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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광장, 애국퍼레이드 한다고 국격 높아질까?

opengirok 2010. 11. 22. 17:16

2010년의 핫키워드는 뭐니뭐니 해도 “국격”인 것 같습니다. 온~데 이 단어가 안쓰이는 곳이 없는 것 같으니 말이에요.
국격을 높이기 위한 국민들의 노력이 참 많았습니다. 국격 있게 쥐이십도 치르는 나라의 자랑스러운 국민답게 쓰레기도 버리지 말아야 하고, 교통법규도 잘 지켜야 합니다. 간혹 가다가는 국격을 높이기 위해 밥 해 먹는일도 참아야 하기도 했지요.

하여튼 요즘 국격이란 말은 모든 것을 아우르고,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정책연구 공개 사이트인 <프리즘>에 들어가 보니, 재미있는 연구용역 자료가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 발주한 “청소년 안보교육 실태분석 및 교육콘텐츠개발”이라는 과제인데요. 이 보고서에도 (역시나) 국격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먼저 이 보고서는 청소년들의 안보의식을 분석하고 안보의식 제고를 위한 맞춤형 교육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요. 
결론적으로 보면, 현황을 분석하고 그에 걸맞는 콘텐츠를 개발한다기 보다는 이미 결과는 만들어 두고는 학생들의 인식이 그에 미치지 못하다. 그 이유는 일부의 교육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라고 상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안하는 콘텐츠도 맞춤형이라기 보다는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큽니다.

먼저 행정안전부와 선진통일교육센터라는 시민단체에서 실시한 청소년들의 안보인식 설문조사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부 발췌>

-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 질문에 미국(28.4%) 북한(24.5%) 순이다. 이것은 학교교사들에 의하여 주적개념에 대한 인식이 전혀 전달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 보여진다.
- 특히 미국은 지구상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데도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미국청소년들이 반한하면 어떻게 되리 암담하다. 우리의 친구가 누구고 우리의 적이 누군지를 구분 못한다면 후진국이나 다름 없다고 본다. 과연 천안함 폭침이나 북한 김정일의 또다른 무력도발을 감행한다면 대한민국을 포기하고 청소년들은 북한을 도울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 6.25 한국전쟁이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 여부는 정확히 알고 있다가 65.2%이나 모른다가 34.8%로 심각한 상태이다. 중학생보다 고등학생이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응답이 더 높게 나타났고 고등학생보다 중학생이 모른다는 응답이 더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이라면 적어도 6.25전쟁이 일어난 사실은 거의 100%에 가깝게 알아야 정상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안보의식이 저하된 원인을 과거 군사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일선교사들의 소홀한 안보교육, 과거 정권의 햇볕정책, 거리의 폭력시위,  군경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졌기 때문 등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정권의 대북정책과 안보개념에 대해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난 10년동안의 대북정책은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6.15공동선언 등 남북관계에 있어서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습니다. 또한 폭력시위나 군경에 대한 존경심 약화 때문에 안보의식이 저하되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근래 있어온 집회는 대부분이 광우병 쇠고기 반대, 4대강 개발반대, 노동현실 개선 등 대한민국 내의 현실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통일 등 이념과 관련된 집회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요. 또한 군경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 것은 권위적이었던 국주의가 개선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군경과 국민간은 존중해야 할 사이이지, 존경의 관계는 아닙니다. 이 밖에도 시민에 대한 경찰의 폭력도 존경심 약화에 한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보고서에서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부분은 안보교육 활성화를 위한 대안 부분입니다.
보고서에서는  몇가지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데요. 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격과 국가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추모와 축제를 느낄수 있도록 집중적인 행사프로그램을 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행사의 사례가 바로 북한의 아리랑 공연입니다.
또 애국심 고취를 위해 북한에서 태양절 등 국경일에 100만 동원 퍼레이드를 하는 것과 같은 대대적인 애국퍼레이드 및 불꽃축제도 제안합니다. 을지로엔 을지문덕 상징물을 만들고, 충무로엔 거북선을 만들어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을 영웅광장으로 연계 하자는 방안도 있습니다. 

이 정부, 북한의 전체주의가 못내 부러웠나봅니다. 안보의식 고취하고 국격을 높이자고 내놓은 방안이 대부분 북한 따라잡기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다고 청소년들의 안보의식이 고취될까요? 요즘은 학교에서도 학생인권조례등을 통해 권위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학생동원 같은 시대착오적인 산물로 학생들을 교육하겠다니요. 

국격은 또 어떤가요. 쥐이십 정상회의 당시 국민에 대한 정부의 과잉조치를 두고 일부외신은 대한민국의 쥐이십개최는 반민주적이며 파쇼적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국민통제와 선동을 통한 방법이 국격을 오히려 실추시키는 모습일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국가안보를 위한다며 학생을 동원해 아리랑축적 매스게임이나 태양절 퍼레이드 같은 것을 한다면... 대한민국이 냉전시대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길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말이 일각에서 들려옵니다. 
부정하고 싶지만, 현실을 보면 이 말에 수긍이 갑니다. 

40년전 노동권 개선을 위해 산화했던 전태일 열사는 그제(2010.11.20)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당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로 돌아왔습니다.
경찰의 최루탄과 백골단은 테이저건을 든 과잉진압으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정말 환경을 향해야 하는 녹색성장은 4대강사업을 위시한 건설공화국을 치장하고 있구요.
겨우 물꼬를 튼 남북관계는 다시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의 주요 국가가 되어 쥐이십도 개최했고, FTA도 체결해 통상국가의 위상을 높였고,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경기에서는 늘 쾌거를 이루니 좋아진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궁금합니다. 우리의 국격이 정말 높아졌는지 말이에요. 
애국심 높이고, 안보고취하면 국격이 높아지는 것인지도 말이에요.

이렇게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국격을 높이는 길이라면...... 이 정부에겐 미안하지만 저는 국격높이는 일은 안하렵니다. 


* 앞서 살펴본 “청소년 안보교육 실태분석 및 교육콘텐츠개발” 보고서는 파일로 첨부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