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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정병국 의원 주유비가 기가막혀

opengirok 2010. 5. 12. 10:08


지난해 후원회 기부금으로 305차례 3768만원 사용
지역구내 한곳서 1700만원…50만원이상 14번
기부금 지출 영수증만 내면 돼 허위결제 ‘의심’
정의원쪽 “양평·가평 사무실서 차 많이 이용”




» 정병국 의원 2009년 후원회 기부금 지출내역 중 주유비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경기 양평·가평)이 2009년 사용한 정치자금 지출 명세를 신고하면서 3768만283원어치의 주유비를 썼다고 영수증을 제출해, 실제 사용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정 사무총장은 특히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한번에 50만~100만원씩 집중적으로 결제를 하기도 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공동대표 서경기)가 양평군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아 11일 공개한 정 사무총장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후원회 기부금)’를 보면, 그는 2009년 후원회 기부금 가운데 2억279만8971원을 지출했는데, 이 가운데 19%에 이르는 3768만283원을 주유비로 썼다.

주유비를 지출한 세부 명세에는 하루에 2~3차례씩 주유한 경우가 많고, 특히 정 사무총장의 지역구인 양평군 소재 가야주유소에서 47차례에 걸쳐 1700만6000원어치를 주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국회 앞 경일주유소에서 지난해 511만4050원(57차례)을 지출한 것에 견줘 봐도 3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정 사무총장이 한번에 50만원 이상 주유했다고 영수증을 제출한 경우도 모두 가야주유소에 집중됐다. 이 주유소에서 정 사무총장이 50만원 이상 주유한 경우는 모두 14차례이고, 금액은 1025만여원에 달했다.

더구나 국회의원들에게는 지난 한해 동안 1140만원(월 95만원)의 차량지원비(주유비)가 현금으로 지급됐다. 만일 이 지원비가 지급 용도에 맞게 사용됐다면, 정 사무총장은 1년 동안 5000만원 가까운 돈을 주유비로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 사무총장의 보좌진은 “지역구인 양평·가평군이 각각 서울보다 큰 지역이어서 차량으로 활동하려면 주유비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액의 주유비 결제에 대해 정 사무총장은 “선관위에 등록된 카드가 지구당에 하나밖에 없는데, 회계담당자가 지구당 사무실 앞에 있는 주유소에 (밀린 주유비를) 정기적으로 결제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여전히 석연찮은 부분이 눈에 띈다. 신고 명세를 보면 지난해 10월2일에 84만9000원을 결제한 뒤, 같은 달 14일과 30일에도 각각 67만4000원, 100만1000원어치를 결제했다. 그 전달인 9월15일에도 100만원을 결제한 뒤 불과 일주일 뒤인 22일에 또 100만원을 결제했다.

현행 정치자금법 규정상 국회의원들은 1년에 한차례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를 선관위에 내야 한다. 정치자금은 모두 선관위에 등록된 카드로 지출해야 하는데, 주유비의 경우 업무용으로 쓰는 일상적인 경비로 분류돼 영수증만 첨부하면 된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주유비를 검증하는 특별한 기준은 따로 없지만, 매일 주유를 한다거나 50만원 이상 고액을 지출하는 등 상식에 어긋날 경우 해당 국회의원에게 설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양평군 선관위 관계자는 “2009년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는 6·2 지방선거 이후에 검토하라는 방침에 따라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며 “실사할 때 필요하면 (정 사무총장의) 해명을 받겠다”고 말했다.

 

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몇십만원씩 거의 매일 주유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만약 정상적인 주유비가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된 부분이 있다면 ‘정치활동 외의 용도’이거나 허위 회계보고에 해당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