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평가는 ‘기록’으로 이루어져 한다.

opengirok 2009. 6. 2. 14:34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평가는 ‘기록’으로 이루어져 한다.

대통령기록관은 서둘러 공개작업 시작해야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한 지 10일여일이 지나가고 있지만 온 국민들의 슬픔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여전히 분양소에는 시민들이 찾고 있으며, 사회 곳곳에서 노무현 지향과 가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참여정부 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작업이 빠르게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겨 놓은 대통령기록에 대한 것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한 기록은 총 825여 만 건이고 이중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기록물로 인식되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등록되어 있는 기록이 37만 여건이 된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이란 △법령에 따른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대내외 경제정책이나 무역거래 및 재정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정무직공무원 등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 및 관계인의 생명·신체·재산 및 명예에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기록물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및 자문기관 사이에 생산된 의사소통기록물로서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기록들은 15년 범위 및 최대 30년 동안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의결이 이루어진 경우 △관할 고등법원장이 해당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발부한 영장이 제시된 경우에는 그 이전이라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8년도에 대통령기록 유출 논란과 쌀직불금 관련 조사 때문에 위와 같은 절차를 밟아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일부 열람된 적이 있다.

필자는 작년 대통령지정기록물이 국회나 검찰청에 의해 열람 시도가 이루어 질 때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다.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 시도가 향후 대통령기록 생산에 매우 부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 이후에는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대한 논의가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령지정기록을 해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 작업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재평가가 ‘대통령기록’을 통해 이루어질 때 가장 객관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기록을 통한 평가가 국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정부 측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및 재평가에 대한 국민적 욕망을 어떤 식으로든지 화답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위와 같은 논의는 대통령이 생전에는 사회적 혼란 및 정치적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으나 서거 이후에는 그런 우려가 매우 줄어든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이뿐만 아니라 대통령 지정기록물 뿐만 아니라 비공개기록에 대한 재분류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조치 해제’와 ‘비밀기록물 및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의 재분류’를 위한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는 구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기록물관리법상 규정 하고 있는 국가기록관리위원회와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를 통합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이 논의가 통과되지 않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기록 공개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또한 대통령기록관의 늦장 행정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대통령 기록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이관한 기록 중 종이기록으로 넘어온 기록 상당수에 대해서 아직 공개 및 비공개 여부를 분류하지 못한 채 방치해 두고 있다.

이에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고 종이기록은 분류조차 잘 되어 있지 않아 2009년 말이나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히고 있다. 더욱 분통 터지는 것은 최근 국가기록원은 인사발령을 통해서 그동안 대통령기록을 총괄했던 인력 대부분을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버렸다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에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에 대한 히스토리 전반을 이해하는 인력은 거의 전무하다.

이로 인해 일반시민들이나 언론인들이 대통령기록관 측에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기록, 영상기록을 정보공개청구를 해보아도 공개 및 비공개를 여부를 설정해 놓지 않은 ‘미분류’ 상태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비공개 답변을 하고 있다.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회적으로 수많은 기록을 생산하여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겼다. 이는 사회적으로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며, 국민의 알권리를 한 차원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록을 평가하고 분류해야 할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 공개에 작업에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에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루속히 대통령기록관은 국민적 열망을 받아들여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작업을 벌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길이자 대통령기록관의 소임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