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김두관 경남지사가 성공하기 힘든 이유는?

opengirok 2010. 8. 24. 10:58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총리, 장관 후보자들 마다 제기 되는 의혹이 가관이다. 위장전입, 논문표절은 기본이고, 몇 년 동안 카드 사용내역이 한 번도 없었던 총리 후보를 보면서 국민들은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후보자들마다 온갖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으며, 그 해명도 말이 되는 것이 거의 없다. 불과 수년전만 하더라도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 하나로 장관이 낙마하던 시절은 이제 먼 옛날 얘기가 되어 버렸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난감할 뿐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얼마 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김태호 전 지사가 총리후보로 지명되자 마자 경남도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었다. 김태호 전 지사가 도지사 시절 집행했던 광고실태(광고게재 회사 이름, 광고가격금액, 광고내용)” 과 “김태호 전지사가 사용한 업무추진비 중 현금사용 실태(현금사용일시, 현금사용목적, 현금사용액, 현금수령자 신분, 수령자 성명)” 등이다.

 

정보공개센터가 이런 청구를 했던 이유는 김두관 현 지사가 취임 한 후 경남도청의 행정투명성을 평가해보기 위한 목적과 함께 김태호 총리 후보를 검증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정보공개센터는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국내광고료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 해놓은 상태다.
<이미지출처: 경향신문>


더불어 김두관 지사의 개혁적인 성향으로 인해 저 내역을 매우 구체적으로 공개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광고료 내역을 공개하는데 언론사 이름도 공개하지 않은 채 총액만을 공개했고, 심지어 그 공개내용은 김태호 전 지사 시절에 공개했던 내용과 전혀 다르게 공개했다. 그후 전화로 항의 한 후에야 언론사 이름을 포함한 내역을 공개했는데, 그 내용을 보고 매우 충격을 받았다.

 

정보공개센터가 2009년에 정보공개청구 한 내역을 보면 2008년도 김태호 전 지사는 경상남도가 람사르 총회 등의 행사가 많아 39억8천만 원을 사용했다고 밝혔으나 현 담당자는 9천만 원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변서를 보내왔다.

 

너무 어이가 없어 항의 전화를 걸었다.

 

“주사님 2008년도에는 저희가 2009년도에 정보공개청구 했을 때는 경상남도가 39억 8천만원 사용했다고 했는데, 이 자료는 왜 9천만원이죠? ”

“ 머라고요? 우리 예산이 그렇게 될 일이 없는데요.”

“ 우리가 2008년도 내역을 가지고 있고, 그 내역을 좀 더 확대해서 보고 싶어서 청구했는데 이렇게 부정확한 자료를 주시면 어떻게 합니까?”

“와 미치겠네.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는 이것 밖에 없습니다.”

 

전화를 끊고 허탈했다.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는 2009년에 공개 받았던 “2008년도 광고료 집행내역”만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호 전 지사가 공개한 자료가 김두관 현 지사가 공개한 자료보다 더 정확한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그 다음 청구는 더욱 가관이다. 업무추진비 중 현금으로 사용한 내역을 정보공개청구 한 결과 공개결정 일 시 10일을 채운 채 공개결정을 받았다. 수수료를 내고 내역을 보려고 했는데, 아무 내용도 없었다. 그저 8월 31일에 다시 공개한 다는 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담당자는 다른 사람이다).

 

“정보공개센터입니다. 김태호 전 지사님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했는데, 내용은 없고 31일에 공개한다고 되어 있는데요. 왜 그렇죠?”

“네. 아시다시피 청문회 요청 자료가 많아서 좀 미루게 되었습니다.”

“일반 국민들 정보공개청구보다 인사청문회 자료가 먼저인가 보죠?”

“(말을 더듬으며) 아 그건 아니고, 좀 바빠서요”

“인사청문회 때문에 바쁘시다는거죠?”

“....................”

 

인사청문회 때문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인사청문회 때문에 자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런 결과를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다.

 


김두관 지사는 매우 개혁적이고, 친 서민적인 정치인이다. 이장부터 시작해 군수, 장관을 지내고, 개혁지대에 불모지였던 경상남도 도지사가 되는 쾌거를 이루어 내었다. 그가 지사에 당선 되던 날 밤잠을 설치며 많은 국민들이 환호해 주었다. 하지만 선거에 당선되는 것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김두관 지사가 임기동안 작게는 경상남도에 크게는 대한민국에 어떤 결과를 보여줄 것인가이다.

                                

 
그것은 김두관 지사 혼자 힘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김두관 지사를 보좌하는 공무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다. 비록 취임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위의 일을 겪으면서 김두관 지사가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만일 김두관 지사가 실패한다면 진보진영에 큰 상처로 남을 것이 자명하다.

  

 <이미지출처: 연합뉴스>


정보공개청구는 일반 시민과 관이 만나는 문이다. 문 입구가 지저분하면 국민들은 내부까지 지저분하다고 인식한다. 김두관 지사는 지금이라도 공무원들의 인식개혁운동을 해야 할 것이며 업무강화를 위해 철저한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자신이 개혁적 성향만 믿고 4년의 도정생활을 한다면 4년 후 국민들의 차가운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