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opengirok 2010. 9. 1. 10:42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세대교체’와 ‘소통’을 내세웠지만 내용적으로는 부패의혹, 위장전입, 위장취업, 투기 같은 단어로 얼룩졌던 8·8개각은 결국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2명의 사퇴로 귀결되었다. 이제 청와대는 사퇴한 후보자들을 대체할 사람을 물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달라질 게 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가 2년 반 남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사람을 고르는 이상, 부패하거나 비도덕적이거나 무능하거나 소통이 불가능한 사람이 또다시 후보자로 선택될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공직을 맡을 수 있는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대한민국에 그렇게 없는지는 의문이다. 인구 5000만명이 넘는 국가에,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교육수준이 매우 높은 국가에 사람이 그렇게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람이 없다’는 말은 대한민국 보수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절치부심했다는 대한민국 보수에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부패를 저지르지 않고 공직 수행능력을 갖춘 사람이 그렇게 없다는 말인가?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면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없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된다. 대통령이나 측근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고 충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보니 자꾸 부적격자들에게 손이 가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측면도 있을 것이다. 도덕성과 능력을 고루 갖춘 사람이 있다고 해도 지금 시기에 이 정권에 참여하고 싶을까? 지금의 정권이 잘 하고 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건강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바라는 것과는 반대되는 정책들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권리들을 억누르는 정권인데, 누가 그 정권에 참여하고 싶겠는가? 게다가 정권 후반기로 접어드는데도 정권은 점점 더 무리수를 두는 상황이다. 그러니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만한 사람들은 정권 뒤치다꺼리나 하게 될 자리를 마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없는 것이다.

경향만평 : 김용민의 그림마당 100828.



청와대는 인사검증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물론 부실하기 짝이 없는 인사검증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하다 입법화되지 못했던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도 다시 꺼내보는 게 필요할 것이다. 이 법률안에서는 인사검증 대상을 고위공직 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까지 확대하는 등 인사검증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단지 인사검증 시스템만 손본다고 될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과 측근들의 머릿속이 바뀌어야 한다.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까지 후보자로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한다.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 잘못된 인사에 대해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부패에 관용적이고 자신의 독선적인 판단에 무제한의 자기신뢰를 가지는 대통령이 이 모든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대를 하는 게 헛된 것이라는 점도 잘 안다. 헛된 줄 알면서도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국민을 생각하면 극적인 반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권의식과 부패, 도덕적 무감각에 젖어 있는 고위공직자들이 가져올 국민들의 ‘삶의 피폐’를 생각하면 그래도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기대마저 무산될 경우에 우리 모두가 이 과정을 기억하고 분노와 교훈을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 이 글은 경향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