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도류스님 회원]강원도 화천군의 예산낭비 사례

opengirok 2008. 11. 27. 13:08

화천군에서 안 정 호(도류스님) 회원

화천군에서 안 정 호(도류스님) 회원


계속되는 경제침체 속에서 전국 곳곳의 자치단체마다 예산을 절약하기 위한 시책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건당 추가요금 100원씩 지불되는 114전화번호 직접연결 서비스까지 차단해줄 것을 전화국에 요청하는 자치단체도 있습니다.

세계적 경제침체 속에서 우리 국민모두의 삶도 IMF구제 시절보다 더욱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는 이때에 예산절약을 위한 그같은 노력은 참으로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 대외적인 청렴 이미지홍보용으로 요란을 떠는 얄팍한 제스쳐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왜냐하면,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자치단체의 사업 계획에서부터, 무리한 투자계획과 선심행정으로 빚어지는 과다예산 책정을 없애는 일이 더욱 근본적이고도 우선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건설토목공사, 조형물공사 등을 집행하는 예산은 과다책정의 정도가 가장 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시민단체 대표로서 관련된 행정감시 활동을 통해 그 같은 예산집행의 문제점들을 일정부분 확인한 바도 있습니다. 또한 이를 공개적으로 적시하여 시민단체 활동으로 시위도 하고 각 TV와 언론매체를 통해 홍보하기도 했으며, 수사를 의뢰하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치단체장으로 부터 고소를 당하여 피의자신분이 된 일도 있습니다. 여기 지면을 빌어 간략하게 그 사례를 설명하고 문제점을 지적해보고자 합니다.

이곳은 강원도 화천군입니다. 현재 관심이 집중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의 부당한 사업집행입니다. 약12억 예산이 소요되는 신재생에너지 지열냉난방 공사가 군청청사 앞마당에 설치되고 있습니다.

에너지절약의 일환으로 도입한 이 지열냉난방시스템은, 유류에너지원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획기적인 에너지절약 시스템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사실 현재의 냉난방시스탬 운영비용과 대비해서 약85년 이후에야 투자비용의 원가상감이 완성된다는 용역결과가 나온 비효율적인 사업입니다. 가장 주요한 이유는 이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과도한 전기에너지 소비비용이 뒤따르게 되는 까닭입니다.

또 이미 신축해야 할 필요가 느껴지는 낡은 군청청사는 향후 10여년 후면 청사이전 내지 신축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측될 수도 있음을 비추어,  85년 이상의 사용을 전제로 현재의 청사에 12억 예산의 투자 사업을 한다는 것은 명백한 예산낭비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07년에 자체 실과장단의 두 차례 현장견학과 용역결과보고서를 토대로 타당성검토를 한 결과 지열냉난방사업은 예산절감 면에서 비효율적인 것으로 결론내리고, 이를 태양광시스탬으로 변경하여 추진하도록 결정하고 지역경제과로 과목경정한 사업이었습니다.(제152회. 임시회 2007년 10월 31일)

그런데, 이후 본 사업계획에 대한 재정투융자심사도 없고, 의회보고나 승인의결도 없이 08년 8월 지열냉난방시스템을 설치하는 긴급입찰공고를 고시하여 업자를 선정하고 9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내부 실과장단에서 결정한 사안을 뒤집고 의회를 능멸하면서까지 지열냉난방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누구의 판단과 지시에 의해서 인지 궁금합니다. 이는 명백하게 지방자치법을 위반한 사안입니다.

