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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목적 저작권 이용 보상금 제도, 신탁관리단체 배불리기 아닌가?

opengirok 2012. 5. 24. 19:47

 

 

 

소위 ‘대학 저작권료’라고 들어보셨나요? 정확한 이름은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으로 대학교 수업에 사용되는 책, 논문 등 어문저작물, 음악저작물, 영상저작물의 복제 또는 사용에 따라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정책입니다. 수업목적 보상금 징수는 지난 2009년부터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 한국복사전송권협회(복전협),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1년 동안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지난해 4월 문광부가 일방적으로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징수 기준을 고시했습니다.

 

하지만 대학들은 보상금 징수와 일방적인 고시에 반대하며 이행하지 않았고 징수안이 표류하는 채로 논쟁이 계속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실질적으로 주요 저작권자들인 대학교수들 약 5만명은 정작 수업목적의 이용은 공익적 목적이라며 무료이용 동의서를 제출하며 정책자체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4월 28일, 문광부는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개정안>을 고시했습니다.

 

 

 

 

 

 

개정된 고시안은 포괄식 납부를 할 경우, 현재 1년/학생 1명 당 일반대는 1879원, 전문대는 1704원, 1610원에서 2015년까지 100% 적용 시에 1년/학생 1명 당 일반대는 3132원, 전문대는 2840원, 원격대는 2684원 등으로 지난해 원안보다 30%, 36%, 40%씩 하향 조정했습니다. 대학들은 여전히 대학만 보상금을 납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보상금도 높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질적인 문제는 보상금을 몇 백원 덜 내고 더 내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보상금  징수 자체가 한국의 대학문화와는 이질적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대학교육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인식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업교제와 전문서적이 비싸고 빨리 절판되는 특수성 때문에 부분적으로 필요할 경우 복제하여 함께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정책이 나온 것일까요? 바로 한미 FTA 이후 저작권이 정책이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한미 FTA 협상에서 대학 교제와 전문서적의 복제사용 문제에 대해 미국 측에서는 복제에 대한 강한 대응과 근절노력을 요구했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저작권법이 개정되고 수업목적 보상금이 정책적으로 논의 되면서야 미무역대표부(USTR)은 각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상황을 분류한 ‘301조 보고서’에서 한국을 지적재산권 감시대상국에서 제외시켜 준 바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보상금 징수 이후에 분배가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2010년 기준 서울의 4년제 대학생 수가 약 33만명 인 것을 감안하면 서울에서만 수업목적 보상금 규모가 약 10억원 가량에 달하게 됩니다. 전국의 4년제, 전문대, 원격 사이버 대학교의 재학생을 합치면 수업목적 보상금은 수십 억원을 넘을 것으로 쉽게 예상됩니다. 이렇게 징수하여 쌓인 큰 돈을 어떻게 분배할지를 문화관광체육부와 복전협은 함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고시된 제도대로라면 종량방식의 경우는 사용자가 불편해 종량제를 사용하지 않을 심산이 크고, 포괄방식의 경우에는 저작물의 복제와 사용 집계 체계가 공통되게 존재하지 않을시 수익 분배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분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징수금이 고스란히 신탁관리단체인 복전협에게 고정되게 됩니다.

 

그런데 징수금이 신탁관리단체인 복전협에 고정되게 되면 복전협은 막대한 이자수입을 올릴 의혹이 있습니다. 실제로 음악관련 신탁관리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분배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치명적인 비판을 받았는데요, 다음 음저협의 사례들은 저작권자에게 분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은 음저협이 10년간 2천 916억원을 징수해 이자수익만 86억이며, 네이버 등 포털에는 저작권료를 징수하지 않은 채 ‘음악발전기금’으로 38억원을 받아 일반회계로 처리했음은 물론, 저작권료 분배자료가 전무하며 2년 동안 돈을 쌓아왔다고 주장한 바가 있습니다.

 

지난해 음저협 특별감사에서는 음저협의 미분배 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논란이 됐습니다. 2010년 8월 기준 미분배 금액 450억원이 분배되지 않고 음저협 잔고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 규모의 징수금이 분배되지 않을 경우 이자만 수십억에 달하게 됩니다.

 

음저협은 징수금을 분배하지 않고 자신들의 배불리기에 바빴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언론들의 무관심으로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습니다. 분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을 경우에 복전협도 결국에는 같은 사태로 치달을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까지 문광부와 복전협이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를 추진해온 궤적을 보면 우선 징수하는 것에만 급급한 모습입니다. 이것이 실제로 저작권자들이 원하는 것인지, 또한 발생하는 이득이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것인지는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용자의 권리 또한 도모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징수안>만 따지고 보면 창작자의 권리도, 사용자의 권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책자체가 미국 눈치보기와 신탁관리단체들을 배불리기 위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수업목적 보상금 기준 개정 고시.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