얼마나 대통령기록물을 잘 생산하는지 두고 보자는 일각의 문제제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굳이 이번 생산현황의 수량이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첫해 생산건수인 7천498건의 16배에 달한다고 한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밝힌 2008년도의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은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를 갖는 것이어서 생산현황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거나 이미 생산된 기록물 일부가 멸실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만하다.
①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본적인 사항도 이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기록관리법령에 정한 생산현황통보의 기본적인 사항도 이행하지 않았다. 대통령기록관리법 시행령 제4조 제2항에 의하면 생산현황통보는 “대통령기록물의 생산부서, 생산연도, 기능명, 기능별 생산수량 등의 정보가 적혀 있는 목록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그런데 다음 <그림 1>에 의하면 이번 생산현황통보는 부서별도 아니고, 기능별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부서란 행정기관의 직제에 규정된 최하단위를 말한다. 이렇게 볼 때 앞의 <그림 1>의 적색 부분에 표시된 ‘실장직속 부서’, ‘정무수석실’ 등은 부서의 단위가 아니다. 물론 최하 단위부서만 ‘부서’가 아니고 상위의 단위도 ‘부서’라며 필자의 이런 인식이‘오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2008년 대통령기록관에서 작성・배포한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 업무매뉴얼』에 의하면 생산현황통보 항목의 ‘생산 및 관리부서’는 명백하게 ‘처리부서’라고 적시하고 있다.(이 매뉴얼은 사실상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의 기록물관리지침이다.) ‘처리부서’는 「사무관리규정」제3조 제3호의 ‘처리과’와 동일한 단위이며, “문서의 수발 및 사무처리를 주관하는 과ㆍ담당관 또는 계”를 말한다. 이렇게 볼 때 정상적인 생산현황통보라면 각 부서인 비서관실별(예를 들어 정무수석실이라면, 정무기획비서관, 정무비서관, 시민사회비서관, 행정자치비서관)로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는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대통령실이 해당 법령을 어겨가면서까지 왜 처리부서별로 생산현황통보를 하지 않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만약 처리부서별로 통보하는 것이 특정한 부서의 생산량이 적어 타부서와 비교되는 등 문제 제기될 소지를 사전에 없애기 위한 ‘눈가리고 아웅’하는 의도가 아니었다면 법령에 따라 다시 통보하고 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기능별 통보문제도 심각하다. 위 <그림 1>의 청색부분을 보면 기능명이 모두 ‘보좌’로 기재되어 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보좌기관이다. 따라서 ‘보좌’는 대통령실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지 기능명이 될 수 없다.
『정부기능분류시스템 운영지침』에 의하면 행정업무의 기능은 기능별․목적별로 구분하고, 기능별로는 정부가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기능수준에 따라 정책분야ㆍ정책영역․대기능․중기능․소기능․단위과제로 분류한다. 대통령실 등은 업무의 특성상 반드시 이 지침에 따라 기능을 분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직제에 따라 분장사무를 정해야 하고, 그것은 위 지침의 대․중․소기능 체계를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생산현황통보도 이에 따라야 하고, 앞에서 언급한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 업무매뉴얼』에도 기능명에는 생산․관리부서의 핵심 기능명을 기재하며, 이것은 기능분류체계 또는 기록물분류기준표의 중․소기능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기능명을 기재하는 문제도 너무 당연한 이런 사항을 지키지 않은 의도를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것도 처리부서별로 통보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뭔가 숨겨야 할 것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②총체적으로 부실하다.
부서명과 기능명을 법령에 따라 기재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이번 생산현황통보는 총체적으로 부실하다. 먼저, 전자기록생산시스템에 의해 생산된 기록물이 위민시스템에 의해 생산된 것 밖에 없다고 한 부분이다.
위민시스템은 참여정부 시절의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e지원시스템’을 대신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청와대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정부 내 다른 기관과 전자적 유통체계를 갖추지 않은 시스템이다. 만약 청와대가 타기관과 문서유통을 하려면 신전자문서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앞의 그림 1)의 초록색 부분을 보면 신전자문서시스템에 의한 전자문서 생산은 공란이다. 단 한 건도 이 시스템에 의한 생산은 없었다는 것인데, 업무수행 상 이런 상황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앙부처를 중심으로 온나라시스템과 신전자문서시스템이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이 통합시스템은 기존의 온나라시스템에는 유통 기능이 없어 이원화된 문서 생산․유통 체계를 통합한 것이다. 만약 청와대가 이 통합 온나라시스템을 사용했다면 온나라시스템에서 생산한 기록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공란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대통령실은 다른 기관과는 문서 유통을 하지 않은 것일까? 그게 가능한 것인가? 혹 e메일로 업무지시를 하기 때문에 전자기록물생산시스템에 의한 유통은 필요 없는 것이었을까? 정말 e메일로만 소통하나? 그렇다면 그것은 업무수행에 의한 기록물의 유통이며, 그것도 생산현황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생기는 의심은 위민시스템에 의해 생산되었다는 전자기록이 혹시 신전자문서시스템에 의해 생산된 것을 포함한 수량은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의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오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그것은 아니라고 ‘오해’를 풀어주기 바란다.
