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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호텔 고시원 vs 쪽방 고시원

opengirok 2010. 1. 26. 10:31

[정보공개청구 세상을 바꾼다] 서울·경기 고시원 현황


시설 고급화·직장인 이용
한달비용 50만~60만원
모텔 등 숙박업소와 경쟁




정문부터 숙소까지 4중 보안장치, 24시간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가동, 복도엔 자동 공기순환시설까지 갖췄다. 황토·참숯 자재로 벽을 만든 각 방에 개별 샤워시설과 화장실은 기본이고, 컴퓨터와 냉장고도 있다.   



소화기에 스프링클러도 갖춰 화재 대비도 돼 있다. 물론, 양복 한두 벌 걸어두면 방이 꽉찰 만큼 비좁은 것은 어쩔 수 없다.

30여년간 법적 관리 영역 바깥에 방치돼온 고시원이 지난해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적 관리를 받게 되면서, 일부 고시원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고시원 주 이용자가 직장인으로 바뀌면서, ‘고시텔’이라는 이름이 유행하다 아예 ‘고시’라는 이름을 떼어낸 곳도 늘었다. 원룸텔, 미니텔, 미니 원룸, 리빙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더니 최근엔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하루·한 주 단위 투숙을 원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런 ‘고급 고시원’의 입실 비용은 보증금없이 한달 50만~60만원 선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ㅅ리빙텔’ 관계자는 “장기뿐 아니라 단기 손님도 늘어 모텔 등 기존 숙박업과 경쟁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급 고시원 이용료의 3분 1 정도로 한 달을 보낼 수 있는 고시원도 있다. 서울역 맞은 편 산비탈에 있는 용산구 동자동이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비상구 없고 시설도 낡아
월 20만원…일용직 다수
스프링클러 없어 화재 취약



지난해 정부가 고시원 관련 법령을 통과시킨 뒤 동자동에 있는 ㅎ고시원도 ‘합법화’됐다. 하지만 변한 건 없다. 폭 1m가 되지 않는 복도 사이로, 20여개의 방이 마주보며 늘어서 있다. 문을 열면 방 하나 크기도 3.3㎡(1평) 안팎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과 달리 ‘~텔’, ‘~하우스’ 같은 ‘신식 이름’으로 바꾸기도 어렵다. 고시원장 ㅁ씨는 “60여명 입실자 대부분이 일용직 노동자인 데다, 상당수는 입실료도 희망근로 상품권으로 내는 처지인데, ‘무슨무슨 텔’이란 이름이 뭐 중요하겠냐”고 말했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에도 불구하고 이전부터 영업하던 고시원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면제돼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김아무개씨는 “상당수 방에 창문이 없고, 비상구도 없어 여기서 살려면 화재가 안나기만 바랄 뿐”이라고 했다.

지난 1일부터 시범 시행되고 있는 ‘비파라치’ 때문에 골치를 앓는 것도 이들 영세 고시원들이다. 비파라치란 다중이용시설이 있는 건물에 비상구가 닫힌 사례를 찾아 신고하면 300만원 한도에서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숙박비를 올리기 어려운 이 지역 고시원 업주들에게 안전 문제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한국도시연구소 서종균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주택 정책이 실패하면서 정상적인 주거지가 아닌 형태의 고시원들 사이에 양극화까지 생기는 기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