나는 이 사업의 타당성을 점검해보기 위해서, 지열냉난방설치공사에 대한 용역결과 보고서와 공사의 설계도, 총공사비 내역서등을 화천군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 역시나 공개를 거절당했고 이의신청을 했지만 마찬가지 였습니다. 화천군은 주민과 의회의 머리위에 군림하는 절대지존의 힘을 가진 지방행정 기관입니다. 이러한 마당에서 비용절감 에너지절약 운운하는 것은 코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화천군이 집행한 예산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를 두 가지 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007년도에 총액30억6천 만원의 지자체자금을 집행하여 당시에 준공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 30채를 자산취득 차원으로 매입한 뒤 공무원들에게 임대하여 수익사업으로 운영하겠다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공무원들에 대한 특혜시비와 과도한 예산집행으로 지적되면서, 역시 지역 주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당국에서는 우호적인 관변단체와 일부 주민들을 소집하고서 형식적인 사업설명회를 개최했을 뿐, 정작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재정투융자심사도 없이 의회에는 일방적 통보만으로 사업을 결정지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의혹의 단초는, 아파트건축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3-4년 전부터 화천군수는 아파트를 건축하도록 해서 이를 매입하겠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했는데, 이러한 부분이 아파트건설업자와의 담합의혹을 주기에 충분했고, 당시 그 아파트매입에 따른 의회승인 과정의 문제점 뿐 만이 아니라, 아파트건립 허가 과정에서의 특혜의혹, 업자와의 담합의혹, 턱없이 고가로 부풀려진 분양가 의혹 등이 있었는데, 전단지를 제작해 배포 하면서 10여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3일간에 걸쳐 5개 읍면을 순회하며 시위를 했었습니다.

우리 시민단체에서는 또 그 내용을 정리하여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했었는데, 그러나 감사원은 이 민원을 화천군감사실로 이관하여 직접조사를 회피하였고, 또 의회 의원들은 이 같은 불만이 팽배한 지역현안에 대해 단 한차례의 간담회도 없이 모두 입 다물고 있다가 임시회를 통해 계약금 지불을 승인했으며, 결국은 잔금도 모두 지불하고 매입을 완료했습니다. 이 역시 30억 이상의 사업자금이 맥없이 집행된 식물의회의 전형적인 폐단이고, 행정부 전횡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07년도에 화천읍 5거리 회전교차로에 약18억 예산을 집행하여 상징탑조형물을 건립한 것을 두번째로 설명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상징탑의 설계도를 입수하게 된 나는 직접 제3의 건설업체를 통해 견적 의뢰해본 결과 약7억원 정도의 공사비가 소요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약 10억원 이상이 과다한 예산으로 책정된 격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상징탑건립에 따른 문제점으로는, 명백한 건축물을 조형물로 억지 명명하여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유도했으며 결국 사실상 내정된 업자를 선정한 점, 상징탑의 디자인과 설계 등의 용역 과정을 그 수의계약업체가 처음부터 주도해왔던 점. 10억이상의 공사를 집행함에 있어 반드시 거치도록 한 재정투융자심사가 없었고, 의회 심의의결도 없이 행정부 독단으로 예산을 책정하여 의회보고도 없이 업자와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점, 또 강원도의 고위 공직자가 그 업체 대표와 친형제 관계로서 최근 4~5년간 강원도내 조형물과 관련된 관급공사를 주도하다시피 했던 점, 등의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진정서를 접수하기 전에, 두 차례에 걸친 군수와의 면담을 통해서 이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개선의 여지는 전혀 없었고, 마침내 본 사업의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검찰청과 감사원으로 민원을 제기했었습니다. (07년 8월)

이렇듯 화천군 행정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언론에 공개되기 시작하자, 행정집행부 측에서는 내가 대표로서 이끌고 있던 시민단체를 불량단체로 매도하는 반상회보 소식지 내용을 만들어 베포하는가 하면(07. 12. 21), 화천군 <소도읍육성사업설명회>를 빌미로 행정력을 총 동원하여 관내 수백명의 주민들을 끌어 모아놓고 그간 시민단체의 활동으로 TV에 방송되었던 내용을 스크린에 재방영해 보이면서 담당과장과 군수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서 거듭 시민단체에 대한 인민재판식의 성토와 비난여론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07. 09. 18)  

당시 감사원에 요청했던 민원은 화천군감사실로 이관하여 감사원에서는 민원에 대한 직접 조사를 회피하였고, 춘천지방검찰청에서는 화천경찰서로 수사를 떠맡겨 아무런 성과 없이 무혐의로 종결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뒤이어 화천군수는 시민단체대표인 나를 명예훼손과 무고혐의로 검찰에 고소하였고, 피의자신분으로 검사에게 소환되는 상황을 맞이했었습니다.

