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이미영 회원]정보공개는 ‘소통’의 손짓

opengirok 2008. 11. 4. 10:40

정보공개는 ‘소통’의 손짓



이미영 회원

A형 간염으로 난생 처음 병원에 입원을 하고, 「공중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에 빠져 그의 작품을 모두 읽어낸 것이 내가 한 일의 전부였던 지난 여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면서 출발을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언제부터 그 실체가 드러났던가! 하고 생각해 보면 6월로 기억됩니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창립 10주년 행사는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공개센터 설립 후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첫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과연 독립된 조직으로 설 수 있을까’하는 다소 기우에 가까운 의문을 가지고 옆에서 보고만 있었습니다. 물론 ‘정보공개센터’는 처음부터,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외국에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것의 영향력을 확인하면서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얼마 후엔 실무진을 보강하고, 센터의 취지에 동의하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분들을 대표 자리에 세우고, 무엇보다 중요한 추진동력이 되는 후원인들을 찾아 지원약속을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역시 뭐든지 처음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차근차근 준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관심과 열정만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요즘의 젊은이들이라면, 우겨야만 겨우 젊은 층에 다리 하나 걸칠 수 있는 저는 솔직히 정보공개센터에 관심은 있되 관심만큼의 참여나 도움을 주진 못했습니다. 소원했던 친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싸X월드 방명록에 인사를 남기 듯, “잘 돼가고 있죠?” 하고 안부를 묻고 후원금 납부서를 얼른 작성하는 게 제 일만으로도 너무 바빴다고 변명하고픈 저의 관심표현이자 지원이었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좀 해본 분들이라면 내가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그 정보를 얻는 게 얼마나 ‘별 일’인지를 느껴봤을 겁니다. 저역시도 이미 공개된 정보의 pdf파일을 excel 파일로 청구했을 뿐인데도, 청구서에 쓰지 않아도 되는 사용목적을 얘기해야 했고, 연구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구두로 약속해야 했으며 파일로 제공하는 것에도 비용이 드는데 알고나 하는 것이냐는 질책성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정보공개는 잘못된 것을 들춰내고, 비판만 하고자 하는 활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소통’의 손짓입니다. 작가에게 있어 글쓰기가 세상과 대화하기 위한 행위라면, 정보공개는 국민이 공공기관과 대화하고자 하는 방식의 하나입니다. 이 시대와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당연한 행동입니다. 그 손짓을 기관이 먼저 내밀어 준다면... 그 손짓에 열린 마음으로 화답해 준다면 우리는 분명 더 나은 오늘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합니다.

소설가 황석영은 “모든 세상 만물은 변화를 통하여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씨앗이 떨어지고, 싹이 나고, 잎이 나오고, 줄기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모든 생명의 과정이 변화이다. 그래서 세상의 풍경도 변화한다”라고 얘기합니다.

혹자는 세상과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변화’에 있다고 합니다.

‘정보공개센터’가 자신있고 거침없는 모습으로 세상의 풍경을 변화시키길... 그래서 세상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 주길 바랍니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이미영

ps. 최근 무릎팍 도사에서 본 ‘황석영’선생님에게 반해 ‘황석영의 개발바라기별’ 블로그를 방문했었습니다. 몇 몇 단어들은 그 블로그에서 건져왔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