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칼럼

대구 지지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 보내드리면서...

opengirok 2009. 8. 18. 14:40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우리 정치사에 큰 별이 저물어 버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장에서 목 놓아 울던 그 모습이 생생한데,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버리셨다. 한 국민으로, 지지자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슬프다.

내 고향은 대구다. 난 대구에서 10년 가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자였다. 대구에서 그를 지지 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대구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은 운동권 학생의 치기로 인정해 줄 수 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지 한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구에서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이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가장 큰 비극인 지역감정이 바로 대구와 김대중 전 대통령 과의 관계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1997년 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가 대선 경쟁을 하고 있을 때, 열렬히 김대중 후보 측을 선전하고 다녔다. 우선 정권 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전라도의 한을 풀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은 나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하필이면 김대중이냐고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명절이나 제사가 있을 때면 친척들과의 싸움도 불사했다. 친척들에게는 광주민주화 항쟁이 광주 폭동 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사주를 받는 빨갱이에 불과했다. 그런 그를 지지 한 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 이후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 되었다. 나와 주변의 소수의 지지 자들은 너무나 기뻐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반응 때문에 크게 기뻐할 수도 없었다. 그냥 우리끼리 초촐한 자축연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고향 사람들의 반응을 잊지 못한다. 거의 아노미 상태였다. 엄청난 정치 보복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괴 소문이 돌았다. 그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거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짓 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지역 기업이 부도나기 시작했을 때 아무런 상관도 없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거론되었다. 대구는 망하지만 전라도는 공장 돌아가는 소리로 밤잠을 설친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는 이런 소문에 흔들리지 않았다. IMF로 무너져 가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를 조금씩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다음 IMF를 졸업해 버렸다. 전 세계가 놀랐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일관 된 햇볕 정책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상봉했다. 그 장면을 어느 작은 이발소에서 바라보던 나는 목 놓아 울었다. 너무나 감격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은 주일 설교로 "드디어 다윗이 골리앗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땅에 하나님은 어디 계시냐" 라고 말로 기염을 토했다. 더욱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많은 예배참가자들이 열렬히 그 말씀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도저히 그 자리를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난생 처음 예배시간에 뛰쳐 나 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나 감격적인 장면에 눈시울을 적셨다. 평양 사람들의 열렬한  반응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반 세기를 대치하던 남북은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고, 남북은 손을 맞잡았다. 한반도는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났고, 평화의 한반도로 거듭났다.

 보수층의 끊임없는 공격에도 그는 묵묵히 걸어나갔다. 그는 집권 기간 동안 엄청난 일을 해냈다. 전 세계도 이런 업적들을 인정하여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다. 물론 재임기간동안 아픔도 있었다. 두 아들이 구속되었고, 수많은 측근들이 비리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이런 것으로 그의 업적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리고 오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이라는 마지막을 말을 우리에게 남기셨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실 것이다. 대구에서 그를 지지하던 필자도 매우 슬프다.

 하지만 그의 서거로 그가 끝내 해내지 못했던 지역감정도 깨끗이 없어지길 바랄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역감정을 없애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셨던 분이다. 그가 마지막까지 안타까워 했던 부분도 이 부분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가셨지만 그가 남겼던 수평적 정권교체, 햇볕정책, IMF극복, 6.15남북선언, 노벨평화상 수상과 같은 수많은 업적들은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조금만 더 사셨으면 하는 안타까움은 있지만 그래도 평안히 그를 보내드리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어, 행복했었다.

 

남북 화해의 전도사인 김대중 전 대통령시여, 평안히 영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