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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대통령기록 유출, 검찰의 선택은?

opengirok 2008. 11. 11. 13:16


[시론]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2008년 11월 11일 (화) 10:04:45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0642jinhan@hanmail.net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대통령기록유출 사건에 대한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조사만 남겨 둔 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 측이 재임 중에 생산하였던 각종 기록 ‘원본’을 봉하마을로 가져가고, 사본 기록을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겼다는 내용이 청와대에 의해 폭로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대통령기록물법 14조에 규정되어 있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검찰 발표를 앞두고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 생산했던 기록의 유형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e-지원’ 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거의 모든 기록을 전자기록으로 생산했다.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기록도 대부분 전자기록이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전자기록에서 원본은 존재하는가? 이 물음부터 정리하지 않으면 대통령기록유출 문제에 대해서 논쟁을 정리할 수 없다. 종이기록은 내용, 서명, 관인 등이 물리적으로 동일한 공간 안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원본 개념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자기록의 특성은 생산과 동시에 무한복제가 가능하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바이트의 변화, 형태의 변화 등).

 

▲ 동아일보 10월29일자 14면

▲ 동아일보 10월29일자 14면


이런 이유에서 기록관리학에서는 전자기록의 원본은 아주 순간적으로 존재하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기록 유출 문제에서 원본을 유출했다는 논란은 사건의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다.

전자기록에서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존재하는 걸까? 전자기록은 변조 불능 조치를 거친 기록물 내용, 생산부터 이관시까지 적법하게 관리되어온 관리이력정보,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대한 인증정보를 함께 포함하여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진본과 사본 개념으로 나누고 있다. 즉 적절한 이관 절차에 의해 이관되어 외부의 침입이나 훼손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에서 보관되고 있는 기록이 진본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모 기자가 본인 노트북에 있는 글 프로그램에서 기사를 쓴 다음 언론사로 보냈다면 본인 노트북에 있는 기사가 진본인가? 언론사에 보관되어 있는 기사가 진본인가?

비록 기사를 기자 본인이 썼다고 하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노트북에 보관되어 있는 기사가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여부나 외부침입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방식과 공간에 보존되어 있는 언론사 기사가 진본 기록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생산한 기록을 봉하마을로 가져갔다고 하더라도, 대통령기록물법에서 합법적인 보존 장소로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기록관에서 보존하고 있는 기록이 진본기록이며 봉하마을로 유출되었던 기록은 사본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대통령기록의 유출 문제의 핵심쟁점이다. 이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통령기록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기록유출금지가 진본기록에만 해당하는지, 사본기록에도 해당하는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남는다. 이에 대한 의견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우선 기록물관리법과 대통령기록물법상 규정되어 있는 기록 유출은 애초 원본(종이기록) 및 진본 기록만을 상대로 규정되었다는 의견이다.

이 의견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봉하마을로 기록을 가져간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비밀기록, 비공개 기록 등이 봉하마을 측에서 공개할 경우에도 문제가 없는지가 주요 문제로 남는다. 사본 기록이라도 그 내용은 진본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기록 유출에 대한 범주가 모든 사본 기록까지 포함한다는 설이다. 이 설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봉하마을로 가져간 행위는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문제는 남는다. 가령 퇴직공무원들이 자신이 작성한 문서를 파일을 삭제하지 않고 사본으로 보관하고 있는 경우까지 모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전진한 사무국장

▲ 전진한 사무국장

마지막으로 기록 유출은 사본기록은 해당되지 않지만, 기록 공개여부에 대해서는 원본 및 진본 기록을 보존하고 있는 기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위 두 의견의 절충설이 되는 것이다.

검찰은 위 세 가지 의견 중 한 가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논란의 불씨는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검찰이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관련제도를 만들지 않았거나 대통령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현재의 논란 자체가 불가능 했다는 점이다. 검찰의 결정이 주목된다.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www.opengiro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