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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정보공개 ‘꼬리문 공방’

opengirok 2010. 1. 28. 09:49

짜증내는 공공기관 ‘공개회피’
짜증나는 청구자들 ‘이의신청’





서울대생 손진(25)씨는 지난해 11월 학교 쪽에 ‘서울대 기금교수 현황’과 ‘서울대 발전기금 사용 현황’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서울대는 손씨에게 “발전기금 운용단체가 따로 있다”며 “해당 단체로 정보공개청구를 이첩하겠다”고 답했다. 그래서 정보공개청구건은 서울대발전기금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서울대발전기금은 이런 답변을 내놨다. “우리는 ‘재단법인’이어서 정보공개청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 결국 손씨는 발전기금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었다.

손씨는 학내 복지시설과 생활편의시설을 운영하는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의 학생운영위원장이다. 그는 “생협도 연간 8억원을 서울대 발전기금으로 내놓는다”며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는데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니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울대는 발전기금 현황과 사용처를 정말 모르는 걸까. 하승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 소장은 “발전기금이 사용된 곳은 서울대 학내 사업 등이기 때문에 사용처를 서울대가 알고 있고, 이는 서울대에서 공개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공개하지 않으려고 ‘떠넘기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 소장은 실제로 지난 2000년 서울대에 ‘발전기금 사용처’를 정보공개청구해 결과를 받은 적이 있다. 물론 이때도 한 번에 받지 못하고 이의신청을 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쳤다.

이처럼 공공기관은 줘야 하는 정보를 움켜쥔 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갖은 이유를 대며 회피하거나, 내놓더라도 내용이 무성의하다.

칼럼니스트 김현진씨는 지난해 11월 ‘2008년 2월25일~2009년 11월20일, 대통령 명의로 전달된 선물 현황’을 청와대에 정보공개청구했다. 단서조항으로 ‘일시, 선물 종류, 선물 전달 사유, 선물 수령인(단체), 선물 수령인 신분 등 포함’이라고 달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청와대는 “선물 수령인와 수령인의 신분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에 의해 개인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했다. 대신 ‘일부 공개’한 답변은 짤막한 한 문장과 세 줄짜리 표뿐이었다.(사진 참조)

같은 사안에 대해 정보공개센터도 지난해 12월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센터는 김현진씨의 청구 내용에 가격을 보탰다. 역시 처음에는 한 문장과 세 줄짜리 표만 도착했다. 센터는 이에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보공개심의회를 거쳐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고 공개해달라’는 이의신청을 했다. 그제야 청와대는 설 선물로 가래떡·버섯 등을 구입하는데 2억8900만원을 사용했고, 기념품으로 엠피쓰리(MP3) 플레이어·도예접시 등을 구입하느라 34억7415만원을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별 선물당 구입가격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았다.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행정행위로 생산된 정보를 투명하고 책임 있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