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불법 식당, 상호명 공개못하겠다는 버티는 농림부?

opengirok 2009. 12. 4. 10:04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작년 11월쯤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시작된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공포가 커져가고 있었다. 특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심했다. 이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뿐만 아니라 쇠고기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퍼져 나갔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 농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며, 업체에서도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큰 문제점으로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쇠고기 원산지를 철저히 단속해 국민들을 안심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는 시민들이 불안 요소를 없애기 위해 쇠고기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미표시 하는 업소 등을 엄정하게 단속하고, 위반한 업소명단과 위반 양태를 공개해야 해야 한다. 업소 명단을 공개한다면 식당들도 허위표시 및 미표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것 이며 소비자 알권리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상한 일들이 발생했다. 당시 식약청 홈페이지에서는 쇠고기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미표시한 업소 명단을 공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유독 서울시만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지역은 있는데, 서울시만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식당이 없을 리 만무했다.    
                                       <사진출처:SBS>

 
이런 이유로 필자가 일하고 있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에서 쇠고기 원산지를 허위표시 한 식당 명을 공개하고 있는지 정보공개청구를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 이후 필자는 서울시 원산지 관리추진반에 '2008년 1월 1일 - 2008년 - 11월 3일 현재 쇠고기 원산지 위반 식당 단속현황(위반 식당 명, 위반양태, 위반 후 사후 조치)'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접수했다.

  그런데 재밌는 결과가 통보되었다. 서울시는 위반양태는 공개했는데, 식당명은 가린 채 공개한 것이다. 위반한 식당들은 많으나 식당명은 공개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비공개 이유도 재미있었다. 서울시는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와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결정 처분을 내렸다.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니까 또 재밌는 답변이 나왔다. 서울시는 정보공개센터 이의신청에 대해 "해당업소가 정보공개로 인하여 과도한 재산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의견을 달아서 공개결정을 내렸다. 다른데는 공개하지 말고 정보공개센터만 보라는 것이다.

  당시 이런 사실을 정리해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공개했다. 당연히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서울시를 질타하는 내용들이 쏟아졌다. 당시 이 기사로 특종상을 받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 보도를 접하고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업소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서울시, 경기도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은 쇠고기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미표시하고 있는 업체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이런 결과로 얼마 전 대학식당이 쇠고기 원산지를 허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예외 기관이 있었다. 농림부 산하에 있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이다. 농산물 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쇠고기 원산지를 위반하거나 미표시한 업소들을 단속하고 있었다.

  농관원은 식당 명을 공개해달라고 하는 정보공개센터의 정보공개청구에 식당명 공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 대상정보),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처리정보의 이용 및 제공의 제한) 등 관련법률 규정에 근거하여 귀하의 정보공개 청구사항 중 부분정보만 공개하는 점에 대하여 널리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비상식적인 답변만 내놓은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보공개법 9조에는 8개에 비공개대상정보가 있음에도 구체적으로 적시도 하지 않은 채 비공개결정을 내렸으며, 식당 명은 개인정보라는 해괴한 해석까지 덧붙여 비공개한 것이다. 식당명이 개인정보면 간판은 왜 붙이는 것이며, 포털에는 왜 수많은 식당 등을 공개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공공기관에서 이런 한심한 법해석으로 답변서를 작성하는 것을 보면 공무원들의 법률교육은 더욱 더 필요해 보인다.

  이런 답변서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정보공개청구에도 똑같이 내놓았다. 결국 민변은 서울시 행정법원에 식당 명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지난 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진만 부장판사)는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이 "미국산 쇠고기를 한국산으로 허위 표시한 음식점의 명단을 공개하라"며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결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결이다.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개하고 있는데, 공개를 독려해야 할 중앙행정기관이 비공개하고 있는 실태가 사법부가 보기에도 비상식적인 것이다. 정부가 법을 어기고, 원산지 표시의무를 위반한 업체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도대체 국민들의 불안감은 안중에도 없고, 업체들의 권익만 보호하려고 하는 농림부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사진출처: 국민일보>

결론적으로 농림부는 패소가 확실한 이번 소송에서 항소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이런 당연한 판결에 대해서 계속 항소를 한다면 그 자체가 공권력 남용이자 예산낭비가 될 것이다. 농림부는 이번 판결로 쇠고기 문제로 국민들이 왜 불안 해 하고 있고, 그 불안을 씻어주는 것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괜히 불법을 저지른 식당이나 감싸지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