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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이 게임탓? 사회문제 교육문제가 아니고

opengirok 2012. 2. 14. 17:37



“학교 보내기 무섭다.” 어린 아들의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한 지인이 수심이 깃든 표정으로 한숨을 쉽니다. 아이의 성장과 진학을 기뻐해야할 부모가 언론을 통해 접하는 요즘 학교의 모습은 무섭게 느껴질 정도인가 봅니다. 심각한 학교 폭력의 문제들이 자주 이슈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말합니다. 이게 다 게임 때문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은 “게임은 공해적 측면도 있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는 발언을 하고, 교과부 역시 게임에 대한 규제 정책을 담은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학교 폭력이 심해진 것은 아이들이 게임을 많이 하기 때문이고, 게임으로부터 격리시킴으로써 학교 폭력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문화체육관관광부에서는 ‘2012년 게임 과몰입 예방 및 해소 대책 예산’으로 총 23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건강한 게임 문화 확산을 위한 ‘게임 과몰입 예방 및 해소 대책’”을 내놓았는데요.



게임 과몰입 진단∙상담 지원으로 10억원, 초중학교 게임 과몰입 예방교육 지원으로 8억원을 지원하는 등 게임 이용에 대한 교육과 상담 위주로 예산이 편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의 게임 이용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게임 업체가 수집하여 부모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게임 업계의 시스템 개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게임법 시행령’에 따르면 청소년은 게임 회원 가입 시 반드시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게임의 내용, 이용 시간, 게임이용 계획이 부모에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셧다운제와 쿨링오프제로 잘 알려져 있는 게임 시간이나 기간을 제한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건강한 게임 문화의 확산을 위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그 방법이 게임에 대한 규제와 감시로만 점철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됩니다. 게임을 놀이 문화가 아닌 규제해야할 부정적인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요?

다음은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발간한 ‘2011 게임 이용자 종합 실태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과몰입군은 선용군에 비해서 ADHD, 불안, 우울 등 공존장애 증상이 높았다. 따라서 CSG 진단을 통해 확인된 과몰입군에서 문제적 게임이용의 전형적인 공존장애증상이 일관되게 관찰되었다. 이에 더해서 과몰입군은 선용군에 비해서 외로움 수준도 높았다. 이 결과로부터, 게임 과몰입군에 대한 개입 프로그램에는 ADHD, 불안, 우울, 및 외로움을 포함하는 공존장애 증상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단기적 및 중장기적 전략이 포함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과몰입군은 선용군에 비해서 학업 및 교우관계 스트레스 수준이 높고, 교사로 부터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서 과몰입군은 선용군에 비해서 가족갈등을 많이 경험하고, 부모와 민주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며, 부모가 자녀의 게임이용을 수용하지 않으며, 게임 활동에 대한 감독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과몰입군은 선용군에 비해서 가정과 학교 생활환경 내에 다양한 위험요인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2011 게임 이용자 종합 실태조사, 한국콘텐진흥원, 26쪽.]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게임에 과몰입을 한 학생들에게서 게임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발견되고, 이들이 게임에 과몰입을 하게 된 원인으로 여러 가지 사회적 위험요인을 꼽습니다. 게임 자체의 문제보다는 게임 중독의 문제를 지적하는데요. 게임을 나쁜 것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아이들이 게임 중독에 빠지게 되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학교 폭력의 배후로 게임을 지목하는 것은 교육 당국의 책임회피에 불과합니다. 무한 경쟁과 입시의 압박 속에서 청소년을 학교 폭력과 게임 중독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교육 당국 스스로가 아닐까요?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와 '2011 게임 이용자 종합 실태조사' 자료 첨부합니다.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