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이화동 칼럼

[김혜영회원]서울기록정보센터 누구를 위한 곳인가?

opengirok 2008. 11. 6. 17:16


                                                                                  - 서울정보기록센터 이용 후기 -

                                                                                    

김혜영 회원

김혜영 회원



국민의 기록을 보려면 돈을 내라

서울정보기록센터에 찾아갔다. 대학원 수업 시간에 국가기록원 소장 사진 기록물을 보는 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기 전에 대전 본원인 국가기록원과 서울정보기록센터에 직접 전화를 하여 사진 기록물의 열람과 제공이 가능한 것을 확인하였다.

막상 도착해서 열람 신청을 하려고 했더니 열람과 제공 둘 다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열람까지는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열람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정보공개청구시 정해진 법률에 따라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었다. 돈을 왜 내야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규정이 없음에도 나는 돈을 내고 사진을 보아야 했다. 그러나 정보공개청구 원칙상 돈을 냈다면 해당 파일을 주어야 하는데, 파일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책을 열람하는데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며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국가기록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보존기록이 국민의 것이라는 기본적인 마인드가 전혀 없으니 이런 것이 아닐까.

정보공개청구로 열람을 하게 되면 그 비용은 이런 식으로 계산된다. 여러 건(사진 1장이 1개의 건)이 보여 하나의 철을 이루는데, 하나의 철을 열 때마다 200원이고, 그 철에서 하나의 건을 볼 때마다 50원씩 추가가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박정희 대통령 공화당 국회의원 당선자 접견”이라는 철에서 “박정희 대통령 공화당 국회의원 당선자 접견 악수 1”이라는 사진을 봤으면, 200원이다. 거기서 “박정희 대통령 공화당 국회의원 당선자 접견 악수 2”를 봤으면 250원이 되고 “박정희 대통령 공화당 국회의원 당선자 접견 악수 3”을 봤으면 300원이 되는 식으로 50원이 추가된다.

그런데 열람을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는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서 전적으로 개인의 양심에 맡겨진다. 사진하나 볼 때마다 개인이 각자 알아서 뽑아온 목록을 보면서 양심껏 그 사진을 봤다는 표시를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뽑아간 목록은 2467건. 전부 같은 철에서 보는 거라고 쳐서 50원으로 계산해도 12만원이 넘는다. 여기서 철 가격까지 합치면, 20~30만원 돈이다.

낮은 사진의 품질, 어처구니없는 할인율

보다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스크래치가 여기저기 마구 나있어 사진의 반 정도는 아예 잘 보이지도 않는다. 스캔을 하면서 이렇게 된 건지, 원본이 원래 이렇게 손상되어 있던 건지 전혀 알 수조차 없다. 이렇게 품질이 제대로 보장이 되어있지 않건만, 나는 어쨌든 봤으니 200원 또는 50원을 내야한다.


열람 비용 지불시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규정이 있었다. 할인 대상은 몇몇 안 되었지만 그 중에 대학원생도 있었다. 그러나 그 규정상에는 어떠한 예외도 허용하고 있지 않았고 다양한 경우를 미처 생각하지 못 한 것 같았다. 그리고 확실치 않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구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대학원생은 ‘연구용’이여야 할인율 30%을 적용받는데 이를 위해서 ‘연구계획서’를 내야 한다. 애매하게 되어 있으니 다들 논문을 쓰는 경우에만 적용을 받는 것으로 알고, 우리는 수업에서 쓰는 것이라 해당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였다. 또한 “기록관리시스템 상에서의 열람은 전액무료”라고 적혀 있는 항목을 발견하였지만, CAMS(중앙영구기록관리시스템)는 기록관리시스템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그럼 국가기록원으로 영구기록물이 이관되기 전에 각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을 관리하는 기록관리시스템을 말하는 것일까? 이 법률상에서 말하는 기록관리시스템은 과연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 분분하다.

결국 대학원에서 총장 공문을 보내오면 할인율을 적용해주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 공문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형식이 없었기 때문에 그 곳의 직원들은 우리를 위해 공문 형식을 만들어야 했다.

CAMS가 후진 것이 제 잘못인가요

CAMS는 국가기록원의 중앙영구기록관리시스템이다. 웹상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디지털화 된 기록을 서비스하는 나라기록포털(contents.archives.go.kr)이 있음에도 이곳에서는 기록물을 매우 극소수만 볼 수 있고, 사진/필름 기록물만을 따로 뽑아서 브라우징하거나 검색해서 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선 검색어를 넣어 검색을 한 뒤에야 매체별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왜 굳이 환경도 안 좋은 곳에 국민도 대통령도 직접 와서 대금을 지불을 하고 기록을 보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열람할 수 있는 컴퓨터는 총 5대로, 사무 공간 한 쪽 구석 벽에 위치해 있었다. CAMS에서 사진을 보다가 10번 넘게 에러를 일으켜서 다시 껐다 켜야 했다. 그 때마다 직원을 불러서 3번 넘게 로그인을 하게 해야 했는데 직원은 심지어 나에게 “한번만 더 컴퓨터 다운이 되면 로그인 안 해드릴 거에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나도 계속 에러가 날 때마다 일을 하고 있는 직원에게 로그인을 부탁하는 것이 매번 번거로웠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원칙이 사람보다 중요한가요

컴퓨터가 5대밖에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이용할 수가 없었다. 같이 간 친구는 자리가 없어서 2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컴퓨터 1대당 1사람이라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 기록을 볼 수가 없었다.

한편 내 옆 자리엔 연세가 드신 할머니 한 분과 중년 여성분이 함께 나란히 의자를 붙이고 앉아 오랫동안 토지와 관련된 기록을 찾고 있었다. 할머니가 컴퓨터를 하실 줄 모르는데다가 눈이 잘 안 보이셔서 옆에만 있고 중년 여성분이 검색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직원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할머니에게 나가 계시라고 하였다.

전자 환경이 도래하고 서비스에 대한 마인드가 많이 바뀌어 ‘국민의 정부’라는 말이 당연시 되어 있는 시대이다. 또한 언제 어디서든 접근하기 편하도록 서비스가 제공되는 바야흐로 유비쿼터스 시대이다. 그럼에도 원칙상 안 되는 것도 많고 불편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에 직접 찾아가서 돈까지 내면서 기록을 보는 것을 매우 구시대적인 발상이 아닌가 싶다. 나는 지금 와서 이곳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곳인지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