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20대가 바라 본, 김대중 대통령

opengirok 2009. 8. 19. 15:36


 

     정보공개센터 강언주 간사

먹먹하다. 2009년 여름은 잔인하기만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 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마저 돌아가셨다.



대학생시절 대통령직을 그만두시고 우리학교(한신대) 개교65주년 기념으로 강의하러 오신 모습을 멀리서 본 적이 있다. 6.15공동선언을 이뤄내고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싸운 그를 환영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국민의 정부시절 신자유주의 정책의 도입으로 실망한 학생들도 있었다. 곳곳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달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는 시각은 그렇게 다양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비전’ 이라는 주제로 강연하시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불편한 몸으로 열정적인 강연을 하시고, “젊은 그대들이 이 시대의 희망” 이라며 학생들과 악수를 나누시며 환하게 웃어주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분의 파란만장한 삶이, 그 열정이 보였다.


대화를 나눠 보지도 못했다. 그저 멀리서 보았을 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한 거라곤 국민의 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지낸 나의 스승, 김성재 교수의 이야기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본 것이 전부였다. 김성재 교수는 한반도의 위기와 민족분단 등의 내용으로 수업을 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일을 향한 노력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렇게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와 통일의 상징이었다.



그런 이 시대의 큰 어른이 가셨다. 허전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멍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북받치는 설움을 감추지 못하고 울음을 토해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얼굴만 계속 떠올랐다.



대학교에 입학해 처음 배운 인물이 문익환, 김재준, 장준하였다. 모두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시며 뜨겁게 사시다 가신 분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문익환 목사님, 1989년 방북을 하시고 김일성 주석을 두 손으로 와락 안았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남으로 돌아오면 바로 구속될 것을 알고서도 방북을 감행해, 통일의 물꼬를 틀었던 통일에 대한 그의 열정이 가슴 깊이 전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과 6.15공동선언을 이뤄냈다. 남북의 통일문제,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이뤄내자는 내용이었다. 어떤 선생님은 그분을 빨갱이라며 비난했다.



나도 ‘통일이 뭐 대수인가, 어떻게 하든 무조건 통일만 되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을 하던 때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김위원장과 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았다. 가슴이 뜨거웠다. 통일에 대한 생각을 순식간에 바꾸게 한 사건이었다. 무조건이 아니라, 그것을 위해 치열히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김위원장과 꼭 잡은 그 손을 기억한다.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도 그것은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다시 그런 감동적인 순간이 올까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호전적이었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지나 MB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어렵기만하다. 통일은 아득한 이야기가 되고 있다.

 



어둡고 절망스러운 시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지금 현실을 더 참담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 참담한 현실에 주저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마라. 당신은 저승에서 나는 이승에서 모든 힘을 다해 살자. 그리고 우리들, 노무현에게 빚진 우리들 노무현을 역사에서 영원히 살립시다. ”



이제 그 말을 우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해야 한다. 당신이 이루고자 한 민족통일, 그리고 이 땅의 진정한 민주화를 위해, 민중이 주인이 되는 날을 위해 젊은이들이 나서겠다고 말이다. 그의 삶을 따라 살겠다는 말도 감히 죄송스러워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작은 우리들이 시대의 희망임을 믿는다. 젊은이들이 행동하는 양심이 된다면 분명 살맛나는 세상이 올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내드리면서, 그분이 젊은이들에게 하신 말씀을 가슴에 새긴다.


“내일은 젊은이의 것이다. 야망과 헌신에 찬 젊은이야 말로 민족의 꿈이고 희망이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셨던 김대중 대통령님 영면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