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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기초의원, 누군지 알고 계신가요?

opengirok 2022. 1. 27. 13:38

 

우리 동네 기초의원, 누군지 알고 계신가요?

이제 50일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로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17개 광역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들, 226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을 뽑는 지방선거도 겨우 넉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두 선거가 시기적으로 밀접하게 붙어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선보다 관심은 저조할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보면 대통령 선거보다 더 생활에 밀접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지방선거라는 점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들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해서 나오는 말이 바로 '투표용지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광역단체장,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지역/비례), 기초의원(지역/비례)까지 기본적으로 일곱 개의 투표용지에 하나 하나 기표해야 합니다. 특히 2018년 6월 열렸던 지난 지방선거의 경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지다 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8개 투표용지를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나마 단 한 사람을 뽑고, 언론의 관심도가 높은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은 후보가 누구인지 기억에 남는 편이지만, 후보도 많고 당선자도 많은 지방의원들의 경우 아무리 동네 정치에 밝은 사람이더라도 누가 누군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지방의원들이라고 하면 보통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눈에 띄지도 않으면서, 해외연수나 갑질 등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아 영 마음에 들지 않기 마련입니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이래 벌써 30년이 지났고, 지난해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의회의 권한과 역할도 확대되었지만 아직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부족하고, 신뢰도 매우 저조한 상황입니다. 지방의원들은 다 세금도둑 아니냐는 부정적인 인상도 강합니다.
 

 서울 마포구의회 제250회 임시회 ⓒ 마포구의회

 

하지만, 행정을 감시하고 예산을 심의하며,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대표하는 지방의회의 역할은 단체장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기초자치단체만 하더라도 매년 적게는 수천 억, 많게는 수조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데, 기초단체장 한 사람의 의지에 막대한 예산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혹시라도 새는 세금이 없도록, 지자체의 사업에서 배제되는 주민이 없도록, 단체장이 미처 살피지 못한 지역 현안을 반영하도록 일 잘하는 지방의원을 선출하고, 때로는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또 감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의회가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더 많은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겠죠.

의정활동 감시? 정보 수집이 우선!

정보공개센터는 그동안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거나, 지방의회의 해외연수를 감시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는데요. 기초의회의 경우 전국에 226개나 되다 보니 시민사회단체들의 힘만으로는 이들을 모두 살펴볼 수 없어서 항상 골머리를 앓아왔습니다.

동네의 일은 동네 주민이 가장 잘 살필 수 있는 법이니 전국 방방곡곡에서 시민들이 직접 지방의회를 감시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민이 직접 지방의회를 살피고, 감시하는 활동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그렇다면 일단 이름도 잘 기억하기 어려운 지방의원들의 정보를 살펴보기 쉽게 데이터로 모아 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전국 기초의원 의정감시 데이터 구축 대작전! 먼저, 2900명이 넘는 전국 기초의원들의 명단을 데이터로 만들었습니다. 이름, 선거구, 성별, 나이, 소속 정당, 학력, 직업 등 선거 과정에서 공개한 기초 정보입니다. 이러한 기초정보가 있으면, 지역별로 기초의회의 성비가 어떠 한지, 평균 연령은 얼마나 되는지, 지난 지방선거와 비교했을 때 정당 이동이 있었는지 등의 통계를 낼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다른 지역과 우리 지역의 기초의회 구성을 비교해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민선 7기 기초의원들의 평균 연령 ⓒ 정보공개센터

 
예를 들어보자면, 전국에서 가장 '젊은' 기초의회인 경기 과천시의회의 경우 의원들의 평균 연령이 48세입니다. 전체 기초의원들의 평균 연령이 58세라는 점과 비교하자면 열 살가량 낮은 셈입니다. 반대로 서울 종로구, 전북 장수군, 경남 산청군, 전남 함평군 등은 기초의원들의 평균 나이가 65세를 넘어섭니다. 

전체 기초의원들의 성비는 남성과 여성이 7:3 정도로, 8:2에 달하는 국회보다는 조금 더 여성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지역별로 살펴보면 성비가 9:1에 달하는 '남초' 의회들이 적지 않습니다. 충남 공주시의회의 경우 11명의 시의원 중 비례 대표 1인을 제외하면 모두 남성 의원입니다. 경북 경주시의회 역시 21명의 의원 중 19명이 남성으로, '남초' 의회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남초' 의회가 대다수인 가운데 소수의 '여초' 의회도 있습니다. 11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대전 동구의회는 여성 의원이 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여성 의원 비중이 높은 기초의회입니다.

