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시민과 쌍방향 소통 ‘전자정부 2.0’은 필수과목

opengirok 2010. 8. 17. 11:55


일방적 소통 ‘자판기 정부’서 탈피
정부가 공공정보의 장 제공해야
‘정부 2.0’ 구현할 사회적 논의 필요

김유승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중앙대 교수




[싱크탱크 맞대면] 시민참여 사회 활성화 방안은

거번먼트 2.0은 웹 2.0의 개방, 참여, 공유 정신과 정부 행정의 결합이다. 우리 사회는 거번먼트 2.0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거번먼트 2.0은 국가중심 거버넌스와 시장적 거버넌스를 극복하는 시민사회적 거버넌스 또는 참여적 거버넌스라 불리는 뉴거버넌스 이념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최고의 가치로 치부하며, 갈등과 경쟁을 스스로의 작동원리로 삼아, 공공서비스들의 민간위탁과 민영화, 사회복지의 후퇴를 당연시하는 개념의 대척점에서, 뉴거버넌스는 공동체주의와 참여주의를 철학적 기반으로 삼아 네트워크를 통한 신뢰와 참여를 중시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며, 수동적 존재의 시민을 정부의 의제와 정책을 결정하는 능동적인 존재로 인정하는 개념인 것이다. 이러한 다층적 거버넌스의 개념이 2.0 패러다임의 인식과 기술을 만난 바로 그 지점이 거번먼트 2.0의 출발점이다.

2005년 윌리엄 에거스는 거번먼트 2.0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이를 웹 2.0의 개방, 참여, 공유 정신과 정부 행정의 결합으로 설명한다. 그는 민간영역에 이용 가능한 모든 공공정보를 공개하여, 정부 행정의 공익성, 효율성, 투명성을 높이는 개념으로 거번먼트 2.0을 소개한다. 에거스의 개념을 이어받은 팀 오라일리는 플랫폼으로서의 정부의 구실을 강조한다. 그는 2.0 이전의 전통적 형식의 정부를 ‘자판기 정부’로 비유하면서, 2.0 시대의 정부와 시민의 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용자는 자판기가 제공하는 제품을 수동적으로 소비한다. 자판기에서 이용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제한된 선택 단추를 누르는 일뿐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작동하는 자판기는 시민의 특정한 요청이 있을 때만, 특정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판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기계를 흔들고, 차고, 불평을 늘어놓지만, 그뿐이다. 자판기는 묵묵부답이다. 이런 측면에서, 오라일리는 이제 자판기를 흔들어대는 것 이상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우리에게 도구를 달라”,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가 주장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정부란 시민들의 활동, 커뮤니케이션, 협력을 위한 개방된 장으로써의 노릇을 담당하는 정부를 의미한다. 기존의 일방향적 소통이 아닌 양자간의 쌍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공공정보의 공유와 활용이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라는 것이다.


플랫폼은 첫째, 정보에 대한 배타적 권한 행사에서 탈피하는 장이다. 둘째, 통제가 아닌 협력을 위한 장이다. 셋째, 정보가 참여적, 개방적으로 생산, 관리, 공유되는 장이다. 넷째, 혁신과 창조의 장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거번먼트 2.0의 개념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교훈은 공공정보에 대한 배타적 정부 권한의 종말과 민간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공공정보의 공개·공유라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거번먼트 2.0은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부의 개방·투명성 문화를 창조하는 공공정책을 지향한다. 이로써 방대한 공공정보자원을 활용가능하게 만들며, 시민들과 정부의 직접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이러한 지향의 실천을 가능케 하는 토대는 웹 2.0 기반의 기술과 애플리케이션들이다. 하지만 거번먼트 2.0은 기술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공공영역 정보에 대한 유비쿼터스적 접근의 제공은 일부분일 뿐이다. 거번먼트 2.0은 좀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존 정부 업무의 다른 접근 방식을 이야기한다. 개방, 참여, 협력을 향한 정부와 시민의 관계와 구실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대변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해 말 미국 정부가 발표한 ‘오픈 거번먼트 다이렉티브’(Open Government Directive)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픈 거번먼트 다이렉티브’의 핵심이 되는 4가지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오픈 포맷 형식을 통한 정부 정보의 온라인 공개다. 설명책임성을 높이기 위하여, 정보에 근거한 시민 참여를 증진시키기 위해, 경제적 기회를 만들기 위해, 각 기관은 정보를 오픈 포맷의 형식으로 온라인에서 이용가능하게 만들어 정보에 대한 접근을 확장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둘째, 정부 정보의 품질 향상이다. 이용 가능한 정부 정보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각 기관의 책임자들은 제공하는 정보의 품질이 각 정부 혹은 기관의 지침을 준수하도록 하여야 하며, 각 기관에서 적합한 시스템과 절차들이 이러한 규정을 증진시켜야 한다.

셋째, 열린 정부의 문화 생산과 제도화다. 모든 기관들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개방과 설명 책임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위 지도자들은 투명성, 참여, 협력의 가치를 자신들 기관의 현재 임무에 통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정책, 법률, 조달, 재정, 기술운영 등 정부가 일하는 방식의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넷째, 오픈 거번먼트를 위한 정책 프레임워크의 생산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들이 정부와 시민들 사이에 새로운 형식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열었듯이, 오픈 거번먼트의 잠재력을 깨닫게 만드는 정책들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10년 유엔의 전자정부 조사에서 당당히 전자정부 지수 1위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높은 행정력 발전과 경제 수준에도 불구하고,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지수에서는 2009년 조사대상 180개국 중 39위를 차지했다. 전자정부 지수 세계 1위와 부패지수 세계 39위라는 이 부조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제도와 기술은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완벽한 법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실제 그것들을 운영하는 조직과 사람들의 문화가 혁신되지 못한다면, 제도는 무용지물이 된다. 첨단 기술의 적용도 그렇다. 우리는 기술을 위한 기술, 기술중심주의들이 허망하게 실패하는 경우를 숱하게 보아왔다. 새로운 기술은 그것을 올바르게 받아들일 환경과 사람이 있을 때 빛을 낸다. 조직을 움직이는, 조직을 변화시키는 힘의 원천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 변화의 힘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것은 거꾸로 제도와 기술이다. 기술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제도만능주의를 너머, 조직·제도·기술이라는 3가지 요소들이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상당수 지자체의 재정문제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여전히 단체장의 권한은 크고 객관적인 감시는 어렵다. 지자체가 재정 파탄할 경우, 직접적 피해자가 될 시민의 적극적 행정 참여는 요원하다. 거번먼트 2.0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거번먼트 2.0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거번먼트 2.0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적 패러다임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다듬어야 할 필수불가결한 도구이다. 현단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를 구현해나갈 법제도와 사회적 합의에 대한 논의이다.


* 위의 글은 <한겨레 맞대면>에도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