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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10주년] 정보공개센터 10주년…“정보공개 대상, 공공기관 넘어서야”

opengirok 2019. 4. 15. 12:04


‘정보공개 제도’ 알려온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창립 10주년

’업무추진비·특수활동비’부터 생활밀착형 이슈까지 의제 발굴해와

“재정적 독립성이 10년 지속의 이유…유일무이 정보공개 전문기관 자부”


김유승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이 17일 오후 서울 혜화동 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기록하지 못할 일은 하지 맙시다.”
한 전직 대통령이 기록관리정책 회의 중 청와대 비서진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공직 수행 중 하는 일들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는 만큼, ‘기록되지 않길’ 바라는 행동은 애초에 하지 말라는 충고이자 경고다.

민주사회에서 시민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공적 정보는 기록되어야 하고, 또 공개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공공기관이 업무수행 중 생산한 정보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정보공개 제도’다. 정보공개 제도를 알리고, 교육하고, 활용해온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가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보공개센터 사무실에서 수북이 쌓인 ‘10주년 후원회원의 밤’ 초대장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던 김유승 정보공개센터 소장을 <한겨레>가 만나 지난 10년의 소회를 들었다.
창립 초기, 정보공개센터는 ‘정보공개 제도’가 있다고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1998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이 생긴 이후 10년이 흐른 2008년에도 여전히 ‘정보공개 제도’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미미했다.

“지금은 시민단체 활동가나 기자 등 정보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보공개 제도’를 알고 활용하지만 그때는 ‘선수들’도 정보공개 제도를 몰랐던 시절이에요. 공공기관에서는 귀찮은 ‘민원’ 정도로 취급했고요. 정보공개가 민주주의에 얼마나 중요한 도구인지 알리는 게 시작이었던 거죠.”

시민사회의 이목을 끌기 위해 생활밀착형·권력감시형 정보공개에 우선 집중했다. “가령 지자체장들 관용차 뭐 타고 다니는지 시민들이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정보공개 청구를 해봤죠. 봉고차 타고 다니는 지자체장은 옳다구나 하고 금방 내역을 줘요. 그런데 어떤 지자체가 마지막까지 내역을 안 주려고 하는 거예요. 알고 보니 전임 지자체장이 타던 멀쩡한 세단을 처분하고 새로 관용차를 구매했더라고요.”

김유승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이 17일 오후 서울 혜화동 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공개하라’는 센터의 요구와 ‘감추려는’ 지자체의 정보공개 씨름이 수년 동안 이어지기도 했다. 2009년 오세훈 시장 때 서울시로부터 광고홍보비 내역을 정보공개를 청구했던 때가 그 예다.

“당시 언론에 서울시가 광고홍보비로 예산을 어마어마하게 쓴다는 기사가 나왔어요. 그래서 광고비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했더니, 서울시에서 비공개와 다름 없는 ‘깡통 내역’을 주더라고요.”

이의신청과 행정심판 등 집요한 시도 끝에 2006년부터 2009년까지의 광고비 내역을 받는 데만 2년이 걸렸다. 당시 하승수 소장은 정보공개를 의도적으로 지연한 서울시에 손해배상 청구를 내 승소했다. “받은 돈 100만원으로 고기를 구워 먹고, 알 권리 기금을 적립했지요. 고기가 어찌나 맛있던지요.”

10년의 역사와 함께 성과도 쌓였다. 2008년 중앙부처 정보공개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현황(2011), 어린이집 연도별·유형별 설치운영현황 분석(2014), 서울 지하철내 실내 미세먼지·라돈 수치분석(2014) 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의제화했다. 정보공개의 효능을 알리려는 센터의 노력들은 조금씩 언론과 시민사회의 주목을 받았고, 이제는 시민사회 운동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다. “하다못해 2014년에 문용린 당시 서울시교육감의 업무추진비 내역으로 ‘맛집 지도’를 만든 것도 저희가 처음이었어요.” 김 소장이 웃었다.

정보공개센터는 이제는 정보공개법도 바뀌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김 소장은 정보공개의 대상이 ‘공공기관’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현행 정보공개법의 이름인데 이게 ‘공공정보의 공개에 관한 법률’로 바뀌어야 해요. 사실 지금까지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보관하고 있는 정보에만 적용되잖아요? 하지만 세월호·메르스·가습기살균제부터 사립유치원까지 시민들의 건강과 목숨이 달린 정보들은 공공기관이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김 소장은 메르스 사태 때를 예로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메르스 사태를 돌아보면, 국민들은 메르스 환자들이 진료받은 병원이 어떤 병원인지 전혀 알 수 없었어요. 정보공개법에는 공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사전에 공표하도록 되어있는데, 병원은 대상이 아니라 상당기간 숨길 수 있었죠. 국민의 건강이나 안전보다 병원의 이익이 먼저였던 겁니다.” 이 때문에 ‘공적 정보’임에도 ‘공공기관’에 있지 않은 정보들도 ‘정보공개’의 대상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게 정보공개센터의 제안이다.

그렇다면 정보공개센터의 다음 10년은 어떠할까. 정보공개센터는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10년을 지켜온 ‘원칙’이 있다.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고 회원 후원금만으로 운영한다는 원칙이다.

“저희는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고 100퍼센트 후원으로 돌아가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서 그걸 운영자금으로 해 활동가 월급을 충당하지 않겠다는 거죠. 우리는 어느 정권이던 항상 감시를 하는 ‘워치독’ 역할을 해야 하잖아요.”

김 소장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관통하는 지난 10년을 정보공개센터가 “연어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듯” 버틸 수 있었던 이유로 ‘재정적 독립성’을 꼽았다. “정보공개 운동이라는 영역에서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하게 독립적인 전문기관으로 지속해왔다는 것. 그게 10년의 자부심이고 다음 10년의 동력이에요. 이제는 많은 언론사와 시민단체에서 정보공개를 활용하지만, 저희는 누구보다 ‘잘’ 쓸 수 있거든요.”

다음 10년을 위해 정보공개센터는 오는 26일 10주년 기념 ‘후원회원의 밤’을 연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5일 <한겨레>에 게재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