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오늘의정보공개청구

정부의 기록생산현황. 이상하다 이상해!

opengirok 2010. 10. 18. 17:07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는 2009년 생산된 기록물 생산현황에 대해 국가기록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매년 기록물의 생산현황을 국가기록원으로 통보하도록 되어있다. 정보공개청구 한 결과 중앙행정기관과 특별행정기관, 군 기관, 기초 및 광역자치단체, 지역 및 광역 교육청, 정부 산하 공공기관, 국공립대학 등 전체 718개 기관의 기록물 생산현황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공개한 자료를 보다보니 이상한 점들이 보인다. 생산현황을 통보하지 않은 기관도 있는가 하면, 통보한 기록물의 생산량이 터무니없는 기관도 있다. 

우선 생산현황 통보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국가기록원에 통보한 718개의 기관 중 20개의 기초 및 광역자치단체는 생산현황통보를 못했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공기관 업무관리 시스템인 통합온나라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과 기록관리시스템의 도입 지연으로 수량산출이 불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감사원과 경찰청 등 17개의 중앙행정기관 역시 기록물 생산현황을 통보하지 못했다. 기록물을 이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록물을 생산한 처리과에서 기록관으로 이관이 되어야 생산현황이 추출되는데 이들 기관은 아직 이관 중이라 생산현황을 통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생산현황통보는 매년 실시되는 것으로 금년도의 경우 온나라시스템 도입 이후에 생산된 기록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에 대해 처리과에서 기록관으로의 이관 문제를 들먹이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공공기관에서는 이유도 없이 생산현황통보를 하지 않았다. 법에는 생산현황통보를 마쳐야 하는 기간까지 명시되어있는데도 말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기록관리 전반을 주무해야 하는 국가기록원이다. 국가기록원은 현재까지도 생산현황 통보를 하지 않은 기관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는 자신의 업무를 방기하고, 고유한 권한을 스스로 져버리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사실 기록물 생산량을 통보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이다. 공공기관에서 기록물을 생산하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관행을 근절하고, 철저한 기록관리를 통해 정부 업무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그간의 폐단을 막기 위한 어찌 보면 특단의 조치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으니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기만 하다. 

두 번째 문제는 통보한 기록물 생산량도 신뢰가 가지 않는 다는 점이다. 
자료를 살펴보니 기관마다 기록물을 생산하는 양이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국무총리실은 257권의 기록을 생산했다. 특임장관실은 심지어 기록물 생산량이 15권에 불과하다. 반면 통일부의 지난해 생산기록물은 437권이다. 농림부는 100,139권, 특허청의 경우에는 무려 527,375권에 이른다. 중앙부처들의 각기다른 규모나 처지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너무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중앙부처 뿐만이 아니다. 국세청(1,661권)은 전국의 어떤 지방 국세청보다도 기록물 양이 적으며,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대학교(5,866권)는 부산대학교(299,172권)에 비해 기록을 1/20밖에 생산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를 보니 많은 공공기관이 기록생산현황 통보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아니면 국가기록원이 기록물통보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는 쉽지 않다.



기록의 중요성, 그리고 그것을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설명해도 늘 부족하다. 그것이 공공기관의 기록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무는 중요한 일일수록 비밀리에, 흔적 없이 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탓이다. 이런 관행이 오래되다 보니 정부의 부패는 감시할 길이 없어졌고,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성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자고 시작한 것이 공공기관의 기록관리다. 철저한 기록관리로 책임 있는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에서였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투명한 정부로, 신뢰 있는 정부로 인정받고 싶다면 우선 기록관리부터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공공기관 기록물 생산현황통보 자료는 첨부하는 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