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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동 광장/활동소식

[창립10주년] “공공정보 공개돼야 사회가 상식적으로 유지되죠”

10주년 맞은 정보공개센터 창립 멤버인 정진임 활동가 


“너무 힘들어 빨리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정 활동가는 “후배 활동가들이 지치지 않고 활동할 수 잇는 방안을 고민하는” 고참이 됐다. 앞으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논란처럼 공공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민간 영역의 정보도 열람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류효진 기자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가 10돌을 맞았다. 2008년 10월 설립된 단체는 △경찰청 광우병 괴담 대비 연구용역 보고서(2008) △국회, 정부기관 특수활동비 내역(2009, 2011) △19대 국회의원 서울 부동산 소유여부(2015) 등 사회 현안 정보를 선제적으로 공개하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일명 정보공개법)을 일반에 알려왔다.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창립 멤버는 정진임(35) 활동가 딱 한 명.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정 활동가는 “100% 후원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창립 당시 저도 다른 활동가들도 단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했는데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개인적으로 첫 사회생활을 한 시민단체에서 10년을 보내 특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역사학, 대학원에서 기록관리학을 전공한 정 활동가가 정보공개센터 창립 멤버가 된 건 학교 선배의 권유를 받아서다. 선배는 2015년 센터를 떠난 전진한 전 정보공개센터 소장.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에서 활동한 전 전 소장이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와 의기투합,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지원금 3,000만원을 받아 정보공개센터를 열며 대학원 졸업을 앞둔 정씨에게 상근 활동가를 권유했다. 정 활동가는 “사무실 임대료, 책상 등 집기 비용을 빼니 1,500만원, 상근직인 저와 전진한 당시 사무국장 활동비 6개월치가 남더라. 정보공개센터 도장 만들고, 집기 주문하고, 연락처 만드는 행정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첫 정보공개청구는 ‘중앙부처 정보공개 실태’. “이미 관련 통계가 다 만들어져 있는 터”라 정보는 쉽게 손을 넣을 수 있었고, 한 언론사가 기획물로 소개하며 이슈파이팅에도 성공했다.

난관은 두 번째 정보공개청구에서부터였다. “지방자치단체 기관장 업무추진비 내역이었는데 그 정보를 공개청구하면서 행정용어, 언론 대응, 관계기관 대응 방법을 익혔죠. 기관장 업무추진비가 기관운영 업무추진비, 정책 업무 추진비로 구분된다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지 10년째였지만 관련 공청회, 토론회, 강연 등에 단골로 초청되는 국내 손꼽히는 ‘전문가’는 딱 두 명, 하승수 소장과 전진한 사무국장이었고 정 활동가는 두 사람에게 정보공개청구 방법을 배워 ‘맨땅에 헤딩하며’ 실전을 익혔다. 신문과 정부 홈페이지를 뒤져가며 이슈를 발굴했고, 당시 정부가 운영했던 정보공개청구 홈페이지에 기록된 다른 사람의 정보공개청구 내역도 참조했다. 정 활동가는 “창립 1년이 지나 세 번째 상근 활동가를 뽑았다. 세 사람이 모여 ‘회의’를 할 수 있어 너무 감격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상근 활동가는 5명이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류효진기자


시간이 지나며 성과도 쌓였다. 광우병 관련 정부 불신이 극에 달했던 2009년 ‘쇠고기원산지 위반식당 단속 현황’, 2011년 3·11 대지진 후 ‘일본산 수산물 방사성 물질 검출 수치’, 봄철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2014년 ‘서울지하철역 실내 미세먼지ㆍ라돈 수치 분석’을 발표했고, 2014년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업무추진비를 근거로 만든 ‘맛집 지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보공개센터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지며, 이제 매달 정기후원금을 내는 회원은 700여명이 됐다. 10년간 센터를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이다. 정 활동가는 “정부, 공공기관의 지원 없이 100% 후원금만으로 재정을 꾸린다. 공공 연구 프로젝트, 외부 자문 등을 제안 받기도 하지만, 정권을 감시하는 제대로 된 워치독(watch dog) 역할을 하려면 독립적인 전문기관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논란이 될 만한 주제를 선정해 선제적으로 이슈를 던졌지만, 정 활동가는 “감춰진 공공 정보를 발굴하며 그 맥락을 ‘해설’해야 하는 입장에 설 때면 괴롭기도 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때 일단 공공기관의 관련 자료는 무조건 다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보공개를 신청했어요. 해수부 위기대응훈련 문제, 선박안전기술공단의 선박 부실검사 등을 공개할 때 언론에서 코멘트를 요청하는데 저희가 선박 안전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저희 멘트가 전문가처럼 포장돼 전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죠.”

때문에 최근 센터 활동가들이 공을 들이는 건 정보공개청구 방법을 일반에 알리는 교육활동이다. 정보공개청구에 관한 방법을 e북으로 제작해 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배포하고 있고, 특강을 요청하는 곳이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 방법을 알려준다. ‘정보공개시민교육’이란 정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재작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공개청구 방법을 배우고, 자문도 받았다.

“가끔 시민들이 ‘정보공개청구를 그렇게 오래했는데 변한 게 뭐죠?’라고 물어보세요.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를 잘한다고 해서 세상이 엄청 좋아지는 건 아니에요. 정보공개가 잘 되면 사회가 정상을 유지하는 거죠. 상식의 선을 유지하게 하는 게 정보공개예요. 저희의 목표는 사회를 혁신하는 게 아니라 법을 지키며 살자는 겁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3일 <한국일보>에 게재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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