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대한문 앞에 뜬금없는 꽃밭이 생겼습니다. 지난 4월 4일. 식목일을 기념이라도 하려는 듯 서울시 중구청은 새벽부터 대한문 옆 거리에서 1년 넘는 시간을 농성중이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을 철거한 뒤 그 자리에 꽃밭을 만들었습니다.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기습철거였고,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강제철거였습니다. 새벽 5시 30분. 허술한 텐트에서 쪽잠을 자던 노동자는 갑자기 들이닥친 철거반에 의해 신발 한짝도 챙기지 못해, 꽃샘추위에 맨발로 거리에 서야 했습니다. 대한문 앞에 있던 쌍용차 노조의 천막은 단순한 농성장이 아니었습니다. 부당해고, 비정규직노동으로 인해 죽어간 노동자들의 넋을 달래는 분향소이고, 정리해고, 재개발, 원전, 전쟁 등 평화를 해치는 정부에 저항하는 장소였습니다. 그..