둘째, 민정수석실 등 몇 개의 수석실에서만 종이기록물이 생산되었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 2>에 표시한 보라색 부분을 보면 실장직속부서, 외교안보수석실, 홍보기획관실에서만 종이문서가 생산되었고, 민정수석실은 기타 종이기록물이 생산된 것으로 통보되었다. 보도에 의하면 민정수석의 종이기록물은 민원문서이다.
<그림 2>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2008년도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표(종이기록물 부분)
아무리 전면적인 전자기록관리체계에 의해 기록물을 생산한다고 해도 단 한 건의 종이기록물 생산이 없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즉, 현실적으로 업무의 결과물이 종이로 생산되는 것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의 경우는 대통령 또는 수석에게 불가피하게 대면보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당연히 종이로 작성된 문건을 가지고 보고를 하게 된다. 그런데 단 한 건의 종이기록물로 없다는 것은 대면보고가 없다는 것인데, 실제로 이런 식의 대통령 보고 체계가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따라서 필자는 종이기록물로 생산된 중요 기록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멸실되었거나, 생산현황통보가 부실하다는 것을 확신한다.
③참여정부와의 비교 문제
청와대는 이번 생산현황통보를 하면서“지난 2003년 참여정부 첫해 생산건수인 7천498건의 16배에 달한다고 한다”고 ‘자랑’한 것 같다. 그런데 7천498건이라는 수량이 어디에서 나온 통계인지 짐작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필자는 참여정부 기록관리비서관실에 근무하면서 2004년 10월 e지원시스템에 의한 문서관리카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의 전자적으로 생산된 기록물의 생산현황을 분석한 적이 있다. 당시는 전자기록이 ‘게시판 보고’, ‘업무관리카드 및 그에 의한 추진 실적’ 그리고 ‘지시사항’ 등의 형태로 생산되었으며, 수량도 비록 2004년 이후에 비하면 적지만 약 2만여건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종이기록물, 시청각기록물, 개별업무시스템을 통해 만든 데이터세트 등도 상당 수 있다. 참여정부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하면서 종이기록물을 연도별로 건수를 계량하여 이관하지는 못했으므로 그 수량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리고 현재 대통령기록관에서도 비록 이관 수량에 대한 통계는 가지고 있지만 기록물철 중심의 개략적인 통계이고, 종이기록물의 건수 통계도 1권당 10건이라는 일정 산식을 적용하여 파악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참여정부 대통령기록물 중 대통령비서실에서 생산한 약 68만9천여건의 시청각기록물을 연도별로 분류하여 통계를 가지고 있는지, 아예 건수 파악이 불가능한 업무를 위해 따로 개발하여 사용한 개별업무시스템의 기록물에 대한 계량화를 시도한 적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이렇듯 생산 건수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굳이 2003년의 대통령기록물 생산통계를 건수로 적시하여 이번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통보 수량을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명박정부 임기 첫 해와 참여정부 임기 첫 해의 기록물 생산 수량을 비교하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합리적인 것 같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2003년은 대통령기록관리법이 시행되지 않은 때였고, 전면적인 전자기록물 생산체계가 갖추어지기도 전이었다. 즉 지금은 당시와는 근본적인 조건이 다른 때이다. 따라서 2003년과 2008년의 기록물 생산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게 기계적인 것이어서 비교의 의미가 없다. 만약 비교를 하려면 전년도인 2007년과 하는 것이 옳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생산현황통보와 이에 대한 공개는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청와대의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통보에 대한 관련 사항 공개는 이전에는 없던 일이 분명하다. 그 행위 자체는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법령에서 정한대로 하지도 않았고, 그것마저도 매우 부실한 것이었다.
청와대는 이것으로서 "과거 정부에 비해 대통령관련 시스템이 발전해 기록물이 크게 늘어났다"고 자평 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자랑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청와대는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통보가 부실하게 이루어진 것에 대해 분명한 해명을 해야 한다. 이번에는 오해라고 도망갈 구멍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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