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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명의 1일 도지사, 재미있는 시도네요.

opengirok 2010. 10. 20. 14:19



하승수(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충남 부여에서 열리고 있는 '제1차 충남도민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약간 생소한 이름의 이 행사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한 것같습니다. 도지사를 비롯해서 정무부지사, 충남발전연구원장이 모두 참석하셨네요.

이 행사를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지역주민, 전문가, 시민단체,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322명이 오늘 하루는 1일 도지사가 된 기분으로 충청남도가 앞으로 어떤 정책에 중점을 둘 것인지?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충남도민이 아닌 저는 평가자문단이라는 역할을 부탁받아 내려와 있는데요. 1차 충남도민 정상회의를 평가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내는 역할입니다. 






10시에 시작했는데, 안희정 지사가 먼저 인사말을 했습니다. 안희정 지사가 그런 얘기를 하네요.

도지사가 되고 보니 열심히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하루에 열 몇시간씩 들으러 다닌답니다. 그런데 다 듣고나서 밤에 생각해보면, 이 많은 이야기와 요구들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 지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혼자서 결정할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구요.


그래서 자신이 결정할 것이 아니라 도민들과 함께 결정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충청남도가 내년예산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예산규모가 1,000억 정도 된답니다. 중앙정부에서 용도를 정해준 돈, 시.군에 보내줘야 하는 돈을 제외하면 실제로 충청남도가 결정할 수 있는 돈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은 셈입니다.

그 1,000억원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따라 충청남도 주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 결정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서 하자는 것입니다.

참여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하는 이야기인 것같아서 좋았습니다.


충남도민 정상회의의 진행방식은 도지사 공약사항과 새롭게 제안된 정책과제 등을 감안하여 미리 선정된 8개 분야 169개의 과제를 놓고 즉석 투표도 하고 토론도 하면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322명이 전체 충청남도 주민들의 의사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사전에 미리 여론조사도 하고 해서 나름대로 골고루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을 한 것같습니다. 

문제점도 보입니다. 여성들의 비율이 20%밖에 안 됩니다. 참여자를 공개모집하기도 했다는데, 아직까지 여성들의 참여가 저조한 탓도 있는 것같습니다. 

처음 하는 것이라서 문제점도 보이지만, 참여하는 분들은 상당히 진지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토론하는 시간에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진지하게 토론을 하시는 모습입니다.


토론의 규칙도 정해져 있습니다. 1사람이 1번에 1분 이내에서 발언하게 되어 있습니다. 





어쨌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건 좋은 것같습니다. 새로운 시도가 없이는 변화도 없으니까요.

다만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더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계속 보완해가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쨌든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기 권력을 내놓고 함께 결정하자고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데, 안희정 도지사가 좋은 시도를 하려는 것같습니다.

사실 정보만 있다면, 그리고 충분한 설명만 듣는다면 주민들이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주민들이 가진 상식이나 지혜로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믿고 노력하는 것이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