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평화의 섬 제주에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opengirok 2011. 9. 1. 13:44
평화의 섬을 지켜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하면서 ‘종북좌익 척결’을 외치더니,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강정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 시민단체 회원을 구속시키는가 하면, 앞으로도 초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대검찰청에서는 제주 강정 해군기지를 구실로 공안대책회의가 열렸다. 서귀포경찰서장은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경질됐다.
 
한마디로 공권력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무사하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정권이 경찰들에게 던진 것이다. 

이제 법원의 가처분결정까지 내려진 상황이니, 언제 공권력을 투입해서 강경진압을 할 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하기 이전에 사건의 경위부터 돌아봐야 한다.
 
강정 해군기지 문제의 발단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밀실 정책결정에 있었다. 

80명밖에 안되는 주민들이 참석한 마을총회가 강정 해군기지를 결정한 유일한 근거였다. 

그러나 당시의 마을총회는 마을규약에도 어긋난 것이었고, 그 이후에 마을주민들의 자치적인 주민투표에 의해 절대다수의 주민들이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중간에 여론조사를 하기도 했지만, 원데이터조차 공개하지 못하는 부실한 여론조사가 정책결정의 근거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해군기지를 강행했던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민중의소리



이런 비민주적인 절차진행에 대해 항의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그동안 번번이 묵살당해 왔다. 

주민들은 최대한 평화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정부는 벽창호처럼 묵묵부답이었을 뿐이다. 그것이 오늘의 상황을 낳은 것이다. 

그렇다면 책임은 정부에 있고 해군에 있다. 평화를 깬 것은 주민들이 아니라 정부다.
 
그런데 정부는 자신의 잘못은 되돌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주민들을 ‘불법’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인권이나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설 자리는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비민주적인 정책결정을 했을 때,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을 견디지 못하고 힘에 의존하는 정부는 정당한 정부라고 할 수 없다.

한편 정부의 비밀주의적 행태도 다시 짚어야 한다. 정부가 과연 강정 해군기지를 밀어붙이는 저의가 무엇인가? 

누가 보더라도 대 중국 견제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그리고 미국의 군사전략과 연계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강정해군기지가 과연 대한민국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리고 해군기지에 그치지 않고 공군기지가 들어올 것이라는 많은 도민들의 우려를 정부가 해소시켜준 적도 없다. 

이런 중요한 정책결정이 밀실에서 폐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제주는 과거 국가폭력에 의해 수많은 생명이 희생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섬이다. 

그래서 정부가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것이 엊그제의 일이다. 

그런데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다시 국가공권력을 동원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억누르려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태도인가?

한편 제주도지사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제주도지사를 뽑아준 것은 도민들이지 중앙정부가 아니다.
 
이렇게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도지사는 직을 걸고서라도 주민들을 지켜야 한다. 

전임 도지사 때에 이미 결정된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도 현직 도지사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임 도지사 시절에 강정 해군기지와 관련해서 이루어진 여러 잘못된 행태들, 중앙정부와 밀실에서 이루어진 여러 대화들을 공개하고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도의회도 마지막까지 주민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바를 다해야 한다. 평화의 섬 제주에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