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우리동네 국회의원 정치자금 감시할 사람 없나요?

opengirok 2010. 5. 12. 16:12

하승수(변호사,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정병국 의원이 1년에 3,700만원이 넘는 정치자금을 주유비로 썼다고 회계보고한 것에 대해 관심이 뜨겁습니다. 저는 이렇게 많은 돈을 주유비로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정병국 의원의 해명도 궁색하구요.


그리고 언론에 보도된 선관위 관계자의 멘트도 웃깁니다. '지방선거 끝나고 해명을 들어보겠다'고 하는데, 해명만 듣고 끝낼 문제가 아닌 것같습니다.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 할 문제이지요.


저는 그동안 정치자금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감시해 왔습니다. 수단은 정보공개청구입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합법적인 정치자금은 감시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불법적으로 뇌물을 받거나 하는 것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감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감시할 수 있는 것부터 감시해야 시민이 주인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국민의 세금이나 '공적인 자금'이 '눈먼 돈'처럼 잘못 쓰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혜택은 엄청납니다. 수당과 상여금 등을 합치면 연봉만 1억 1,000만원 대라고 합니다. 게다가 국회의원 1명당 6명의 공식 비서진이 있습니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1명, 6급 비서 1명, 7급 비서 1명, 9급 비서 1명의 연봉을 합하면 2억 8000만원이나 됩니다. 이런 비서진 인원은 계속 증가해 왔습니다. 예산과 법률을 주무르는 국회의원들이다 보니 자기 밑에 있는 사람들은 계속 늘려온 것입니다. 게다가 의원 차량 유지비, 의원 KTX 이용 등 각종 지원까지 포함하면 국회의원 1명을 유지하기 위해 연간 5억원 이상의 세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또 후원회를 둘 수 있습니다. 후원회를 통해 1년에 1억5천만원(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까지의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습니다.


정치자금은 개인들로부터 모금하는 것이지만, 정치자금에는 세제혜택이 주어지므로 '공적인 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정치자금을 정치활동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뉴시스>

이렇게 많은 돈을 사용하는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제대로 돈을 쓰는 지를 감시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시민단체들이 감시한다고는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시민들이 자기 동네 국회의원을 감시하는 것입니다.


우리동네 국회의원이 무슨 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 지를 감시하는 방법은 정보공개센터 자문위원이기도 한 춘천MBC 박대용 기자님이 정리하신 것이 있습니다(아래 글을 클릭하세요).


http://www.opengirok.or.kr/843

오늘 저는 국회의원들이 모금한 정치자금을 감시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활용하면 우리 동네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을 얼마 모금해서 어떻게 쓰는지를 감시할 수 있습니다.


1. 정보공개청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할 수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가셔서 회원가입하고 로그인을 한 후에 정보광장 코너에 가서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2. 정보공개청구할 내용은 아래와 같이 적으시면 됩니다. 그러면 고액 기부자 명단과 총 얼마의 정치자금을 모아서 어떻게 썼는지에 관해서 정보를 받아 볼 수 있습니다. 


  - 0000년에 000국회의원 후원회에 300만원을 초과하여 후원한 기부자 명단
  - 000국회의원 후원회가 선관위에 제출한 2*** 년도 정치자금 수입.지출부
  - 000국회의원이 선관위에 제출한 2***년도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와 정치자금 수입.지출부


그리고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에 공개방법은 복사본을 선택하셔야 사본을 받아서 분석할 수 있습니다.


3. 좀 헷갈리실 수 있는 부분은 '국회의원 후원회'와 '국회의원'이 각각 회계보고서를 선관위에 제출하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돈이 "후원자 => 국회의원 후원회 => 국회의원"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원 후원회'와 '국회의원'이 각각 장부를 적고 회계보고를 합니다.


4. 이렇게 하면 우리 동네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수입.지출에 관한 장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영수증과 통장사본은 선관위에 가서 눈으로 볼 수만 있는데, 그것도 기간제한이 있습니다. 대략 그 다음해 2월에서 5월초사이에만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09년도 영수증과 통장사본은 2010년 2월초부터 5월초 사이에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영수증이나 통장사본을 복사도 안해주고 열람기간도 3개월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작년 9월에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입니다. 제발 이 소송에서 이겨서 영수증까지 복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아마 정치자금은 엄청나게 투명해 질 것입니다.


5. 한가지 아셔야 할 것은 1명의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관련 자료를 받아 보려면 대략 1-2만원 정도의 수수료와 우편요금을 든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감수하셔야 할 것같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드리고 싶은 것은 뜻있는 유권자들이 자기 동네 국회의원의 정치자금을 감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 사람 또는 어느 한 단체가 감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자료의 분량이 너무 많고, 지속적으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유권자 299명이 국회의원 1명씩을 맡으면 모든 국회의원의 정치자금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꾸준히 하면서 다른 지역 국회의원 자료와도 비교하면 어디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그래서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하시겠다는 의지가 있는 분들이 모이면 좀더 자세한 노하우는 같이 시도해 보면서 쌓아가면 될 것같습니다.


우리동네 국회의원 정치자금 감시하겠다는 분은 아래에 댓글로 자기가 맡을 국회의원과 본인 연락처를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에는 꼭 자기 지역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제일 문제있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부터 할 수도 있겠지요.^^ 하시겠다는 분들이 모이면 한번 모임을 잡아서 노하우도 나누고 계획도 잡아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