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유명 학원강사에서 시민운동가로

opengirok 2009. 7. 3. 10:30

  오쿠츠 시게키,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Information clearing house)라는 작은 일본 시민단체에서 무급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9년전 그를 처음 만났었다. 그 때에 그는 학원강사를 하면서 동시에 정보공개를 위한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를 소개해 준 사람은 그에 대해 꽤 유명한 학원강사라고 했다.

9년만에 만난 지금도 그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작은 체구의 그는 어느 일본 변호사보다도 정보공개법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자원봉사 활동으로 정보공개를 위한 시민운동을 개척해 온 사람이다. 지금은 상근활동가가 없는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의 상무이사(常務理事)로 여러 실무들을 맡아 보고 있다. 그로부터 일본 정보공개의 현황에 대해 들어 보았다.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에서 오쿠츠씨와 만나고 있다. 맨 왼쪽이 오쿠츠씨.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라는 단체의 특징이 있다면?

우리는 정보공개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법적으로는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이 있다. 그런데 기업들이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 클리어링 하우스는 법을 위반한 기업들의 명단이 공개되도록 한다. 관련단체나 당사자들이 정보공개청구하도록 지원해서 문제가 고쳐지도록 한다.


정보공개청구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정보공개청구는 누구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가려져 있는 정보가 공개되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 시민들, 언론인들이 참여하면 사회는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정보공개청구의 주제는 어떻게 정하나?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가 직접 기획해서 정하기도 하고, 관련 단체로부터의 요청에 의해 정하기도 한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사례로는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된 사례나 경기대책으로 무분별하게 토지매입을 한 사례가 있다. 우리가 청구한 것을 보고 인터넷 언론의 시민기자들이 청구를 하기도 하고, 다른 시민단체들이 청구를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이후에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큰 변화는 언론인들이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이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10년 전에는 10명-20명 정도의 기자들만이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몇백명의 기자들이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다. 다만 어려운 점은 기자들이 예전보다 사회를 보는 눈이 무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들의 의지만 있으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더 많은 정보들을 국민이 알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 정부의 기록관리제도는 어떻게 되고 있나?

공문서 관리법이 어제(6월 24일)에 성립되었다. 최적의 법률은 아니지만, 장기보존된 문서는 총리의 허가를 얻어 폐기하도록 하는 등 진일보된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정보공개제도가 더욱 개선될 가능성은 있나?

상대적으로 그럴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TF팀을 구성해서 검토중에 있고,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의 멤버도 참여하고 있다.


그 외에 일본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들이 있는가?

이메일 정보공개문제가 이슈로 되고 있다. 어느 도시에서 낙하산 인사를 청탁하는 내용을 메일로 보내려다가, 엉뚱한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메일을 정보공개청구했는데, 프라이버시 문제로 비공개되었다. 일반적으로 이메일의 경우에는 정보공개대상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고, 더 큰 문제는 이메일을 무단으로 폐기하는 경우들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 기준을 세우기 위해 앙케이트 조사를 하고 있다. 특히 정부-기업간의 협력사업 같은 경우에는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협의를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특히 이메일의 관리ㆍ보존이 중요하다.

또한 최근에는 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사람에게 누가 협박편지를 보내서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중에 있다.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에서 진행중인 소송이 있는가?

이전에 상근활동을 하던 사람이 원고가 되어서 진행중인 소송이 있다. 이른바 ‘오키나와 밀약사건’에 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이다. ‘오키나와 밀약사건’이란 미국이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할 때에 그 대가로 일본이 핵무기 반입을 허용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여기에 관한 정보(녹음테이프 등)의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중에 있다.


** 지난 6월 25일 정보공개센터의 하승수 소장, 홍일표 이사가 일본의 정보공개 관련 시민단체들을 방문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연재해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