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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보공개센터 공동기획③]‘비리 금배지’도 매달 120만원 받는다

opengirok 2011. 6. 23. 11:08



세금으로 65살 이상 전직 의원들에게 매달 120만원씩의 지원금을 주고 있는 헌정회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들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전·현직 의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헌정회 정관을 보면, ‘금고 이상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자’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던 것이 2009년 9월 ‘금고 이상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면제되지 아니한 자’만 받을 수 없도록 개정됐다. 이에 앞서 2007년 1월에는 지급 제외 대상에서 ‘국회의원 재직기간 1년 미만인 자’가 삭제됐다. 이에 따라 현행 규정상으론 선거법을 위반해 국회의원 당선무효 등의 판결을 받았을지언정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지냈어도, 또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형 집행만 끝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헌정회 정관 개정은 국회의장의 승인을 받아야 효력이 생긴다.

65살 이상 전직의원 누구나 세금서 조성한 헌정회 지원금


헌정회 관계자는 2009년 정관 개정 이유에 대해 “야당 의원으로서 정치적인 탄압을 받아 전과자가 된 분이 상당수인데 이들에게도 지원금을 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 이들 가운데는 학교 운영비 100억여원 횡령과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박재욱(73), 현대 비자금 사건 관련 권노갑(81), 이훈평(68),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며 6000만원을 받은 박명환(73) 전 의원 등이 있다. 또 상지대 입시부정과 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문기(79), 농협 회장 때 6억원을 횡령한 원철희(73), 세계태권도연맹 등의 공금 38억여원을 횡령한 김운용(73) 전 의원도 혜택을 받게 됐다. 17대 대통령선거 불법 자금 관련자로는 김영일(69), 최돈웅(76), 서청원(68), 신경식(73), 정대철(67), 이재정(67) 전 의원 등이 있고, 12·12와 5·18 관련 군사반란 및 내란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학봉(73), 박준병(78), 정호용(79), 허삼수(75), 허화평(74) 전 의원,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관련자로는 금진호(79) 전 의원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재원은 모두 국회 예산이다. 지난해 헌정회 운영을 위한 지원금(9억8000여만원)과 연로회원 지원금을 합해 122억여원의 세금이 지출됐으며, 올해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예산안보다 1억9600만원을 늘려 125억여원을 편성했다. 1988년 70살 이상에게 매달 20만원씩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돼 지원 금액과 지원 대상도 계속 확대돼 왔다. 6월 현재 728명이 연로회원 지원금을 받고 있으나 명단은 “개인정보에 해당돼 공개할 수 없다”고 헌정회는 밝혔다.


유죄확정뒤 형집행 끝나면 지급…수백억대 재산가라고 해도 혜택

단지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으로 연금을 주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도 높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생활수준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17대 국회의원 재산등록 때 100억여원을 신고한 김혁규(72), 42억여원의 김종인(71), 16대 때 149억여원을 신고한 안대륜(71) 전 의원 등이 지원금을 받고 있다. 15대 국회의원으로서는 쌍용그룹 전 회장으로 1334억여원을 신고했던 김석원(66), 427억여원의 지대섭(68), 385억여원의 이인구(79), 275억여원의 신영균(83), 185억여원의 김문기, 167억여원의 최돈웅, 149억여원의 정희경(79), 129억여원의 정재문(75), 124억여원의 조진형(68) 전 의원 등이 지원 대상이다. 또 14대 의원으로서는 123억여원의 송두호(83), 167억여원의 김옥천(71), 107억여원의 국종남(74), 100억여원의 김충현(65) 전 의원 등이 있다.

공직서 보수땐 제외규정 불구 실제로는 확인 않고 모두 줘


이에 따라 국회 운영위의 예산안 검토보고서도 매년 “생활수준을 고려해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

헌정회 정관에서는 다만 공무원과, 정부투자기관, 재투자기관 및 공직자윤리법에 정한 공직 유관단체, 지방자치단체와 그 산하기관에서 매월 일정액의 보수나 업무추진비, 기타 이와 유사한 명목의 활동비를 지급받는 임직원은 지급 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사유로 지원금을 주지 않는 경우는 없다. 헌정회가 지급 제외 규정에 해당되는 전직 의원이 있는지를 조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헌정회육성법’ 개정 때 “헌정회의 장은 지급 대상 해당 여부의 확인을 위해 필요한 경우 본인의 동의를 받아 국가기관, 공직 유관단체, 그 밖의 공공기관의 장에게 해당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받은 기관·단체의 장은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체 없이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지만, 헌정회 쪽은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공공기관 등에서 보수를 받는지) 조사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아예 자료 제공에 대한 동의 여부조차 묻지 않고 있다. 헌정회 쪽은 다만 “재력가 등은 본인이 일단 지원금을 받아 어려운 회원들이나 대외 봉사활동 등에 쓸 기금으로 내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기금으로 납부하는 인원은) 50명 정도가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