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예산안 공개요청 했더니 수수료가, 336.000원
정광모 (정보공개센터 이사)
1. 들어가는 말
정부는 2009년 9월 30일, ‘일자리 창출 위한 경제재도약 예산’으로 이름 붙인 2009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이 예산을 운용하는 기본 방향으로 ①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충 ② 서민생활 안정과 삶의 질 선진화 ③ 미래대비 투자 강화 ④ 작고 효율적인 실용 정부 구현 등 4가지를 잡았다.
그리고 기획재정부와 정부 부처는 각 분야별로 2009년 예산을 어떻게 쓰고 나라와 국민 살림살이가 어떻게 발전적으로 변한다는 홍보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정부는 2008년 11월 3일, 지난달 초 국회에 제출한 2009 예산안이 세계적인 경기 침체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내년 재정지출 규모를 10조 원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수정예산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늘어난 지출 10조 원으로 지방경제활성화와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 지원, 저소득층 복지에 쓰고 총지출 규모는 종전 273조 8천억 원에서 283조 8천억 원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정부 스스로가 ‘일자리 창출 위한 경제 재도약 예산’ 이라 부른 예산의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보 공개 청구를 하면 일부 부처가 예산안을 공개하지만 서류 중 일부만 공개하거나 전자파일이 아닌 책자로 보낸는 방식으로 공개해 국민에게 예산안 내용이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나라 살림을 사는 정부가 스스로 만든 예산안을 홍보하면서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책임 행정이란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이 글에서는 정부 각 부처별로 예산 공개 실태와 비공개 사유를 살펴보고 비공개가 왜 부당한지, 그리고 바람직한 예산공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2. 정부의 예산안 공개실태
가. 공개 요청 서류
정부에 정보공개창구인 ‘열린 정부’를 통해 공개 요청한 서류는 2009년도 예산안 서류인 ‘세입세출예산 사업별 설명서’ ‘성과계획서’ ‘각목명세서’다. ‘세입세출예산 사업별 설명서’는 예산사업 내용 개요를 설명한 자료로 간략한 사업명과 예산금액이 나온다. 상세한 사업설명자료는 각 부처가 별도로 국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한다. ‘성과계획서’는 예산편성을 통해 어떤 성과를 얻을 것인지 계획한 서류다.
‘각목명세서’는 예산을 편성한 기준단가를 정리한 서류다. 이들 서류는 국가재정법이 국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한 서류다. 정부는 10월 2일 이들 예산서류를 문서로 국회에 제출했다.
나. 비공개 실태
(1) 비공개 및 공개 부처
2009년 11월 5일 현재 위 3개 서류를 모두 공개하지 않는 부처는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법무부이다. 위 3개 서류 중 일부만 공개한 부처는 교육과학기술부, 기상청, 방위사업청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비공개 후 이의신청을 하자 일부 자료만 책자로 보내는 형태로 공개했다)
공개한 부처 중 농수산식품부와 노동부는 위 3개 서류 중 2개 서류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2) 수수료 부담을 통해 사실상 비공개 부처
공개한 부처 중 국토해양부는 3개 서류에 총 336,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비영리연구단체는 감면후 168,000원). 보건복지가족부는 136,150원 (비영리연구단체는 감면후 100,000원) 기획재정부는 20,250원(비영리연구단체는 감면후 15,970원), 기상청은 9,250원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위 서류를 전자파일로 교부하면 실제 비용은 얼마 들지 않는데 국토해양부와 보건복지가족부와 같이 많은 액수의 서류 교부 수수료를 부과하면 일반 시민에게 정보를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와 형식은 관련 서류를 공개했으나 내용은 비공개했다고 할 수 있다.
다. 비공개 사유와 부당성
국민은 납세자로 자신의 세금이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잘 쓰이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 위 예산서류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라 한다) 제 7조 1항 2호 ‘국가의 시책으로 시행하는 공사 등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관한 정보’와 3호 ‘예산집행의 내용과 사업평가 결과 등 행정감시를 위하여 필요한 정보’에 규정한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공표 대상 행정정보다.
정보공개법이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관한 정보’를 당연 공개 정보로 규정하고 있는데 정부 각 부처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당연히 예산사업정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예산안 서류는 정보공개법 제 9조 소정의 비공개 대상정보 어느 항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정부 부처는 비공개 사유로 정보공개법 9조 1항 4호나 5호의 ‘의사결정 또는 내부검토과정’ 조항을 든다. 그러나 4호는 진행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등을 규정한 조항으로 예산서류에 해당하지 않고, 5호는 ‘의사결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 규정인데 이는 행정부가 내부 정책을 결정하거나 결재하는 과정 중인 서류를 말한다고 보아야 한다.