검사와의 대면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상징탑 공사내용에 대한 철저한 사전지식과 객관적 자료의 준비도 없이 사건을 조사한 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단순히 관련 참고인들을 소환하여 진술을 채록하는 방식의 수사에 응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혐의내용을 진술할 사람은 없을 것이니, 어떻게 그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겠는가. 수사기관 자체에서 조달청 등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 본 사건의 설계도 공사비 견적을 의뢰하여 그 결과로서 참고인 조사를 했어야 객관적이고 세부적인 수사와 심문이 가능하지 않은가>고 강하게 반박했고, <상징탑건축과 관련해서 재정투융자심사를 거치지 않았고, 의회심의 의결도 없이 업자를 선정하고 공사를 진행한 것은 명백한 지방자치법위반사항인데도 어째서 조사를 하지 않았는가>하고 강하게 반문했습니다.

검사는 그 자리에서 화천군의 담당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재정투융자심사를 받지 않은 이유를 물었고, 그 과장은 2005년도에 심사를 받았다는 답변이 나왔었는데, 그 자리에서 나는  <2006년도 11월에 상징탑조형물 디자인실시설계용역의 결과가 나왔는데, 설계도도 없는 2005년도에 어떻게 재정투융자심사를 받을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하자 검사는 더 이상 나를 추궁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검사는 그날로 나에 대한 고소사건은 <혐의 없음, 범죄인정 안됨>등의 처분으로  종결지었고, 지방언론에서는 이 내용을 뉴스로 방영하고, 군청게시판을 통해서도 알려졌습니다. 자치단체장이 시민단체 대표를 고소한 희대의 이 사건이 아무런 범죄인정이 안된다는 검찰처분으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 지역 주민들에게 폭넓게 알려지게 되자, 화천군수는 또 재항고함으로서 나를 다시 한번 검찰청에 출두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고등검사 역시 <무혐의>처분으로 종결했습니다.  
 
행정집행부 측과의 6개월여에 걸친 공방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 상징탑은 교차로에 버젓이 완성되어 있고, 과다하게 책정된 예산도 모두 집행 완료되었으며, 그것도 모자라 화려한 조명을 뽐내면서 철야로 번쩍거리면서 매월 약80만원의 전기요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화천군 의회는 그 자신들이 뒤집어쓴 무능력과 불신에 대한 비난여론의 수치스러운 입장을  외면한 채, 그간 상징탑사건과 관련된 의제로 단 한차례의 간담회조차 한 일이 없었습니다. 의회의 순기능이 실종된 식물의회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화천군은 행정부의 전횡과 독선이 어떤 방식으로 지역의 주민들과 의회를 농락하고, 어떻게 주민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물을 창조해 내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장이라 할 만한 곳입니다.
 그 배후에는 어떤 막강한 힘이 있기에 눈에 보이는 행정 과오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이를 적발해내고 중단시키지 못하는 것입니까.

이러한 현상은 오직 화천군만의 문제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므로 각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절약 운운하면서 전기요금, 전화요금을 아낀다며 표방하는 행위는 사실 자신들의 부정한 행정집행의 은밀한 영역을 한꺼풀 덧씌워 철저하게 위장하려는 대민홍보용 제스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보다 수백배, 수천배 금액의 예산집행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용역결과와 행정부의 전횡으로 추진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이러한 현상은 지방의회를 비롯해 중앙정부에서 조차 연계된 총체적 관행으로 묵인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나의 지나치게 부정적인 의심이 빚어낸 망상에 불과한 것일까요.

털끝만큼의 부정이나 비리도 없는 사업집행이라면 도대체 공개하지 못할 정보내용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며, 무엇 때문에 의회심의 의결을 무시하면서 사업을 집행하는 것이겠습니까.

 www.booldoahm.com (불도암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