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장정욱 회원] '최고인기와 부패' 공직자의 두 얼굴

opengirok 2009. 1. 6. 13:10

"최고 인기와 부패" 공직자의 두 얼굴

- 공직자의 이해충돌 해소해 '인기 직업'보다 '좋은 직업' 돼야..

정보공개센터 장정욱 회원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



 우리나라의 최고 인기직업은 무엇일까? 답은 어렵지 않다. 공무원이다. 언제부터인가 공무원이 최고의 인기 직업이 되었다. 공무원이 배우자의 직업으로 최고라는 것은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상식이 되었다. 수많은 공무원 준비생들은 이제 하나의 사회현상이다. 공무원 교재 판매와 학원 등은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했다. 또, 서울지역의 공무원 채용시험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엄청난 지방수험생들의 상경모습이 뉴스가 된다.

<사진출처: 한국경제>

 그런데 공무원에 대한 다른 뉴스도 쉽게 접하게 된다. 국내거주 외국인의 절반이 한국공무원이 부패했다고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응답자의 절반정도는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답했지만 동료나 가까운 사람들의 경험도 20%,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도 11%정도나 됐다. 그 외에도 공무원의 부패사건이 심심치 않게 보도가 되고 있다.

작년 말 기상청 납품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남부지검은 8일 하청 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접대 받고 편의를 봐준 기상청 5급 공무원 한모씨(48)와 전 기상청 사무관 김모씨(60)를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국민들은 뇌물받고 구입한 엉터리 기상장비로 일기예보를 하니 매번 틀리는 것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으나 기상청 직원들은 고작 270만원을 갖고 호들갑이냐는 반응이라고 한다.

얼마전 한국사회를 뒤흔든 ‘쌀직불금’ 부당수령의심자의 상당수가 공무원임이 알려져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애초 부당신청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불러온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이다. 이봉화 차관은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전력으로 임명당시부터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사진출처 : 세계일보>

사법처리의 대상은 아니지만 공직윤리위반으로 문제된 공직자들도 있다. 수당을 불법적으로 받아낸 공무원, 이과수 폭포로 외유를 가서 지역주민의 반발을 산 자치단체장들이 있었고 몇 년전에는 산자부와 재경부의 차관들이 나란히 사표를 쓰고 자신이 공직에 있었을 때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취업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이후 이들의 재취업은 밀접한 업무연관성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는 이유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기는 하였으나 퇴직공직자의 ‘이해충돌’ 행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더욱 문제인것은 이런 사건들이 계속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최고의 인기직업인 동시에 가장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공직자다. 공직자들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같은 범죄도 공무원에게 무겁게 처벌하고 법적으로 불법이 아닌 행위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 공직자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는 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나 공직자의 윤리가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것은 공직자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헌법 제 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공무원을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공무원은 자신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공직에 지원하지 말았어야 옳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공직자들이 이것을 잊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공직자의 윤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형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 있어야 한다. 물론 현재도 공무원행동강령이나 공직자윤리법이 있으나 현재의 내용만으로는 많은 한계가 있다.

우선 ‘이해충돌’의 문제에 대해서 기존의 법·제도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단순히 공직자의 재산을 등록하고 공개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서 공직자의 공직수행과 관련된 이해충돌의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제도가 공직자들의 재산의 많고 적음, 혹은 위법에 대한 판단 정도에 머물고 있을 뿐, 이해충돌의 회피에 대해서는 제대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공직을 수행할 때 자신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다양한 갈등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공익과 공무원 개인의 사적 이해가 충돌하게 된다. 공직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이해충돌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이해충돌이 비윤리적 행위나 적극적인 부패로 발전하는데 있다. 공직윤리법이나 공무원행동강령이 예방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해충돌의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이해충돌을 해소하기 위한 제대로 된 규정과 절차를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에 대한 충분한 규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로는 이해충돌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여 이해충돌의 개념을 정립하고 이해충돌을 막을 수 있도록 ‘퇴직 후 취업제한’이나 부적절한 청탁 등의 ‘이해충돌행위제한’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는 자신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힘든 길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공직자가 되려고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물론 능력이 뛰어난 공무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무원열풍이 좋은 점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공무원 열풍은 자연스럽지 않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직자가 국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힘든 길임을 공직자들이 자각하고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직자윤리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사람들이 공무원에 매달리지 않게 하는 확실한 길은 공무원보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