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책을 권하다.

opengirok 2010. 3. 29. 08:16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사람의 중심은 아픈 곳입니다.


신종 플루가 한창 유행일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이 엄습한 적이 있다. 머리 한 부분이 살얼음에 바늘을 문지르듯 한 차가운 고통이 계속되었고, 그 고통은 머리 전체로 퍼지기도 했다. 대학에서 특강을 하는 동안에 그 고통 때문에 강의에 집중 할 수 없었고, 그 좋아하던 밥과 술도 넘어가지 않았다. 두통약을 먹고, 잠을 청해도 그 고통은 며칠 째 계속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고통은 사라져 있었다. 말할 수 없는 환희와 쾌감을 느끼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출근한 기억이 있다. 그렇다. 사람은 아프면 온 신경이 아픈 곳을 향한다. 우리 몸은 아픔의 원인을 찾아내려고 하고, 그 아픔과 온 힘을 다해 싸운다. 그곳을 외면하고는 온 몸 전체가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아픈 곳을 치료하지 않으면 우리사회 전체가 서서히 병들고 죽어간다. 강남의 화려한 조명도 용산참사의 잔인한 불꽃을 외면하면 꺼져 버리고 만다. 용산의 아픔이 있으니 강남의 조명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사회의 아픈 곳을 노래하는 이가 있다. 20년째 시와 노래를 통해서 고집스럽게 우리사회의 아픈 곳을 쓰다듬고 있다. 우리 몸이 아플 때 의사의 처방과 약을 통해 해결하지만, 우리사회가 아플 때 그는 시와 노래로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바로 가수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상’이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사람을 노래하다(도서출판 삼인)’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사람과 자연을 향한 그의 고집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아픈 곳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픈 곳을 시와 노래로 차분히 치유하고 있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노래를 통해 감동받는 일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출강 중인 성공회 대학교의 ‘노래로 보는 한국사회’라는 과목에서 ‘노래 듣고 울어보기’란 과제를 내주면 학생들은 무척 생소해 합니다.”

그렇다. 그는 우리 노래들이 우리사회의 아픈 곳을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세상의 아픈 곳은 그의 노래 말이 되고, 음악으로 옷을 입힌 채 사람들의 마음에 노크를 두드른다.

“평화 운동가이자 사진 작가인 이시우 씨는 ‘사람의 중심은 아픈 곳’이라고 했습니다. 새 구두가 맞지 않아 발뒤꿈치가 벗겨지면 아물 기 전까지는 그 상처를 가장 많이 신경쓰게 됩니다.(중략) 손톱 밑에 큰 가시가 박힌 사람이 당장 병원에 가야 할 돈으로 멋을 내기 위해 매니큐어를 사진 않습니다.”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말이다. 그는 속담의 깊은 뜻을 들어 다시 한번 더 힘주어 말한다.

“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에서 미운놈은 자신에게 피해를 준 나쁜 사람을 뜻한다기 보다는 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수자(minority)를 의미한다고 봐야 합니다. 100명중 가진 게 있어 평범하게 사는 여럿이 아니라 가장 가진 게 없어 피눈물을 흘리는 몇 명을 가르킨 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관심은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단군 이래 최대 공사이자, 최대 환경 파괴의 현장인 4대강에 대해서도 깊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조목조목 비판한다. 하지만 비판에 그치지 않고, 그 강들의 아픔을 같이 감싸고 있다.

“자전거 도로를 깔지 않아도, 시멘트로 만든 벤치를 놓지 않아도 굳이 생태 박물관을 짓지 않아도 그곳은 이미 대자연의 너른 품으로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핵심은 강바닥을 준설하는 것입니다. 내 무릎 아래에서 찰랑대던 수심 6미터의 거대한 호수가 되어 아이들과 짐승들이 놀던 금모레톱을 빼앗고 가족이 돗자리 깔고 누웠던 강가의 평온한 휴식 공간을 뺏앗는 것입니다.”

마음이 저 밀어 온다. 몇 천 년을 그저 흘러가고 있고, 인간에게 식수와 쉼터를 제공하던 강은 어느새 살려야 하는 존재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누가 누구를 살린다 말인가? 포크레인 삽으로 뒤집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멀쩡한 사람을 수술하고 있는 착각마저 든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전쟁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다고 웅변하고 있다.

“전쟁을 기념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꼭 해야 한다면 전쟁은 ‘어떻게 사람을 죽였는가”가 아니고 ’어떻게 사람이 죽었는가‘로 기억되어야 합니다. 폭격으로 죽은 이들을 묻고 돌아온 새벽, 또 다른 폭격으로 이미 숨져 있는 딸아이를 부둥켜 안고 오열하는 아버의 심정으로 피눈물의 역사를 선명히 기록해야 합니다. 그것이 민중의 역사입니다“

전쟁을 이토록 잘 표현 한 문장을 보지 못했다.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보면서 가슴 어딘가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6.25 전쟁은 기념해야 할 것이 아니라 같은 민족들이 3년간 서로 죽고 죽이는 비극의 현장인 것이다. 전쟁은 기념할 것이 아니라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사람, 내 집 평수 넓히기에 인생의 목적을 두고 있는 사람, 운동의 목적을 상실한 채 힘들어하고 있는 시민활동가 들에게 이 책을 권유하고 싶다. 정성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명문장들 읽다보며S 아마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눈물 흘리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4대강 살리기’에 골몰하고 계시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가끔 일손을 멈추고,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면 느끼시는 게 많으실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시 한편 선물한다.


나는 네 개로 가고 너는 바다로 갔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손 내밀지 못하고 입안에서만 궁글었던

그 숱한 날의 고백을 뒤로하고

더 많이 외로우면 더 많이 그리울 거라고

나를 등지고 사람의 마을을 등지고

홀로 울며 떠나가는

강아 강아

내 마음의 강아

- [내 마음의 강]. 이지상 작사, 작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