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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민선5기 ‘새로운 자치 시대’]예산, 어떻게 써야 하나

opengirok 2010. 7. 9. 10:47


 

ㆍ합천·영양 무상급식·방과후 학교 지원
ㆍ‘인재 육성·복지’ 단체장 의지 담겨

서울특별시와 전라북도. 서울시는 재정자립도가 가장 우수한 광역단체다. 전라북도는 16개 시·도 중 재정자립도가 뒤에서 두번째다. 그러나 무상급식 관련 예산은 전북이 가장 많고 서울시의 지원 예산은 ‘0원’이다. 무상급식 실시 여부는 ‘예산’ 문제가 아니라 ‘의지’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지방자치단체 예산 운영은 결국 돈이 얼마나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있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다.

경상남도 합천군에서는 군내 초·중·고 37개 학교 4700여명의 학생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합천군의 가용예산은 2800억원이고 재정자립도는 12%에 불과해 경남도 10개 군 평균 15.1%보다 낮다. 군수는 물론 군의원 10명 가운데 9명도 무상급식에 부정적 입장인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무상급식과 같은 정책 결정은 당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라 자치단체장의 철학과 의지의 문제라는 뜻이다. 합천군은 한해 17억여원을 들여 전체 무상급식 비용의 절반을 부담했다. 나머지 절반은 교육청 특별회계 예산 16억여원이다. 군비 17억원으로는 식품비 9억5000만원과 친환경농산물 구입비 5억3000만원, 급식관련 운영비와 인건비 1억8000만원 등에 사용한다.


경상북도 영양군은 3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업성취도 결과 전국 2위를 했다. 경북의 ‘오지’로 꼽히는 영양군이 이와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학교장과 교사들의 열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내 초등학생은 모두 768명밖에 안 되지만 영어는 서울 강남(95.5)과 엇비슷한 실력으로 2위를 차지했다.


영양군은 1842억원의 일반회계 예산 중 10분의 1 정도만 자체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재정상황이 열악하다. 그러나 군은 방과후 학교 지원을 위해 5억원, 학교 환경개선 사업비로 8억원, 영어체험학습비로 3억원 등 매년 18억원씩 교육청에 지원하고 있다. 군 내의 학생 수가 1800여명인데 지자체가 학생 1인당 100만원 이상씩 지원하는 셈이다. 반면 서울 구로구는 학생 수가 4만9000여명이지만 구청에서 지원하는 방과후 학교 관련 예산이 12억원밖에 안 된다. 영양군청 기획감사실 혁신교육담당 김보현씨는 “교육에 집중 투자해 인재를 길러내서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단체장의 ‘의지’가 녹아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충청남도 천안시에서는 복지예산을 만들기 위해 지역 복지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와 복지기관이 나섰다. 지역내 10개 사회복지 기관·단체는 2002년 ‘살고싶은복지도시 천안네트워크’를 결성해 ‘천안을 복지세상으로 만드는 33가지 방법’이라는 사회복지 정책제안집을 발간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복지를 주제로 한 시장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개최했고 이때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하면서 후보자들에게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안 예산을 만들기 위해 매년 천안시 예산집행 현황과 사회복지 실태를 분석, 분야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필요한 사업을 도출한 후 예산안을 작성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토론회를 통해 행정기관에 자신들의 안을 제안한다. 대안 복지예산 제안 사업 첫 해인 2005년도에는 제안 대비 실제 반영 비율이 6.8%에 그쳤으나 2006년에는 56.4%로 급상승했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하승수 운영위원은 “천안시의 사례는 같은 예산이라도 주민들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라 달리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민선5기에는 자치단체장의 철학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일어난다면 그것이 진정한 ‘아래에서의 자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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