 

 제7회 지방선거 정당별 기초의원 당선자 수 비교 ⓒ 정보공개센터

 
지난 지방선거 이후 벌써 4년이 다 지나가는 시점이기 때문에, 사퇴나 재보궐, 당적 변경 등의 사유로 기초의회의 정당 구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선거였다고 평가받는데요, 기초의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상회하는 당선자를 배출했습니다. 226개 기초의회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의회도 165개에 달했습니다.

 

 정당별 기초의원 수 비교 (2021-12-23 기준) ⓒ 정보공개센터

 
4년이 지난 지금, 의원들의 제명 및 사퇴, 정계 개편으로 인한 당적 변경 등의 사유로 기초의회 구성이 다소 변화한 지금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의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은 76석이 줄었고, 자유한국당을 계승한 국민의힘은 54석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의회 역시 140곳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더불어민주당을 '이탈'한 지역들 상당수가 서울 경기 지역이라는 점 역시 매우 흥미롭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절반 이상을 점하거나, 국민의힘 등과 50:50으로 팽팽했던 구의회였던 서울 마포구, 중랑구, 동작구,  강남구, 중구, 서초구, 경기 동두천시, 과천시, 포천시 등 여러 수도권 기초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과반이 무너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로 자료를 모아보자!

이렇게 기초의원들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정보들만 있어도, 기초의회의 구성에 대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정보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방선거 이후 당선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만, 선거 직후의 정보에 그칠 뿐, 선거 이후의 변화들을 반영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지방자치와 관련한 사무를 관장하는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전국 지방의회의 홈페이지들을 뒤져야 했습니다.

 

 서울 강남구의회 의원 소개 페이지 ⓒ 정보공개센터

 
특히, 당선 이후에 변동될 일이 없는 선거구, 성별, 연령 등의 정보와 달리 언제든 변경이 가능한 소속 정당의 경우 해당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매우 골머리를 썩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위 사진의 서울 강남구의회 홈페이지처럼 의원들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어느 정당 소속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아, 수십 곳의 의회 사무국에 하나하나 전화를 걸어 의원들의 소속 정당이 어디인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정당 정치의 원칙이 정치 제도의 기본인 나라에서, 우리 동네 의원들이 어느 정당에 소속되어 있는지 시민들이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만약 이렇게 공공기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찾아볼 수 없는 정보들이 있다면, 정보공개 청구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면,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라고 손쉽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센터 역시 기초의원 의정활동 데이터 구축을 위해 정보공개 청구를 활용해서, 의회 홈페이지에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자료들을 받아냈습니다. 기초의원들의 겸직 내역과 관련한 자료나, 징계 의결 자료 등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국무총리나 장관 외의 자리를 겸직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과 달리, 지방의원들의 경우 겸직이 폭넓게 허용됩니다. 따라서 평소에는 자영업을 하다가, 의회 회기 중에는 의원 활동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겸직이 무제한 허용되어 있는 것은 아닌데, 공기업이나 농협 등의 임직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어린이집의 원장이나 단체의 임원 등이 겸직 금지 대상입니다. 지방의원의 권한을 활용하여 개인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직종의 경우 겸직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아 지방의원들의 겸직을 두고 그동안 수없이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의회의 경우 구의원이 재개발조합장에 출마하며 자신의 권한으로 용적률을 올리겠다고 선언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겸직 금지 조항을 어겨서 징계를 받거나, 심지어 제명을 당한 기초의원들도 있습니다.
 

 지방의원이 개발 관련 겸직을 하고 있는 사례 ⓒ 시사저널

 
지방의원의 겸직이 계속 논란이 되자, 2022년부터는 지방의회 홈페이지에 의원들의 겸직 내역을 공개하도록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기도 했습니다. 지방의원이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도시건설위원회 등 개발 사업과 밀접하게 관련된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의 이해충돌 행위를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의정감시 데이터를 만들면서 민선 7기 기초의원들의 겸직 신고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하고, 그 내역을 정리하여 공개했습니다(링크). 이런 정보들을 토대로, 우리 동네 의원들의 겸직 현황을 살펴보면서 업무추진비를 의원 소유의 식당에서 사용하는 일은 없는지, 예산 집행에 있어서 특혜를 받을 우려는 없는지, 누구보다도 해당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감시에 나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민을 위해, 시민이 만드는 공익 데이터  
 

 전국 기초의원 의정감시 데이터 구축 대작전 ⓒ 정보공개센터

 

전국 226개 기초의회, 2900명이 넘는 기초의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정제하는 과정에는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 뿐 아니라 스물 다섯 명의 시민들이 자원하여 함께해주셨습니다. 다른 시민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서 어려운 작업을 함께 해주신 참여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앞으로 매년 기초의원 의정감시를 위한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나갈 예정입니다. 기초의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익 데이터 구축에 함께하고자 하는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