<정부의 2009년도 예산안 공개 실태>
2008. 11. 5. 현재
세입세출예산 사업설명서 |
성과 계획서 |
각목 명세서 |
수수료 |
비공개 사유와 비고 | |
기획재정부 |
○ |
○ |
○ |
수수료 20250원 감면후 15970원
|
|
지식경제부 |
× |
× |
× |
|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9조 1항 5호 규정의 내부검토에 있는 사항 |
농수산식품부 |
○ |
○ |
○ |
사업설명서와 성과계획서는 홈페이지 공개 각목명세서는 청구인에게 메일 송부 | |
문화체육 관광부 |
× |
× |
× |
애초 비공개 후 이의신청하자 사업설명서와 성과계획서만 책자로 우편 송부 | |
국토해양부 |
○ |
○ |
○ |
수수료 336,000원 감면후 168,000원 (책자 기준) |
|
교육과학 기술부 |
○ |
○ |
× |
||
보건복지 가족부 |
○ |
○ |
○ |
수수료 136,150원 감면후 100,000원 |
|
행정안전부 |
× |
× |
× |
09년 예산은 국회 심의중에 있는 사항으로 국회 심의 의결권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어 비공개 | |
외교통상부 |
× |
× |
× |
국회에서 검토 및 심의가 진행중인 미확정사항으로 공개하면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 초래. 정보공개법 9조 5항 | |
통일부 |
× |
× |
× |
국회 심의와 부내 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 |
세입세출예산 사업설명서 |
성과 계획서 |
각목 명세서 |
수수료 |
비공개 사유와 비고 | |
국방부 |
× |
× |
× |
|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우려가 크고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 검토서류. 정보공개법 9조 1항 2호 |
법무부 |
× |
× |
× |
|
공개될 경우 예산편성 집행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 정보공개법 9조 1항 단서 4호 및 5호 |
환경부 |
○ |
○ |
○ |
| |
노동부 |
○ |
○ |
○ |
사업설명서와 각목명세서는 홈페이지 공개 | |
여성부 |
○ |
○ |
○ |
||
기상청 |
○ |
× |
○ |
수수료 9250원 |
|
식약청 |
○ |
○ |
○ |
사업설명서와 각목명세서는 개인메일 성과계획서는 열린정부 공개 | |
소방방재청 |
○ |
○ |
○ |
||
문화재청 |
○ |
○ |
○ |
||
방위사업청 |
× |
× |
○ |
군사비밀보호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비공개 |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서류처럼 정부 스스로가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끝냈고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해서 정부예산안의 예산 내역을 밝히고 홍보자료를 통해 내용을 알리는 서류를 ‘의사결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서류라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은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이 보유 관리하는 정보를 모든 국민에게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국민으로부터 보유 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공개를 요구받은 공공기관으로서는 비공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를 공개하여야 하고, 이를 거부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어느 부분이 어떠한 법익 또는 기본권과 충돌되어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주장 입증하여야만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07. 8. 2. 선고 2006두4899 판결 행정정보공개청구 거부처분취소)
3. 정부의 예산안 비공개와 행정 책임
가. 예산정보 공개의 의의
예산정보는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것은 납세자인 시민이 ‘알 권리’를 갖고 있다는 사고 방식에서 출발한다. 시민들에게 적시에 적극적으로 재정정보를 공개해 시민이 정부의 재정 상태와 재정 성과를 이해하고 그를 통해 예산에 대한 적극적인 통제자이며 감시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재정정보는 공공재다. 따라서 재정정보는 정부가 독점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적극 공개해 많은 사람들이 활용함으로써 사회후생을 증진시키도록 해야 한다. (윤영진, 새 재무행정학)
이번에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쌀 소득 보전금> 부당수령 문제도 쌀소득 보전금 지급 절차와 지급액수와 관련한 재정 정보를 사전에 공개하였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그 외 수많은 예산낭비가 투명한 재정정보 공개로 막을 수 있을 것이고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구하는 예산 절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홈페이지 공개와 수수료 문제
(1) 홈페이지 공개
정부는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정보공개법의 공표 행정정보 규정에 따라 정부 부처 홈페이지에 예산서류를 함께 올려야 한다. 그렇게 정부 자신이 투명하게 재정 정보를 공개해 예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2) 수수료 문제
또한 정보공개 수수료를 과다하게 부과해 사실상 정보공개를 막는 수수료 규정도 고쳐야 할 것이다. 국토해양부처럼 33만 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면 위 서류를 받아볼 수 있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 현행 수수료 규정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별표에 규정하고 있는데 전자우편을 통해 공개하는 경우 전자파일의 복제 경우를 적용하여 수수료를 산정하고 전자파일 복제 수수료는 ‘1건 (10매 기준) 1회 : 200원, 10매 초과시 5매마다 100원’이다. 이는 종이 사본보다 낮지만 전자파일을 전자우편으로 보내는데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과다한 비용이고 행정정보를 광범위하게 유통하고자 하는 정보 공개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
(3) 전자 파일 공개
그리고 예산안 정보공개를 할 때 전자파일 형태로 정보공개를 요청했는데 사본(책자)로 자료를 보내는 방식도 고쳐져야 한다. 이는 정부부처가 예산정보를 국민들 사이에 유통하는 것을 막고자 파일이 아닌 책으로 보낸다고 보여지는데 이는 대법원 판례에 어긋난다. 대법원은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청구권자가 선택한 공개방법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여야 하므로 그 공개방법을 선택할 재량권이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3. 12. 12. 선고 2003두 8050 판결 사본공개거부 처분 취소)
또한 정보공개창구인 열린 정부에 올릴 수 있는 파일 정보량이 7MB인 것도 용량을 올려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할 것이다.
4. 결론
내년 정부 예산은 283조 8천억에 달하는 거액이다. 이 예산은 정부가 편성하고 국회가 심의한다. 그러나 국민이 선출한 정부와 역시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만이 이런 예산 정보를 독점하는 것은 세금을 내고 정부와 국회의원을 선출한 주권자인 국민을 배척하는 반 헌법적인 처사다.
이렇게 예산 정보를 행정부와 국회에만 공개하면 필연적으로 예산을 둘러싼 로비가 성행하게 되고 특정 지역이나 사업, 특정 이익단체에 유리하거나 편파적인 예산 배정이 될 수밖에 없다.
언론은 매일 같이 예산낭비와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을 탓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런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런 노력은 재정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개하는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예산은 나라 살림살이 종자돈으로 민생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여야 한다. 국가재정법 9조는 재정정보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고, 같은 법 100조는 예산과 기금의 불법지출에 대한 국민감시를 규정하고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 없이 효율적인 예산 배정과 집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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