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오늘의정보공개청구

대한민국 ‘기록’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opengirok 2011. 6. 27. 16:55

기록의 중요성, 기록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여러 번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조선왕조실록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기록이 가지고 있는 의 역사적 의미도 매우 중요하지요. 하지만 기록과 기록관리는 그 뿐만이 아니라 현재적 의미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가 투명하게, 그리고 책임 있게 정책을 펼치고 행정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기록관리가 얼마나 잘 되고 있을까요?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각 공공기관의 기록관리 평가 결과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해 보았습니다.

정부의 기록관리를 주관하고 있는 국가기록원은 매년 공공기관의 기록관리현황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2009년과 2010년 평가결과에 따른 각 기관의 평가등급 결과를 공개받았는데요. 2009년에는 110개 기관을, 2010년에는 227개 기관을 평가해 등급을 매겼습니다.
 

2010년 기관 등급별 결과 중 일부


평가결과 보고서에는 기록관리 우수사례와 미흡사례도 나오는데요. 

우수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프라 구축부터 의식개선, 서비스까지 다양한 부분에 걸쳐 우수한 사례가 있습니다.

○ 체계적 기록관리를 위한 기반 구축
- 기록관리 실무편람 작성(매뉴얼, 지침 등) 발간 활용(국토해양부/법무부/행정안전부/문화재청 등)
- 기록물 정리 방법을 업무관리시스템의 게시판을 통한 확산(영산강유역환경청)
- 대량기록물의 기록물철 작성기준 마련(인천남부교육청/경북상주교육청)
- 전 소속기관에 대한 기록관리 전문요원 배치 완료(대구시교육청)
○ 기록관리 의식제고 활동 및 교육
- 기록관리 학습동아리 운영, 기록관리연구회 구성 및 운영(기획재정부/여성가족부/대구시교육청)
- 기록물담당자의 고충 수렴 및 향후 업무추진내역 등 공유를 위한 소속기관 및 기록물담당자 간담회 개최(국토해양부/대구시지역교육청)
○ 실태점검, 기록물 공개 서비스 개선
- 기관의 자체 감사에 효율적인 실태점검을 위해 기록관리 분야를 반영(국민권익위원회)
- 일반이용자들의 접근과 이용 편의을 위해서 외교문서공개 목록에 대한 통합검색시스템 구축(외교통상부)
○ 기록물 보존 보안 강화
- 30년이상 중요기록물의 관리상태를 최적화할 수 있는 별도의 보존전문서고 신축 계획 수립 및 추진(금융위원회)

반면 미흡사례도 있는데요. 
전문인력 부족과 기록관리 인식 부족으로 인한 사례가 많은 것 같습니다. 
○ 기록관리 의식 부족
- 기록관 직원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업무파악이 부진하며, 행정인력 부족으로 기록관리교육을 이수치 못함(○○행정기관)
- 기록관 전문요원 대행자로 업무에 전담하기 어려운 청사방호원을 지정하는 사례도 있음(○○행정기관)
○ 지도 감독체제 미흡
- 기록관리 기본계획 및 처리과(소속기관)에 대한 지도 및 감독 계획을 수립하지 않아 체계적인 업무수행 곤란(○○행정기관, ○○교육청, ○○공사)
- 인사 예산업무를 본청에서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관할 출장소의 기록관리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기관도 있음(○○행정기관)
○ 서고 운영 부적절
- 문서고를 물품보관용 창고로 사용하여 기록물의 훼손 및 멸실 우려가 있는 경우도 있음(○○행정기관, ○○교육청)
- 문서고에 빈 서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하지 않고, 오랜 기간 서고통로에 무단 방치된 경우도 있음(○○행정기관)
○ 기록관리 업무 절차 미흡
- 기록물 평가 폐기 시 법령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무단으로 폐기 수행(○○행정기관, ○○공사)
- 기록물관리법 부칙에서 기한을 정하고 있는 비공개기록물의 재분류 시행 시 절차적 검토 없이 모든 기록물 비공개로 분류(○○행정기관, ○○교육청)

공공기관 유형별로 살펴보면 2010년 평가 결과 시도교육청이 87.7점, 중앙행정기관 80.8점으로 가장 우수하고 지역교육청(63.2)은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반면 지방청 등 특별지방행정기관(53.0)과 공사 등 직접관리기관(54.4)은 평가점수가 매우 낮습니다. 

2010년 기관평가 점수 평균 (뷹은글씨는 전년도 대비 증감현황)



특별지방행정기관과 직접관리기관의 경우 업무담당자의 잦은 교체, 기록관리 인식 미흡 때문에 전체평균이 낮은 것이라고 하네요.  

법에 따르면 위 기관들에는 기록관리를 담당하는 전문인력을 배치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록관리를 전담할 전문가가 배치되지 않은 기관도, 또 설령 배치가 되었다 하더라도 시간제 계약직 등으로 일을 해 전문성을 발휘할 여건이 되지 않는 기관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는 유독 기록유산이 많습니다. 고려와 조선의 실록도 있구요. 승정원일기, 일성록, 비변사등록 등등 많은 기록이 남겨져있지요. 
그렇게 많은 기록 덕분에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재현하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록관리 의식과 더불어 그것을 철저히 기록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사관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아직 의식도, 노력도, 사람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밀실행정, 졸속처리” 
우리가 정부를 불신하는 이유입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록관리부터 제대로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책임있게, 투명하게, 모든 것을 근거하에 처리하게 됩니다. 그것이 기록민주주의의 시작입니다. 

* 국가기록원에서 공개한 기록관리평가등급과 평가서를 첨부합니다.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