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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대자루로 ‘기록물’ 버리는 나라

opengirok 2010. 10. 27. 11:19
ㆍ정부·공공기관, 전문인력 없이 관리 엉망
ㆍ처벌 규정 미비… 기록원, 현황파악도 못해

지난달 7일 민주당 의원들은 상지대 사태와 관련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회의록 공개를 교육과학기술부와 사분위에 요구했다. 시민단체의 회의록 공개 요구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섰던 사분위는 국회에 회의록을 폐기했다는 답변을 보냈다. 시민단체는 사분위원장과 전 교과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3월 강원 인제군은 기록물을 마대에 넣어 버리려다가 행정안전부 기록물관리실태 감사에서 적발됐다. 사무실 구석에 있던 마대 속에는 1년, 3년, 5년, 10년, 30년, 준영구, 영구 기록이 섞여 있었다. 법적으로 보관해야 할 문서들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 폐기된 것이다. 

정부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가 엉망이다. 법에 정해진 기록물관리요원을 두지 않은 곳이 많고, 문서 폐기에 앞서 문서에 대한 중요도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기록물관리법) 50조에 따르면 ‘기록물을 무단 파기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이 기록물 폐기와 관련해 해당 국가기관이나 정부부처를 고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가기록원은 한 해 동안 공공기관이 얼마나 많은 양의 기록물을 만들고 폐기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국가기관은 매년 8월 말까지 전년도 기록물 생산현황을 국가기록원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는 3년 연속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기록물관리전문요원도 두게 돼 있지만 이 역시 지키지 않아도 처벌규정이 따로 없어 자치단체가 전문요원 채용을 미루고 있다. 전국 246개 자치단체 중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이 배치된 곳은 지난달 말 현재 169곳으로 69%에 불과하다. 국가기록원 강성찬 사회기록관리과장은 “관리 부실을 인정한다”면서 “체계적인 기록물 관리를 위해 올해 ‘통합온나라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정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