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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부 FTA국, 한미 FTA 협상중이던 2006년 생산문서 91.6% 비공개

opengirok 2011. 9. 29. 16:31





정보공개센터는 정보공개에 있어 외교통상부가 무척 심각하고 위험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공공기관 중에서도 특히 외교통상부가 정보공개에 대해 각별하게 불성실하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물론, 일정기간동안 생산된 정보들을 홈페이지에 공표하게 되어있는 정보목록에서도 내부검열을 통해 ‘공개’로 분류된 정보들만 따로 편집해 정보목록이 아닌 ‘정보공개목록’을 내놓는 등 시대착오적이고 기만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외교통상부의 무척 오래된 관행입니다.

그런데 이 뿐만이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이슈에 관한 정보는 더욱 폐쇄적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FTA입니다. 일례로 지난 5월 정보공개센터가 분석한 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외교통상부가 발주한 한미, 한EU FTA에 관한 연구용역은 31건이 존재하는데 31건 모두 비공개로 국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외교통상부에서 직접 생산한 FTA에 관한 정보들은 얼마나 공개되어 있을까요? 정보공개센터는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정보공개목록’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끼고 2006년 비공개 정보를 포함한 정보목록을 별도로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꽤나 긴 시간이 지난 후에 그것을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통상교섭본부장 휘하 조직도. FTA정책국과 FTA교섭국이 FTA국에 해당된다.


정보공개센터는 외교통상부로부터 따로 받은 정보목록을 검토하는 중에 특이한 점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FTA국 6개과들에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건들이 유독 비공개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2006년이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던 시기인 만큼 대다수의 생산문건은 한미 FTA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2006년 FTA국 6개과 생산문서의 공개/비공개분류 비율. 생산문서의 총 "91.6%"가 비공개 분류 되어있다.


FTA정책기획과의 경우 2006년 총 845건의 문서를 생산했는데 공개로 분류된 문건은 44건에 불과했습니다. 부분공개 1건과 800건 비공개로 약 94.7%가 비공개입니다. FTA이행과 에서는 117개 기록정보를 생산했는데 각각 공개 11건, 부분공개 7건, 비공개 99건으로 비공개율이 90%입니다. 상황은 모두 비슷합니다. FTA협상총괄과에서는 비공개율 70.1% FTA상품과에서는 비공개율 90.7%, FTA서비스투자과의 경우 비공개율 92.6%, FTA무역규범과에서는 비공개율 94.3%를 보이고 있습니다.

외교통상부 FTA국들의 생산문서의 공개분류비율을 보면 정보공개라는 개념자체가 무색할 지경입니다. 정보의 비공개는 개인정보의 노출로 인한 피해, 국익의 저해, 업무의 심각한 차질이 없는 경우에는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보공개제도의 기본 취지입니다. FTA국들의 정보가 정말로 모두 여기에 해당하는지 의심됩니다. 오히려 이런 막무가내식의 정보은폐가 국익을 저해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석연치 않은 부분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2006년은 한미 FTA 협상으로 FTA국이 가장 분주했을 시기입니다. 헌데 FTA정책기획과를 제외하고 나머지 5개과의 경우 생산한 문서가 117개~35개 사이로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한미 FTA는 국론분열이라는 말이 수시로 언급될 정도로 거대한 이슈였는데 그것을 최전선에서 실행 하는 과는 어떻게 이렇게 한가한 1년을 보낸 걸까요? 물론 그건 아닐 것입니다. 외교통상부에서 정보공개센터에 정보목록을 공개할 때 정보목록에 대한 내부검열을 거쳐 극도로 한정된 정보만 정보목록에 포함되어 정보목록이 작성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다시금 한미 FTA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과 미국에서 한미 FTA와 관련된 일련의 절차들이 진척되었기 때문인데요, 지난 16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직권상정한 후 이어서 지난 22일에는 미 상원에서 TAA(Trade Adjustment Assistance)의 연장 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이에 국내 언론은 일제히 미국 내에서 한미 FTA 비준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몰아 한미 FTA에 대해 찬성 여론을 도모했던 언론들은 한국도 지체 없이 한미 FTA를 비준해야 한다는 사설과 칼럼들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국 36개 농민단체들은 한미 FTA 비준저지를 위해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한미 FTA 발단의 배경과 부조리한 협상 내용과 과정을 요약한 영상물을 유튜브 등 동영상 포털에 올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한 위키리크스에서 공개한 미대사관 기밀서한에서는 한미 FTA 협상을 수행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는 내용의 문건이 공개되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또한 존재를 일체 부인했던 미국 전문직 비자 쿼터 관련 외교서한 2개가 김현종씨에 의해 28일 법정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익과 관련한 주요 외교서한에 대해 통상교섭본부가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실익이 전혀 없는 굴욕적 협상으로 평가받는 한미 FTA 재협상,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FTA 추진과정에서의 절차상의 문제들, 그리고 국민들의 배신감과 분노. 이것이 정보은폐와 국민들에 대한 기만의 대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처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