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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동 칼럼

[공개사유] 정당의 경선 공고, 시각장애인은 볼 수 없다?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 중인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정당의 경선 공고, 시각장애인은 볼 수 없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선거의 계절이다.  대다수 정당이 대선 후보를 선출하거나, 막바지 경선에 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같은 주요 정당들은 각각 216만 명, 57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선거인단을 구성하여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을 치렀다. 경선 기간 동안 각 정당 홈페이지에는 후보 등록자는 누구인지, 선거 일정과 룰은 어떻게 되는지, 중도 사퇴자가 있는지 등 각 당 선거관리위원회 명의의 공고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각 당 홈페이지에서 경선과 관련한 공고를 살펴보다가 깨달은 것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선거 관련 공고를 이미지 파일로만 올리고 있지, 텍스트나 대체 텍스트, 혹은 워드 파일 등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경선과 합동연설회 일정을 알리는 ☞공고문은 상당히 많은 정보 값을 담고 있지만, 이미지 파일만 올라와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 공고ⓒ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의 ☞공고문역시 마찬가지다. 경선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공고에 신청 기간부터 신청 방법까지 많은 내용의 정보가 들어있지만, 이를 텍스트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만 확인할 수 있다. 누가 보더라도 워드 문서로 작성한 공고문이지만, 정작 홈페이지에는 굳이 이미지 파일로 업로드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 후보 선출과 같은 중요한 내용을 이미지 파일로만 공고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 공고에 포함된 웹사이트 주소 등을 긁어서 복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무엇보다도 시각장애인의 경우 이미지 파일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시각장애인이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는 화면에 나타나는 정보를 음성으로 출력하는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이런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은 이미지 파일의 글자들을 인식하지 못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는 모든 법인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전자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따라서 공공기관이나 법인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경우 ☞웹콘텐츠 접근성 지침에 따라 텍스트가 아닌 콘텐츠에는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는 별도의 텍스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올해 2월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여 시각장애인용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았던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이 원고인 시각장애인들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하고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 후보자와 정당 역시 장애인의 참정권 행사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특히 제27조 3항은 공직선거후보자와 정당은 장애인에게 후보자와 정당에 관한 정보를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당의 경선과 관련한 주요 공고문을 대체텍스트 없이 이미지로 제공하는 것은 명백히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 공고ⓒ자료사진

 

그렇다면 다른 정당의 경우는 어떨까? 국민의당 역시 대선 후보 추천 ☞공고를 이미지 파일로 올렸다는 점에서 양당과 차이가 없었다.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의 경우 대선과 관련한 공고문을 기본적으로 텍스트만으로 올리고 있다. 원내 정당이 아닌 ☞진보당 역시 마찬가지다. 소수정당들이 고려하고 있는 웹접근성을, 대형 정당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셈이다.

 

21대 국회의 유일한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과거 인터뷰에서 의정 활동에서 느끼는 어려움으로 그림이나 스캔 파일로 된 문서들을 읽기 곤란하다는 점을 토로한 바 있다.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의 정보접근성 확대를 위해 점자형 선거공보물 면수를 확대하고, 음성이나 점자가 제공되는 디지털 파일을 USB로 제출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김예지 의원이 소속된 국민의힘은 자당의 국회의원도 대선과 관련한 공고를 확인하기 어렵도록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상황인 것이다.

 

시각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김예지 의원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자료사진

 

시각장애인의 웹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는 단순히 정당의 공고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에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홈페이지 역시 웹접근성 보장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관련 영상:보이스오버로 읽히지 않는 시장 후보자들 웹사이트 ^-_-)

 

 

박영선 후보의 경우 홈페이지의 주요 내용이 대체 텍스트 없이 이미지로 되어 있어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으로 도저히 공약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세훈 후보는 블로그를 통해 공약을 발표했는데, 블로그의 구조 특성상 공약이 있는 게시물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그나마도 세부 공약 내용은 PDF 파일로 올려놓아 스크린 리더로 살펴볼 수 없었다.

 

공고문이나 공약집 역시 기본적으로 문서 형태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령 이미지 파일을 사용하더라도 대체 텍스트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예산이 더 드는 것도 아니고, 단지 약간의 주의와 노력이 필요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정당 활동의 대상으로 시각장애인 유권자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을 갖추고 있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본격적인 대선 일정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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