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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년에 기록물 수천~수만권 한 명이 심사

opengirok 2010. 10. 27. 15:03
ㆍ기록물관리전문요원들이 말하는 실태
ㆍ심의위는 한두 시간 만에 폐기여부 결정

정부부처의 기록물관리전문요원 ㄱ씨는 26일 “엄청나게 많은 기록물에 비해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를 한두 사람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기록물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ㄱ씨는 지난 1월 열린 기록물평가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지난해 10~12월 석달 동안 4000여권의 기록물이 각 부서에서 넘어왔다고 전했다. 그는 “바쁜 부처가 아니어도 이 정도인데, 문서가 많은 국토해양부 같은 곳은 해마다 수만권이 넘을 텐데 혼자서 어떻게 관리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회계문서는 대부분 보존기한이 5년인데 이 문서의 중요도를 일일이 따져보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또 “문서 제목이나 내용이 명확하면 그나마 낫지만 문서를 만든 부서는 ‘일반서무’ 식의 모호한 제목으로 넘기기 때문에 중요 문서도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부처, 광역시, 시청과 군청의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은 대부분 1명씩이다. 한 사람이 많게는 수만건의 기록물을 관리해야 한다. 터무니없이 적은 인원이지만 기록물관리법 시행령 규정에 따라 위법은 아니다. 

중앙부처의 경우 매년 폐기 여부를 따져봐야 할 기록물만 해도 적게는 수천권에서 많게는 수십만권까지 쏟아져 나온다. 한 권당 종이기록물은 대략 A4용지 200장, 전자기록물은 수천장 이상으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기록물 폐기 심사는 요식행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전문요원이 있다 하더라도 중요한 문서가 그대로 버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도 모 기초자치단체의 전문요원 ㄴ씨는 기록물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 시간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의위가 1년에 한 번 열리는데 심의위원들은 전문요원이 올린 재심의 안건에 대해 원본 문서를 몇 개 살펴보고는 한두 시간 만에 보존이나 폐기 결정을 내리고 끝낸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요원이 재심의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으면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서들도 사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요원 ㄷ씨는 일선 공무원의 불성실한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과거에 문서를 관리해 온 담당자들이 ‘이런 거 대체 왜 하느냐, 나도 기록물 관리만 하라고 하면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은 기록물 보관·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기록물 관리 교육을 해도 다른 교육에 비해 참여도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일부 공무원은 ‘만든 사람이 제일 잘 안다’는 식으로 기록물을 무단 폐기하기도 한다. 전문요원 ㄹ씨는 “심지어 ‘보내지 않는 기록물은 (담당 공무원이) 판단한 결과 중요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다 이유가 있어서 없앤 걸로 생각하라’고 말하는 공무원도 있다”고 전했다.

정영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