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오늘의정보공개청구

학생들이 학교에서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

opengirok 2010. 11. 24. 16:44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자리가 있습니다. 노동자는 노동의 현장에 있어야 하고 농민들은 자신이 일구는 땅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있어야 가장 즐겁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사회는 이 자신들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서 내몰리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잠깐 조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여러 상황들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을 볼 때였던 것 같습니다. 다른 공부를 하고 싶어서, 또는 다른 곳에서 자신의 삶을 일구기 위해서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때문에 학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학생들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얼마전 학교에 갔다가 아끼는 후배녀석을 만났습니다. 이제 4학년이 되는 그 녀석이 휴학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대학생활 3년동안 참 열심히 학교를 다니던 녀석이 재충전을 위해서도 아니고, 다른 경험을 해보기 위해서도 아니고 동생이 대학에 입학하게 되서 부모님께 등록금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자기도 보탬이 되야 하지 않겠냐며 휴학을 한다고 합니다. 선배의 욕심으로는 빨리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으면 하지만 청년실업이 심각한 요즘 그것도 보장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2010년 얼마나 많은 대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는지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학생의 학업중단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해보았습니다.


교과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사이트에서 이 정보를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대학생의 학업중단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유별 중도탈락이라는 것과 제가 원했던 학업중단현황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도



 

재적학생수

사유별 중도탈락 학생

계(B)

미등록

미복학

자퇴

학사
경고

학생활동

유급제적

재학연한

초과

기타

 

2009

253

2,485,458

156,816

60,495

31,753

57,944

6,154

7

54

180

393

 

2008

249

2,431,610

155,836

59,814

30,080

56,939

6,243

21

52

152

2,535

 

2007

238

2,355,608

148,485

59,696

25,960

53,159

5,776

31

113

105

3,645

 



교과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중도탈락 학생수가 매해 늘어 작년에는 15만6천여명이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중도탈락의 사유로는 미등록, 미복학, 자퇴, 학사경고, 학생활동, 유급제적, 제적연학초과, 기타가 있었는데 이 중 가장 많은 사유는 미등록으로 매년 6만여명의 학생이 미등록하여 학업을 중단했고, 다음이 자퇴로 2009년에 5만8천여명이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학생활동이나 유급제적, 기타의 사유로 학업중단을 하는 경우가 줄어든 반면 미등록, 미복학, 자퇴, 학사경고, 재학연한토과의 사유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수는 계속 증가했습니다.

('대학알리미'에서는 이 정보를 각 학교별로 공개하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올해 초 고려대학교 학생이던 김예슬씨가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으로 자발적 퇴교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던 적이 있습니다. "생각대로 말하고, 말한대호 행동하고, 행동한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겠다면서 대학을 버리고 진정한 대학생이 되겠다"며 대학을 거부한다는 용기있는 선언이었습니다.  그 용기에 박수를 쳤었고  대학생들이, 그리고 제가 그 선언처럼 진짜 자유롭고 창조적인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을 거부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없는 학생들, 어떻게든 학교를 다닐 수 만 있었으면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학교가 더이상 집단지성의 공간이 아니어도, '진짜 배움'을 잃고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배우고, 학교에서 동기들을 만나고, 학교에서 자신의 꿈을 만들어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MB정부의 반값등록금을 믿어 봤었고, 각종 등록금 제도로 입학을 유도하는 학교를 믿어 봤었고, 청년실업을 해결해 주겠다는 이 사회를 믿어 봤습니다. 

                                                                                                      <이미지출처: 뉴시스>

믿음은 배신감으로 돌아왔습니다.  학생이 없으면 존재의 의미가 없는 곳이 학교입니다. 그런데 등록금을 낼 수 없어서 학교에서 내몰리는 학생들, 그들을 거부하는 곳도 바로 '학교' 입니다. 학교가 보는 것이 학생이 아니라, 학생들의 등록금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거부당하고, 세상에서 거부당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그 젊은 청춘들에게 우리가 다시, 희망을 말해도 될까요? 


"요새 젊은 것들은 열정도 없고, 꿈도 없고, 능력도 없어" 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자기계발을 할 시간도 없이 등록금벌기에 지쳐있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다음 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겨울, 겨울방학동안 제 후배녀석은 열심히 알바를 할겁니다. 그리고 휴학을 할지 학교를 다닐지 결정을 내리겠지요. 그 녀석에게 2011년의 봄이 춥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학 알리미'에서 공개하고 있는 자료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