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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아이 잡아먹는 할머니', MB정부와 닮았다

opengirok 2010. 5. 31. 15:33


 

[주장] 유언비어는 불안감에서 나온다...



천안함 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최근 검찰과 경찰이 천안함과 관련해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자들을 엄청 대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게다가 정운찬 총리는 전 부처에 인터넷 등에 유포 중인 유언비어를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미네르바를 구속시켰던 전기통신기본법,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의 법규를 적용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유언비어라는 단어가 이렇게 널리 퍼지는 것을 보면서 과거의 추억을 한 가지 얘기해 볼까 한다. 군사정권 시절, 필자는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당시 하루가 멀다 하고 데모가 일어났고, 최루탄 냄새는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특히 경북대학교 뒤에 있었던 우리 동네는 최루탄 냄새로 엄청난 고통을 당했다.

 

아이 잡아먹는 할머니부터 평화의 댐까지

그 시절 유언비어가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아주 무섭게 생긴 할머니 괴물이 밤마다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이었지만 이 얘기는 초등학생 중심으로 엄청나게 퍼져 나갔다. 당시 이 소문이 얼마나 심각하게 퍼졌으면, 밤에 부모님 심부름으로 가게를 다녀오거나 집에 혼자 있는 친구들은 거의 '아노미' 상태에 빠질 정도였다. 심지어 학교 선생님들까지 나서서,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아이들을 달랠 정도였다. 당시 흉흉했던 사회상을 반영하는 유언비어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정부 발 유언비어도 많이 있었다. 주로 북한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가장 충격스러운 유언비어는 '평화의 댐'이었다. 북한이 금강산댐을 건설하여 물을 채운 다음에 그걸 터트려서 서울을 물바다로 만든다는 말을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발표했다. 당시 9시뉴스에서 모형과 그림으로 국회의사당과 63빌딩 반이 잠기는 장면을 국민들에게 보내주었는데 그걸 보고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지금 생각해도 쓴 웃음만 나온다. 당시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아 학교 성금 함에 돈을 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이런 발표를 한 정부 당국자들이 처벌을 받았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이외도 우리 사회는 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온갖 유언비어들이 돌아다녔다. 그럴 때마다 정권에서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자들을 처벌했으면 엄청난 전과자들을 양산했을 것이다.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유언비어를 만든다


그러면 유언비어는 무엇이고, 왜 나타나는가? 포털 사이트에 유언비어라는 단어를 기입해보니 재밌는 검색결과가 나왔다.

 

"유언은 민중 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가는 정보이다. 유언비어는 커뮤니케이션의 회로가 자유롭지 못하고, 또 일방적 커뮤니케이션만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생겨난다. 그 같은 사회에서는 권력 편에 유리한 정보만이 민중에게 전달되므로, 그러한 정보로 현실적인 사건들이 합리적으로 해석될 때에는 생겨나지 않지만, 정보와 현실 사이에 갭이 있을 때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불안해져 현실을 어떻게든 해석하기 위해 갖가지 정보를 만들어 내게 된다.(두산 대백과 사전, 네이버 검색)"

 

검색 결과처럼 유언비어는 커뮤니케이션이 쌍방향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흐를 때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면 정부는 이런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우선일까? 이런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게 우선일까? 당연히 국가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유포되지 않도록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천안함과 관련해서 왜 유언비어가 이렇게 넘쳐나는 것일까? 일부 양식 없는 세력들이 국가를 전복하고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려고 그러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일반시민들은 본인이 보고 들은 대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것이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적당히 맞물려 새로운 정보를 양산하는 것이다. 이런 유언비어 생산은 역사 속에서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어났다. 또 과거에는 유언비어들이 구전으로 흘러 다녔지만 요즘은 게시판, 메신저, 트위터 등 인터넷을 통해서 퍼져나간다. 과거와 다르게 이런 공간들이 바로 시민들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언비어들을 이런 인터넷 공간에 남긴다고 해서 처벌한다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다.

 

천안함 사건은 정부와 국방부 스스로 반성해야 할 지점들이 많다. 국방부는 사건 초기부터 군사기밀 운운하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사건 초기 시민단체들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전면 비공개'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군사기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비공개의 실익보다 공개의 실익이 더욱 클 때는 공개하는 것이 상식이다. 영국은 공익검증제도로 비공개 및 비밀기록도 공개의 실익이 클 때에는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군사기밀보호법에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거나 공개함으로써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을 때는 군사기밀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행태를 되돌아보지 않고,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자들을 처벌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물론 신분을 사칭하거나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주장들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공권력을 사용해 처벌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유언비어는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또 다른 표현의 방식이다. 불안해 하는 사람에게 위로를 하지 못할 망정 그 불안감을 처벌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유언비어를 잠재워 나가야 한다. 처벌한다고 유언비어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순진한 생각이다. 당장의 효과는 있을지 모를지언정 유언비어는 우리사회에 더욱 퍼져나갈 것이고, 우리 사회는 더욱 불안감에 떨게 될 것이다.

 

정부 당국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