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칼럼

후보가 과거에 뭔 짓을 했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opengirok 2022. 6. 2. 15:56

*정보공개센터가 2022년 5월 27일 오마이뉴스 6.1지방선거 연재기사에 기고한 글입니다. 

 

▲ 제8회 동시지방선거 관련 정보가 모여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 이 홈페이지 안에서 각 선거에 나선 후보자의 재산, 병역, 전과 등 각종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단 '선거기간'에 한해서.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선거기간이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각 후보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정책과 구호를 말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선거기간 동안에만 공개되는 '후보자 정보공개자료' 역시 유권자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한국의 모든 공직선거의 후보자들은 공직자로서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검증하기 위한 정보를 제출한다. 여기에는 기본적인 인적사항, 재산 및 병역사항, 최근 5년간 세금납부 및 체납실적, 전과기록이 포함되며,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c.go.kr/)에 '선거 기간에 한해' 게시된다.

 

▲ 선거관리위원회 제8회동시지방선거 후보자정보 페이지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후보자의 전과내역과 재산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 정보공개센터

 

이러한 정보들은 민의를 대표해 일할 정치인들이 납세 등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최소한의 의무를 이행했는지, 성범죄 등의 중대범죄나 부당하게 이익을 편취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축적한 재산 내역이 개인의 이해관계가 아닌 공동체를 위해 일하기에 적절한지 등을 판단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들의 재산내역이나 전과기록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검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언론에서도 활발하게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과기록을 전수 분석한 기사는 SBS '마부작침'의 <후보자 7531명 전과 전수 분석, 14범에 음주, 성범죄, 폭력까지> 기사(2022.05.22), 재산내역을 전수 분석한 기사는 사전투표 전날 발행된 한국일보의 <6.1 지방선거 후보자 재산 한눈에>(2022.05.26)뿐이다. 

분석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정보공개 형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전과 및 재산 내역을 스캔한 이미지 형태 PDF 파일로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각 후보자가 전자적으로 작업한 문서를 출력한 뒤 도장을 찍어서 지역 선관위에 제출하면, 선관위가 다시 한 장씩 스캔해 이미지 파일로 공개하는 것이다.

 

▲ 공직선거후보자 재산신고서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의 재산내역 및 전과내역을 이미지PDF 형태로 게시하고 있다. ⓒ 정보공개센터

 

그런데 이렇게 이미지 파일로 공개할 경우, 안에 포함된 내용을 기계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를 추출할 수도, 활용할 수도 없다. 눈으로 직접 보고 다시 입력하지 않는 이상 전과 내용을 바로 알 수도 없고, 후보자들의 재산을 유형이나 지역별로 비교하는 등의 분석도 불가능하다.

이마저도 이미지 스캔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글자조차 알아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번 후보자들의 재산 내역을 분석한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시·도지사 후보자 42명을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4명 중 1명꼴로 문서 식별에 어려움이 있었"을 정도로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 대전선관위에서 공개한 재산신고내역 대전선관위에서 스캔 후 이미지파일로 공개한 재산신고내역은 글자를 알아보기조차 어렵다 ⓒ 정보공개센터

 

게다가 현재 선관위가 공개하는 이미지 파일에는 대체 텍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정보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국가와 지자체가 장애인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사안이다.

'후보자 정보공개자료'는 공표를 목적으로 작성되는 것이고, 선관위라는 유일무이한 공공기관이 관리한다. 정정 및 삭제, 소명 절차도 마련돼 있기 때문에, 직접 직인을 찍는 등 '진본성을 철저히 보장하는 것'이 접근성보다 시급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에 비해 선거와 관련한 정보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공공정보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어야 하며, 널리 공론화돼야 한다. 그리고 후보자 직인과 진본성이 문제라면 전자서명을 이용하거나 공직후보자가 직접 등록하는 전자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이미지 파일을 고수하지 않고도 모색할 수 있는 해결방법은 많다. 

공직자 및 후보자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보에 대해 유독 활용하기 힘든 형태로 공개하는 운영방식은 이미 여러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수 년째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사안이다. 이제라도 선관위는 시민들의 알 권리와 참정권을 침해하는 운영행태를 개선하고, 후보자 정보공개자료 전체를 기계가독형 데이터로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